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킹덤’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창 역의 주지훈이 극의 중심을 끌어간다. 무게감 있는 대사 역시 이창에게 주로 주어진다. 역병이 걸린 왕, 그리고 조학주(류승룡)와 달리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김은희 작가는 이창에게 어떤 리더십을 투영하고 싶었을까.

“제가 매번 작품마다 화이트보드판에 인물에 대해 써놓거든요. 앞으로 ‘킹덤’ 내에서 잘 표현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창에 대해서는 ‘정치란 무엇인가’라고 써놨어요. 저는 공감능력이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킹덤’은 공감대를 넓혀가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궁궐에서 책으로 읽는 세상이 아니라 눈으로 본 세상을 표현하는걸 보고싶었던 거 같아요”

넷플릭스 플랫폼에 첫 도전하다보니 김은희 작가도 난관에 봉착하는 순간이 있었다. 대개 16부작 호흡으로 드라마를 써왔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쓰다보니 러닝타임 등에 대해 전혀 다르게 접근해야 했다.

“저는 16부가 익숙한 사람이잖아요. 넷플릭스에서는 50분 미만을 선호하더라고요. 스케줄상 여러가지를 고민하다 보니까 시즌1은 16부작 드라마에 비유한다면 3부 중반까지 간 느낌이에요. 리뷰에도 이렇게 끝내버리면 어떻게 하냐는 말이 있더라고요. 이제 시즌2 촬영을 시작할 거고, 시즌1보다는 좀 더 빨리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시즌제는 작품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캐스팅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배우들의 경우에는 스케줄이 유동적이다 보니 종종 중도 하차의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작가 입장에서는 되게 힘든거죠. 마지막까지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아직까지 그런 경우는 없었는데 시즌3까지 가게 되면 그럴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주연배우들은 워낙 바쁜 분들이잖아요. 스케줄이 안된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문제 아닐까요. 시즌2에는 또 다른 인물들이 많이 들어오기도 하거든요. 조선시대에 유학을 간다는 설정은 어렵겠고, 좀비가 되던지 그 정도 아닐까요”

김은희 작가와 마찬가지로 시나리오를 쓰고, 또 감독의 입장이기도 한 장항준 감독의 반응은 어땠을까. 김은희 작가는 “대본 한줄 읽어주지 않았어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진짜 가족같은 느낌있잖아요. 힘들다고 하면 ‘남들도 힘들어’라고 말하는. 예를 들어 회의하다가 ‘아무도 안 도와줘’ 하면 ‘다 너 혼자 하는 일이야’ 이런 느낌이에요. 그렇게 툭툭 던져주는 말이 가족이구나 남편이구나 싶어요”

이제 대한민국에서 차기작이 기대되는 몇 안되는 드라마 작가 중 한 사람이 된 김은희 작가. 그녀에게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일까.

“사실 정말 꿈같은 이야기잖아요. 내가 쓴 대본이 몇백억 가까운 돈을 들여서 영상으로 만들어진다는 게, 좋은 감독과 좋은 배우가 연기를 해준다는 그 자체가 너무 뿌듯한 거 같아요.  ‘킹덤’은 절대 영상으로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넷플릭스 행사로 싱가포르 갔을 때도 김성훈 감독님이랑 ‘어쩌다 이러헤 됐지’라고 했어요. ‘싸인’을 쓰기 시작했을 때 김성훈 감독님을 만났거든요. ‘잘해봐요, 꿈을 잃지 말아봐요’했는데 ‘킹덤’을 만들고 싱가포르까지 갔으니까요”

국과수를 배경으로 한 ‘싸인’, 사이버 수사물 ‘유령’, 대통령 경호원을 소재로한 추리물 ‘쓰리 데이즈’, 미제 사건을 파헤치는 ‘시그널’ 등. 다양한 소재를 선보여온 김은희 작가가 이후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

“SF물을 해보고 싶긴 해요. 우주, 우주선이 나오는 건 아니고 한국적인 SF물이요. 빙의 드라마라고 해야할까요. 그런 장르도 기획해놓은 게 있어서 (드라마로) 써보고 싶어요. ‘시그널2’도 꼭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내년에 방영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않을까,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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