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포비아’에서 장난기 가득한 BJ양게를 맡았던 류준열이 어느새 충무로 대표배우가 됐다. 지난해 ‘리틀 포레스트’ ‘독전’ 등으로 관객들을 휘어잡다니 올해 ‘뺑반’을 시작해 여러 작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마디로 ‘열일 배우’다. 코믹, 액션, 로맨스, 드라마 등 어느 장르에 등장해도 자신만의 매력을 뽐내는 류준열이 ‘뺑반’에서 뺑소니 전담반 에이스 민재를 연기해 엉뚱하면서도 똑똑하고, ‘돌+아이’ 기질이 있으면서도 진지한 팔색조 매력을 드러낸다.

류준열이 ‘뺑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민재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보여줄까’였다. 그는 예전부터 자신과 캐릭터를 동일시하며 연기한다고 밝혀왔다. 이번 ‘뺑반’에서 민재도 마찬가지였다. 영화를 보면 ‘이게 류준열 그 자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꼭 맞는 옷을 입었다. 민재를 연기하는데 포인트는 ‘자연스러움’이었다.

“30대가 되면서 술자리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진지한 걸 즐기는 편이 아닌데 말이죠. 영화 속에서 맡는 캐릭터들을 저와 비슷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가볍다고 느끼실 수 있지만 캐주얼하고 프레시한 느낌으로 이번에도 민재를 표현하려고 했죠.”

“민재를 연기하기 위해 정말 고민 많이하고 준비했어요. 안경을 쓴 이유도 민재의 속을 알 수 없게 하기 위해서였죠. 전사가 있는 인물이니까 특유의 우울함과 말수가 없는 설정을 빼고 민재를 그렸어요. 영화 속에서 민재가 감정적으로 변화하는 시기가 있는데 그 상황에서도 ‘민재다운’ 걸 잃지 않죠. 저는 ‘~다운’이란 말을 좋아해요. 민재다운 걸 관객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뺑반’에서 류준열은 물론 모든 배우가 직접 카 체이싱 액션에 도전했다. 액션의 95%는 배우들의 몫이었다. 스피디하게 보여지는 카 체이싱 장면은 배우들이 직접 운전했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액션을 보여준다. 안전문제 등 겁이 날 만도 했지만 류준열은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평소에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안전운전’이 제일 잘하는 운전이라고 믿죠. 누구를 바래다주고 픽업하는 걸 즐겨요. 배우로서 카 체이싱 액션을 찍는 건 위험하지만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죠. 스태프분이 철저하게 안전에 신경 쓰셔서 제가 무리해서 찍을 액션은 없었어요. 그래도 항상 긴장하면서 핸들을 잡았죠.(웃음)”

류준열은 작품마다 대단한 선배들을 만났다. ‘침묵’에서는 최민식, ‘독전’에서는 조진웅-차승원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류준열 옆에 있었다. 이번에는 공효진, 조정석 등 비교적 나이차가 적은 선배들이 류준열과 함께 했다. 류준열은 두 선배에 대해 “우와!” “대단하다”라는 말을 끊임없이 했다. 무엇이 류준열을 놀라게 했던 것일까?

“정석 선배님은 천상배우예요. ‘뺑반’ 촬영 전에 드라마 하나 끝내시고 뮤지컬도 하셨어요. 에너지가 정말 넘치시는 분이죠. 힘들만도 한데 정작 즐기시는 모습을 보니 부러우면서 멋졌어요. 촬영이 다 끝나고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좋은 말씀 많이 들어서 감동 받았죠. 고급스킬이라고 해야하나...속된 말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으세요.”

“데뷔하기 전부터 효진 선배님을 좋아했어요. 본인만의 색깔이 확실하신 분이죠. ‘저렇게 연기할 수 있구나’ ‘저렇게 해도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제가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선배님이셔서 현장에서 애정을 많이 표현했죠.”

공효진, 조정석 이외에도 류준열은 이성민과 만났다. 이성민은 영화에서 류준열이 연기한 민재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로 나온다. 그만큼 두 사람의 친밀함이 관객들에게 보여져야 했다. 영화를 보면 두 사람의 케미에 절로 웃음이 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장 뭉클하고 행복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공작’을 보고 정말 감동했거든요. 짧지만 강렬한 연기가 민재를 표현하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이성민 선배님을 보면 항상 예상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창조하세요. ‘이래서 이성민이구나’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요. 한준희 감독님과 서로 ‘연기 너무 좋지 않아요?’라고 대화하며 놀랐던 게 기억나네요.”

류준열에게 연기란 현실과 마찬가지로 ‘진짜’처럼 보여야하는 것이었다. 자신을 캐릭터에 이입하고 과장된 표현이나 가짜인 상황도 관객이 진짜로 느끼길 원했다. 그의 연기 철학은 ‘뺑반’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올 작품에도, 이전 작품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독전’에서 수화할 때 실제 수화보다 과장된 표현이 들어갔어요. 영화마다 가짜임을 알면서 진짜처럼 할 필요가 있는 연기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배우가 직접 카 체이싱 액션을 하지 않는 게 좋을 때도 있어요. 안전문제라든지 숙련된 스턴트 배우분들이 더 능숙하게 잘 하시기 때문이죠. 하지만 ‘뺑반’만큼은 모든 배우가 직접 차를 운전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어요. F1 트랙에서는 300km/h까지 밟았다니까요? 관객분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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