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조정석이 악역을 할 거라고 상상이나 했나. 말간 얼굴을 한 조정석의 악역 연기를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이전 작품 ‘마약왕’에서는 정의를 지키려는 검사를 맡아 더욱 그랬다. 조정석은 스스로 배역의 벽을 만들지 않았다. 자신의 이미지와 상관없이 ‘배우’라는 열정 하나만으로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컸다.

“‘뺑반’에서 재철을 보고 관객분들이 ‘저 미친놈’이라고 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저한테 칭찬이거든요. 악역 연기는 처음이지만 자신 있었어요. 제 이미지에 안 어울려도 배우로서 연기 도전은 계속 해야죠. 잘하는 것만 계속하고 싶지 않아요. ‘조정석이 잘할까?’하는 역할을 많이 하고 싶어요. 그런데 아기아빠 역할은 생소해서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웃음)”

조정석은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으로 데뷔한 이후 15년 동안 ‘그리스’ ‘벽을 뚫는 남자’ ‘헤드윅’ ‘올슉업’ ‘스프링 어웨이크닝’ 등 수많은 작품으로 무대에 섰다. 지금은 예전보다 무대에 서는 날이 줄어들었지만 조정석은 여전히 무대 위 핀조명을 받고싶은 갈망이 컸다.

“가끔 뮤지컬하는 동생들이 영화 촬영에 대해서 물어봐요. 저는 똑같다고 말하지만 사실 똑같진 않죠. 다만 중극장과 대극장에 따라, 카메라의 앵글과 거리에 따라 연기 에너지는 다를 수 있어도 ‘열정’만큼은 같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연기하는 배우의 감정이 중요하죠. 2011년 드라마 ‘왓츠업’을 찍을 때 딱 하나 걸리는 게 있었어요. 다른 배우분들보다 제 목소리가 크더라고요. 뮤지컬을 하다가 영화, 드라마를 찍으면 오디오 사운드 높낮이가 낯설긴해요.”

“영화를 찍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어요. 대학교 연극과를 다니면서 동아리활동을 하다가 뮤지컬에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제 뿌리는 ‘무대’예요. 20대를 온전히 무대 위에서 보냈는데 어찌 그날들을 잊을 수 있겠어요? 동료들과 술 한잔 마시면서 연기에 대해 토론했던 추억을 되새겨보면 그때는 왜 그런 게 재미있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때만 생각하면 심장이 뜨거워져요. 해마다 뮤지컬 한 작품씩은 꼭 하고 싶고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요.”

2018년 10월에 조정석은 가수 거미와 결혼했다. 오랜 연애 끝의 결실이었다. 아직 신혼여행도 가지 못한 두 사람. 바쁜 일정이 문제였다. 하지만 조정석은 바쁜 나날 속에서도 알콩달콩한 신혼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말하며 부끄러워했다. 그의 미소엔 행복이 가득해보였다.

“‘꽃보다 청춘’ 이후에 아이슬란드에 푹 빠져서 다시 가보고 싶어요. 제가 축구를 좋아하는데 스페인에 가서 FC바르셀로나 경기를 보고 싶기도 해요. 거미씨와 스케줄을 맞춰봐야하는데 서로 연말연초 바빠서 신혼여행을 계속 미루고 있어요. 천천히 계획해봐야죠.”

“거미씨와 예술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이 잘 맞아요. 거미씨는 음악을, 저는 연기를 하니까 서로 궁금했던 부분에 큰 도움이 됐죠. 결혼이란게 참 좋은 거 같아요. 신혼생활은 충분히 잘 즐기고 있지만 곧 SBS 드라마 ‘녹두꽃’ 촬영을 해야돼서.(웃음)”

‘뺑반’ 이후 조정석은 드라마 ‘녹두꽃’ 방영과 영화 ‘엑시트’(가제) 개봉을 앞둔다. 2019년에도 TV와 스크린에서 종횡무진할 예정이다. 쉬고 싶을 만도 하지만 조정석은 ‘연기가 곧 힘’이라고 말한다. 천상 배우인 게 아닐까 싶다.

“‘엑시트’를 한달 전에 끝내고 아예 푹 쉬려고 했어요. ‘뺑반’ 홍보 활동을 하면서 중간중간 개인시간을 갖고 휴식을 취하는 게 더 낫더라고요. 일할 때가 힘이 나는 거죠.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고 영화든 뮤지컬이든 관객분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진=JS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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