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 3일 “여성이 너무 똑똑한 척을 하면 밉상을 산다”며 “약간 좀 모자란 듯한 표정을 지으면 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친박계(첫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라인)로 분류되는 정치인이자 판사 며느리를 둔 시어머니다.

 

 

사례 2. 설 특집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으로 10일 방영된 KBS 2TV ‘본분 금메달’ 1회는 여자 아이돌 편으로 꾸며졌다. 1라운드 비주얼 유지 테스트, 2라운드 혹한 속 섹시댄스 추기, 3라운드 리액션·분노 조절 테스트가 진행됐다. 어떤 상황에서도 여자 아이돌의 ‘본분’은 예뻐야 한다는 것이 이 엽기적인 프로그램의 취지였다.

 

여성으로서 ‘무난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무리 똑똑해도 모자라 보여야 한다는 어르신의 말씀이 나온 다음날 YTN ‘시사탕탕’에 출연한 신은숙 변호사는 “똑똑하고 야물딱져 보이는 여자가 어디가면 밥 한 그릇 얻어먹기 힘들다”고 보탰다.

국회의원, 변호사와 같이 성공한 여성들이 그 자리에 오기까지 겪었을 차별과 고통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명백히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이다. 젠더를 떠나 두 사람은 사랑하는 딸에게 과연 그렇게 가르칠까. 21세기 스마트 시대를 살아가는 두 셀럽의 말말에선 중세시대, 봉건제 사회의 퀴퀴한 냄새가 풍겨난다. 가부장제 시스템의 권위를 위협하는 ‘똑똑한 여성’ 포비아의 질긴 생명력이 감탄스러울 정도다.

 

 

‘본분 금메달’은 여자 아이돌이라면 가학적인 상황에서도 예쁜 표정을 지어야 하며, 상대방의 행동에 무조건 리액션을 크게 취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오랜 세월 사회와 가정에서 여성을 향해 요구했던 항목들이다. 이를 3명의 남성 MC와 카메라 감독들이 평가한다. 철저히 남성중심의 시선으로 여성을 재단한 셈이다.

이렇듯 버젓이 여성을 대상화하는 행태가 대한민국 공영방송에서 무시로 전파를 탄다. 남과 여,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비하의 말들이 실효성 있는 조언이랍시고 횡행한다. 우리 사회의 인간에 대한 예의, 양성평등 지수는 정녕 막장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걸까. 입맛이 씁쓸하다.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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