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세대 정치인이자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였던 김경수(52) 경남지사와 안희정(54) 전 충남지사가 구치소 독방에서 설 명절을 보내게 됐다. 두살 터울의 정치적 동지였던 두 사람은 최근 법원에서 예상을 깨고 실형을 선고받아 이틀 간격으로 교도소행 호송버스에 올랐다. 언론에선 '여권 대선주자 잔혹사'란 헤드카피를 일제히 붙였다.

김경수 경남지사(왼쪽)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사진=연합뉴스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달 30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 지사는 서울구치소의 1.9평 규모의 독거실에 수감됐다. 지난 1일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1심 무죄판결과 달리 항소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안 전 지사는 서울남부구치소의 1.4평 규모 독방에서 연휴를 맞이했다.

두 사람의 공통 키워드는 적잖다. ‘노무현’ ‘도지사’ ‘진보 386’ ‘50대 초반의 젊고 똑똑한 이미지’ ‘지방분권시대’ 등이 그렇다.

김 지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을 지내며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봉하마을을 지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여권의 잠룡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뒤 더욱 승승장구하며 정치적 입지를 넓혀갔다. 하지만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수사 과정에서 연루 의혹이 드러났고, 특검 수사를 통해 재판에 넘겨졌다.

안 전 지사는 노무현 정부 초기 '우광재(이광재)'와 함께 ‘좌희정’이라고 불릴 만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다. 충남지사를 연임하며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과 함께 여권 대선후보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했으나 지난해 3월 말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의 미투폭로로 지사직을 내려놓고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됐다.

날개 없이 한순간에 추락한 두 사람은 쓸쓸히 연휴를 보낸 뒤 각각 항소심과 상고심을 준비하며 또다시 치열한 법정다툼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을 같은 법적 저울에 올려놓는 것은 무리다. 다만 깨끗함과 도덕성을 지닌 '진보의 아이콘'으로 둘을 바라봤던 대중의 신뢰에 균열이 생긴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혹한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이 정치적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다시 비상할 기회가 주어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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