남경주, 최정원, 송일국, 이지하 주연의 연극 ‘대학살의 신’이 다시 돌아왔다.

2년 만에 돌아온 '대학살의 신'은 2월16일 개막해 3월2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지난 2017년 동일 캐스팅으로 공연된 이 작품은 객석 점유율 96%를 기록하며 관객들에게 좋은 평을 받았다.

‘그 멤버 그대로 출연한다면 꼭 다시 하고 싶다’는 네 배우의 바람은 2년 만에 이루어졌다. 알랭 역의 남경주는 “지난 시즌 네 캐릭터 모두 자기 몫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이 멤버로 한 번 더 공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기회가 와서 설렌다” 며 소감을 전했다.

‘송일국의 재발견’이라는 극찬을 받은 미셸 역의 송일국은 “이 작품을 끝내고 일 년여 프랑스에 다녀왔다. 그 시간 동안 연기에 대한 갈망이 매우 컸는데 이 작품으로 다시 관객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 그동안 쌓여온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사를 것이다”며 의욕을 보였다. 

아네뜨 역의 최정원은 “정말 순식간에 끝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아네뜨가 화를 분출하는 장면에서 터져줘야 하는 특수효과 때문에 매회 긴장을 했는데 이번 시즌은 그 노하우를 잘 살려서 더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고, 베로니끄 역의 이지하는 “연습부터 정말 재미있게 했던 기억만 있다. 다만 다른 분들에 비해서 에너지가 떨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을 했다. 이번 시즌엔 좀 더 에너지 넘치는 공연을 보여드리겠다” 라고 의지를 보였다.

한편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 연출을 맡은 김태훈은 “이 작품은 웃기기만 한 작품이 아니다. 그 웃음 뒤에 진한 페이소스가 있다. 이번 시즌은 좀 더 디테일하게 각 인물이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것 그리고 의도치 않게 드러나지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드리며 이 작품의 본질을 이야기 하고 싶다” 말하며 “배우와 스태프 모두 지난 시즌을 통해 이미 이 작품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더 깊이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90분가량 진행되는 이 연극의 무대는 매우 심플하다. 중산층 가정의 거실, 무대 전환도 배우들의 등퇴장도 거의 없다. 철저히 주고받는 대사로만 가득하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한 치의 기울어짐 없는 팽팽한 긴장감의 설전부터 몸을 사리지 않는 육탄전까지 90분의 공연을 오로지 배우들의 호흡으로 채워나간다.

11살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싸우다 한 아이의 앞니 두 개가 부러진 사건으로 인해 두 부부가 모였다. 고상하게 시작됐던 이들의 만남은 유치찬란한 설전으로 이어지고 결국 삿대질, 물건 던지기, 눈물 섞인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게 된다. 한 마디로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된 것. 두 부부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한 편의 시트콤을 보듯 폭소와 함께 관람하던 관객들은 어느덧 자기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에 맞추어 사는 우리 모두의 민낯 그리고 교양이라는 가면 속에 가려져 있었던 인간 근본의 가식, 위선, 유치, 치사, 허상을 말이다.

‘대학살’이라는 살벌하고 섬뜩한 단어가 코미디 연극의 제목으로 쓰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연극에서 아이들의 싸움을 중재하기 위해 모인 두 부부는 대화를 거듭할수록 숨겨두었던 본색을 드러내고 끝내 ‘대학살의 신’이 휩쓸고 지나간 듯한 처참한 형국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고상한 지성인인 척 교양과 예절이라는 가식으로 스스로를 포장했던 사람들이 서로 헐뜯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며 ‘대학살의 신’이라는 제목을 통해 인간의 위선을 조롱한다.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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