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에 이어서...

2019년 신년벽두, 천만영화 탄생 축포를 쏘아올린 영화 ‘극한직업’은 드라마틱하게 ‘천만’ 영예를 품은 감독과 배우들의 면면이 눈길을 끈다. 독립영화와 중간규모 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이병헌 감독부터 5전6기를 이룬 류승룡, 지난해 무명의 긴 터널을 벗어난 진선규, 미스코리아 꼬리표를 떼어내고 ‘천만퀸’에 등극한 이하늬 등 6인의 천만요정 탄생기를 작성했다.

◆ 류승룡

‘최종병기 활’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2년 연속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수상,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명량’으로 천만 전문 배우로 등극한 류승룡이 4년 만에 ‘극한직업’으로 다시 빛을 봤다. 충무로 류승룡 열풍은 지난 4년간 연이은 흥행 실패로 잠잠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주무기인 코미디로 다시 한번 천만 돌파에 도전했다. 류승룡은 ‘극한직업’에서 마약반 리더 고반장 역을 맡아 인간미 넘치는 치킨집 사장, 아니 형사의 매력을 뿜어냈다.

2019년은 류승룡의 해가 될지도 모른다. ‘극한직업’ 천만 돌파에 이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 해외 시청자들까지 주목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제5열’도 남아있다. ‘손님’ ‘도리화가’ ‘염력’ ‘서울역’ ‘7년의 밤’의 실패 속에서 5전 6기 신화를 써내려간 류승룡은 이제 유행어까지 낳는 배우가 됐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라는 대사는 관객들의 뇌리에 박혔다. ‘극한직업’ 천만 돌파를 이뤄낸 류승룡의 재기는 이제부터 시작됐다.

◆ 이하늬

2006년 ‘미스코리아 진’이 2019년 ‘스크린 천만퀸’으로 눈부시게 터닝했다. 서울대 국악과 출신인 이하늬는 미스코리아에서 배우로 ‘전업’한 이후 우직한 행보로 값진 결실을 맺었다. 드라마, 영화, 예능 심지어 국악공연 무대까지 넘나들며 넘치는 끼와 재능을 발휘했다. 처음에는 연기력 논란도 있었고, 흥행에서 별반 성과를 거두지도 못했다. 하지만 미모와 스마트한 두뇌, 유려한 언변에 머무르지 않고 ‘열일’과 도전 행보를 멈추지 않았고 2017년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의 숙용 장씨 역할로 팜므파탈 매력을 뿜어냈는가 하면 영화 ‘침묵’ ‘부라더’에서 간단치 않은 캐릭터를 맡아 매끄럽게 소화해내 호평을 이끌어냈다. 마침내 ‘극한직업’에서 거친 입담과 불꽃 주먹의 마약반 해결사 장형사 역을 맡아 노메이크업과 액션투혼을 불사르며 천만 관객몰이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제 그는 염정아, 고현정, 김성령 등 미스코리아 출신 여배우들 전성시대에 당당히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 진선규

‘극한직업’ 속 마형사로 분한 진선규는 코믹 그 자체였다. 관객을 사로잡는 엉뚱한 매력과 함께 이하늬와 보이지 않는 러브라인을 그려 개성있는 캐릭터 마형사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진선규는 싱글리스트와 인터뷰에서 “‘독수리 5형제’가 있어 든든하고 편안했다”며 촬영 현장을 회상했다. 실제로는 참한 성격의 진선규. 2004년 연극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를 시작해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입지를 다졌다. 학창시절 태권도, 절권도를 배워 ‘극한직업’에서 그 실력을 가감없이 뽐냈다.

수많은 영화, 드라마에서 단역, 조연을 맡았던 그가 전작 ‘범죄도시’에서 위성락을 연기해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충무로 대표 신스틸러로 떠올랐다. 2월 개봉하는 ‘사바하’부터 ‘롱리브더킹’ 등 올해 개봉 예정인 작품만 여러 개가 된다. ‘극한직업’으로 첫 천만 배우 타이틀을 얻은 진선규의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 이동휘

2013년 설 특수를 노리고 개봉한 ‘남쪽으로 튀어’로 데뷔한 이동휘는 그 당시 흥행 실패를 맛봤다. 6년 뒤 다시 설 연휴에 ‘극한직업’을 들고와 천만 배우 타이틀을 얻었다. 이동휘가 충무로에 핫한 배우로 떠오른 순간은 ‘베테랑’부터였다. 이 영화에서 유아인과 연기 호흡을 펼쳐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후 ‘뷰티 인사이드’ ‘아가씨’ ‘공조’ 등 굵직한 영화에서 조연으로 활약하며 자신의 개성을 뽐내기 시작했다.

이동휘의 연기 특징은 자연스러움이다. ‘옆집 형’같은 말투와 제스처로 관객들에게 가깝게 다가왔다. 이번 ‘극한직업’에서도 이동휘는 잠복 전담 형사인 영호 역을 맡아 평범한 옷차림에 피곤에 찌든 표정까지 완벽하게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게 했다. ‘부라더’에서 한번 호흡을 맞춘 이하늬와 케미는 일품이었다. ‘극한직업’에 이어 ‘콜’과 ‘국도극장’으로 올해 관객들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

◆ 공명

공명의 시작은 특이했다. 5인조 남자배우 그룹 서프라이즈로 데뷔했다. 이 그룹에는 서강준, 유일, 강태오, 이태환이 있다. 2013년 웹드라마 ‘방과후 복불복 시즌1’으로 데뷔한 공명은 김소은과 썸타는 풋풋한 학생을 연기해 1020대 여성 팬층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혼술남녀’ ‘하백의 신부’, 독립영화 ‘수색역’ ‘얼음강’ 등 작품을 가리지 않고 연기 열정을 펼치며 자신만의 영역을 찾아가려고 노력했다.

‘극한직업’으로 상업영화에 진출한 공명은 첫 단추부터 잘 달았다. 영화 속에서 마약반 막내 재훈 역을 맡아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여주며 단박에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애교도 부리고 폭풍 액션까지 선보여 매력 만점 재훈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싱글리스트와 인터뷰에서 “‘팀워크가 좋아요, 케미가 좋아요’라는 얘기를 할 때면 ‘얼마나 좋으면 이렇게 얘기를 할까’ 하더라. 그런데 말하는 그대로 인 것 같다”며 훈훈했던 그 당시를 추억했다. 이제 25세. ‘극한직업’에 이어 ‘기방도령’(가제) 개봉까지 앞둔 공명의 미래는 밝다.

◆ 이병헌 감독

배우 못지않은 수려한 외모와 재기발랄한 감각으로 충무로 기대주로 ‘찍혀온’ 젊은 감독 이병헌(39)은 필력과 연출력을 동시에 갖춘 인물이다. 이제 천만클럽에 당당히 입성하며 ‘차세대’ 꼬리표를 떼고 ‘현재진행형’ 감독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지난 2008년 흥행작 ‘과속스캔들’ 각색자로 주목받기 시작해 2009년 ‘냄새는 난다’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최우수 국내작품상을 수상하며 감독 ‘입봉’했다.

이후 ‘써니’ 각색, ‘힘내세요 병헌씨’ 각본·감독·제작, ‘타짜-신의 손’ 각색, ‘오늘의 연애’ 각본에 이어 2014년 청춘 코미디영화 ‘스물’ 각본·감독으로 잭팟(누적관객수 304만명)을 터뜨렸다. 2017년 ‘바람 바람 바람’의 각색·감독을 거쳐 “작정하고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겠다”고 덤벼든 ‘극한직업’(각색·감독)으로 단숨에 천만감독 대열에 합류했다. 대중이 공감할 법한 소재발굴 능력, 자연스러운 웃음을 제조할 줄 아는 에피소드와 스토리텔링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독보적이다. 막대한 제작비를 들이지 않고도 흥행력을 장착한 웰메이드 상업영화를 뚝딱 만들어내는 것은 그만의 특장점이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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