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국 극장가에 최고 신인이 등장했다. ‘건축학개론’ 납뜩이 역으로 국내 시상식 신인상을 휩쓴 조정석은 영화계에 진출하기 전 이미 뮤지컬계의 스타였다. 이젠 뮤지컬을 넘어 충무로 대표배우로 완벽하게 자리잡은 조정석이 범죄오락액션영화 ‘뺑반’(1월 30일 개봉)으로 돌아온다.

조정석은 ‘뺑반’에서 스피드광 사업가 재철을 연기했다. JC그룹 대표이자 든든한 스폰서를 등에업은 범죄자. 생애 첫 악역 캐릭터에 도전한 조정석은 재철은 단순한 ‘악역’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차별화된 악역을 선보이고 싶었다.

“재철은 이상한 놈이죠. 어릴 적 가난했고 크면서 운전이라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했어요. 결국 F1 한국 최초 레이서가 됐죠. 재철은 성과가 중요한 인물이잖아요.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니까요. 금수저였으면 갑(甲)처럼 행동했을 거지만 자수성가했기 때문에 을(乙)의 면모도 보이죠. 항상 마음이 불안한 녀석이에요.”

조정석이 재철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던 건 동료배우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효진과 류준열, 두 배우는 각자의 캐릭터를 빛내면서 서로의 캐릭터를 살려줬다. 영화에서도 세 사람이 맡은 역할이 눈에 확 들어온다. 조정석과 류준열이 서로 다른 극에 존재한다면 공효진은 중도의 역할을 한다. 조정석도 두 배우와의 호흡이 만족스러운지 함박웃음을 지었다.

“(류)준열이는 민재 역할을 유려하게 표현했어요. (공)효진씨는 민재와 재철 사이에서 중심 축을 잡아주죠. 이 영화로 ‘공블리’에서 ‘공크러시’가 됐다니까요. 효진씨가 중심을 잘 잡아줘서 민재와 재철의 대립관계가 잘 성립될 수 있었어요.”

배우끼리 합이 맞았다. 감독과는 어떨까? 조정석은 한준희 감독과 ‘뺑반’을 찍으며 재철에 대해 수없이 이야기를 나눴고 영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서로 동의했다. 믿음이 커질수록 서로에 대한 신뢰도 두터워졌다. 조정석은 자신이 재철을 잘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준 한준희 감독에게 감사를 표했다.

“한준희 감독님과 코드가 잘 맞아요.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비슷했죠.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 건 감독님의 캐릭터 애정이 어마어마하다는 거였어요. 처음에 재철 역을 제안받았을 때 ‘이런 역할을 왜 나한테...’라고 생각했지만 배우로서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였죠. 감독님이 제가 나온 2009년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잘 봤다고 하셨어요. 그 작품은 제가 영화로 진출하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었죠.”

한국인 최초 F1 레이서인 재철을 표현하기 위해 조정석은 직접 핸들을 잡았다. 평소 스피드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뺑반’을 위해서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운전하랴 카메라 앵글 보랴 신경 쓸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제대로된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 조정석은 ‘액션배우’의 마음가짐으로 운전에 임했다.

“레이싱에 대해서 따로 조사하진 않았어요. 제가 F3머신으로 훈련을 했는데 가르치시는 분이 한 선수단을 대표하시는 분이었어요. 자연스럽게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죠. 운전하면서 연기하는 건 정말 힘들어요. 빗길에서 촬영하는 장면은 위험하기도 했죠. 하지만 스태프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일반인이 중간에 튀어나올 수 있어서 실제로 인천 골목 10km 거리를 통제하셨더라고요. 그만큼 안전하게 촬영했어요.”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지천명이 넘은 나이에 고강도 액션을 할 수 있던 것도 ‘욕심’ 때문 아니었나 싶어요. 실제로 톰 크루즈가 ‘좋은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스스로 액션을 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저도 카 체이싱 액션을 찍으면서 위험한 장면일수록 욕심이 났어요.”

배우들과의 찰떡 호흡, 새로운 악역 연기와 카 체이싱 액션 도전. 조정석은 ‘뺑반’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그도 추억거리가 많은 ‘뺑반’에 애정을 드러냈다. ‘뺑반’은 이미 조정석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았다.

“‘뺑반’ 현장에서 ‘소확행’을 얻었어요. 효진씨와 준열이가 정말 재미있어요. 웃고 떠들고 그냥 있어도 웃음이 넘쳐났죠. 배우들이 직접 카 체이싱 액션을 90% 이상 소화했다는 게 이 영화의 키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카 체이싱 장면을 보고 ‘저거 내가 했는데’하면서 영화를 즐겼거든요. ‘뺑반’이 많은 사랑을 받으면 속편 제작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요. 속편이 제작된다면 더 한번 ‘미친놈’처럼 재철을 연기해보고 싶네요.(웃음)”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JS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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