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에게 ‘킹덤’은 도전 그 자체였다. 1998년 모델로 데뷔해 현재까지 활동하면서 단 한번도 사극을 해본 적이 없었다. 때문에 스스로도 “헤어메이크업 테스트를 하는 날 쪽진머리를 보고 한참 웃었어요”라고 털어놨다.

“‘킹덤’은 제 개인적으로 리스크가 큰 작품이었어요. 시청자 분들도 배두나의 사극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이걸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죠. 그럼에도 위험부담을 안고 갈 수 있었던 건 감독님과 작가님 때문이었어요”

그렇게 도전한 첫 사극은 톤 잡는 것부터 고민이 많았다. ‘킹덤’ 시즌1에서는 거의 이창(주지훈) 위주로 서사가 흘러가는 데다, 서비(배두나)는 분량이 크지 않은 데 반해 사건의 키를 쥔 듯한 인물로 묘사됐다. 의녀라는 직업적 특성에 정의로움까지 가진 복합적인 캐릭터였다.

“서비 캐릭터를 하면서 사극톤을 포기하고 목소리톤을 높였어요. 제가 20대때랑 지금 목소리가 달라요. 풋풋한 모소리로 연기하고 싶었어요 어설픈 모습으로 시작해서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동례면 사투리써야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그렇게는 안 간다고 하시더라고요. 천민에 고아로 의원 손에 길러진 의녀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을까 싶었죠. 만나봐야 환자 아닐까? 싶었어요”

대부분의 작품에서 배두나는 거의 민낯에 가까운 상태로 카메라 앞에 서 왔다. 카메라가 좋아질 수록 여배우들에게는 그에 따르는 부담이 있기 마련이지만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를 찍을 때부터 배두나는 화장기 없는 모습을 고수해왔다.

“‘플란다스의 개’가 첫 주연작이었어요. 얼굴이 너무 뽀얗다고 쉐딩으로 톤을 낮추고, 못나보이게 하니까 연기할 때 되게 자유로워지는 거에요. 예뻐보일 필요가 없으니까 다 내려놓을 수 있게 되고요. 근데 이번엔 쪽진 머리를 보고 ‘관객들이 보면 얼마나 웃길까’ 싶었어요. 화면에 나온걸 보니까 플란다스의 개에서 본 느낌처럼 다 내려놓은 거 같더라고요. ‘나 더이상 거리낄 게 없어’ 싶어서 마음이 더 편했어요”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피부관리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배두나는 피부관리도 최근까지는 크게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원래 피부관리를 안하다가 ‘최고의 이혼’을 보고 시작했어요. 시청자한테 너무 한다 싶더라고요. 피부관리실도 다니고, 요즘 유행하는 LED 마스크도 샀어요. 배우는 시술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저는 민낯에서 나오는 힘을 믿거든요. 연기를 엄청 잘해서 두꺼운 메이크업을 연기력으로 뚫을 자신이 없어요. 사람이 감정에 따라서 나오는 얼굴색이 있잖아요. 감정신에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감정연기할때는 오열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연기는 연기력을 자랑하는게 아니라 관객을 슬프게 하는 게 목적인 거 같아요”

배두나는 쉼없이 달려온 배우 중 한 사람이다. 국내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이고 외국 활동까지. 말 그대로 ‘열일’ 행보를 보여줘왔다. 거의 공백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

“사람들이 언제까지 날 불러줄까 싶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되요. 할 수 있을때 하자하는 타입이에요. 중독? 같은건 맞는거 같아요. 운동중독이 운동을 안하면 불안하다잖아요. 저는 연기를 안하고 있으면 이래도 되나 싶어요. 요즘같은 경우는 더더욱”

‘킹덤’에서 그녀의 사극톤을 두고 일각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 배두나는 믿고 본다는 배우 중 한 사람이다. 그런 배두나에게 연기적인 갈증이 있을가.

“연기에서 성장시키고 싶은 부분요? 당연히 있죠. 연기는 진짜 어려운 거 같아요. 연기를 20년을 했다고 해서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또 잘 모르겠고…. 방심하는 찰나에 그동안 잘해왔던 것도 안되는 순간이 있어요. 저는 흉내내거나 기술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스타일이 못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항상 어려워요. 잘 하고 싶기도 하고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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