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은주의 방’은 올리브에서 선보이는 첫 드라마라는 점에서 시청률로 성패를 가늠하기가 힘든 작품이었다. 한 편으로 시청률 부담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점이 마음의 짐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앞서 tvN ‘백일의 낭군님’ 촬영팀이 그대로 ‘은주의 방’으로 넘어오며 밝은 분위기로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고.

“팀 전체가 올리브에서 처음 시도하는 드라마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청률이 기대보다 낮으면 ‘그럴 수 있다’ 생각했고 높으면 ‘대박이다’ 했던 거 같아요. 시청률에 비교적 연연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일단 스태프분들, 배우들이 ‘백낭’ 팀에서 그대로 와서 팀워크가 좋았고 제가 숟가락을 얹는 기분이었어요. 장난도 많이 치고 재미있게 촬영하면서 현장에서 에너지를 엄청 많이 얻었던 거 같아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 덕분에 그게 그대로 전달이 된 거 같아요. 은주를 위해서 엄청 힘을 써준 느낌이에요”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들 중에 밝은 표정이 유난히 많았다는 말에 류혜영은 “저는 늘 여유로워 보이고 싶은 사람이거든요”라고 털어놨다. 그녀는 “사실은 잘 웃고, 많이 웃는 편이지만 집에 혼자 있거나 생각에 빠지면 은주보다는 훨씬 예민한 편이에요. 은주는 저보다 더 털털하고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인 거 같아요. 스스로가 바보같이 착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저 스스로한테는 좋지 않게 발현된다고 생각해서 좀 더 중심을 단단히 잡으려고 노력하거든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착한 이야기를 좋아하고, 잔잔하고 따뜻한 드라마를 갈망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은주의 방’을 선택한 거 같고, 또 하면서 힐링이 많이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영화 ‘특별시민’ 개봉 이후에 사실 류혜영은 1년 남짓의 시간동안 숨고르기를 했다.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많은 작품을 찍기도 했고, 특히 ‘응답하라 1988’ 후에는 사람들이 ‘알아보는’ 배우가 됐다. 류혜영은 물 들어올 때 노 젓기 대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응답하라, 특별시민 촬영 뒤에는 내 스스로에 대해서 알고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특별시민이라는 어려운 작품을 하고 나니까 제가 너무 부족한 존재구나 싶더라고요. 나에 대해서,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는 기회가 된 거 같아요. 당시에 계속 작품을 할 수 있었지만, 제가 행복하게 임하지 못했을 거 같아요. 제 중심을 잡고 나아가는 게 대중들이 보기에도 더 좋아보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의도적으로 쉬게 됐어요. 소속사도 옮기고, 팀을 새로 꾸리는 단계에서 ‘이제 다시 일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긴 고민 끝에 ‘나’를 찾았냐는 말에 류혜영은 “그건 사실 평생 못찾을 거 같아요. 하나씩 알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라고 전했다. 이어 “나 자신을 알아가면서,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그렇게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게 인간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어요. 크게 깨달은 건 각자 자기만의 시기가 있다는 부분인 거 같아요. 남을 따라가려고 하지 말라고 많이 듣고 자라지만 그냥 듣는 것과 내가 느끼는 건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최근에는 이런 부분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된 거 같아요”라고 밝혔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배우로, 또 인간으로 류혜영의 성숙된 모습이 와닿았다. 연필로 노트에 한자 한자 적듯이 말 한마디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응팔 후에 사람들이 저를 많이 알아보니까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거 같아요. 관심을 안 받던 사람이 한번에 큰 관심을 받게 되니까 부담이 와서 무서웠어요. 어느 배우든 많이 알려지고 싶고, 사랑받고 싶지만 그 사랑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의 연기, 정체성이 흐려진 채로 남들의 관심만 쫓으면 행복할까 싶으면서 내가 준비되지 않았구나 싶었어요. 차기작은 제가 좀 더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사진=눈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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