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SKY 캐슬’에서 김혜나가 사망한 직후부터 시청자들의 관심은 급격하게 범인이 누구인지로 쏠리기 시작했다. 많은 추측이 난무했고, 스쳐가는 장면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할 정도로 김혜나 추락사건의 범인 찾기가 마치 시청자들의 문화처럼 자리매김했다.

“혜나가 누군가에 의해서 후반부에 죽는 건 알고 있었지만 범인은 몰랐어요. 대본을 받으면 받을 수록 계속 누가 범인이지 했던 거 같아요. 범인을 알게된 순간에도 ‘이 사람이 범인이라고? 의외인데?’ 했어요. 출연하는 배우들도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대본을 받아도 다음화가 궁금하고, 다음주 방송이 기다려지고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더라고요”

시청자 연령층이 폭넓었던만큼 이제 김보라를 알아봐주는 사람들의 저변도 넓어졌다. 웹드라마에 익숙한 10대가 과거 김보라를 알아보는 팬층이었다면, 이제는 어머님 아버님 연령대도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해준다. ‘혜나’가 아닌 ‘김보라’로 기억되고 싶겠다는 말에 김보라는 “저는 지금이 너무 좋아요. 대중에게 몰입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서 역할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이 됐어요”라고 전했다.

인터뷰 당일은 마침 ‘해피투게더4’ 두번째 방영이 되는 날이었다. 예능을 해보니 어떠냐는 말에 김보라는 “이걸 계기로 연기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역할로 나간 게 아니라 ‘김보라’로 나가니까 너무 부끄럽더라고요”라고 털어놨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하게 예능의 파급력을 경험하기도 했다.

“‘김보라 언니’가 실시간검색어 1위에 올라서 깜짝 놀랐어요. 언급한 사람은 난데 왜 언니가 뜨지 싶었어요. 그리고 한편으로 되게 불안했죠. 나는 상관없는데 내 주변인들에게는 피해가 안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크거든요. 동희가 ‘누나네 누나 실검 1위야’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큰언니한테는 빨리 SNS 정리하라고 했어요. 고등학교때 어떤 사이트에 가족 사진이 올라가서 너무 충격을 받았거든요. 연예인이라는 이미지는 대중한테 끝없이 평가를 받으니까 내가 감수해야할 점이라고 생각하는데 가족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나로 인해서 가만히 있는 사람들이 평가를 받는게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왠만하면 언급을 안 하려고 노력해요”

황우주 역의 찬희만큼이나 김보라가 가장 많은 신을 함께했던 배우는 바로 강예빈 역의 이지원이었다. 아역시절을 거쳐온 김보라이니만큼 본인의 어린시절이 떠오르지는 않았을까.

“옛날 생각이 안 났어요. 그 친구들이 정말 너무 잘했거든요. ‘얘는 얼만큼 더 성장할까’ 제가 기대가 될 정도더라고요. 제 신을 찍기 전에 수한이랑 예빈이가 촬영하는 걸 봤는데 연기를 너무 잘해서 ‘이 친구들은 몇살이에요?’ 물어봤어요. 예빈이는 이제 해를 넘겨서 중학생이 된 거잖아요”

김보라는 드라마에서는 상극인 강예서 역의 김혜윤과 ‘SKY 캐슬’ 촬영 동안 가장 친해졌다고 털어놨다. 이제는 같은 소속사 식구가 되기도 했고, 인터뷰 전날 저녁식사를 함께 했을 정도로 ‘현실 절친’이 됐다. 물론 다른 신아고 친구들도 예외는 없었다.

“종방연에서 적당히 즐겁게 취했던 거 같아요. 사실 신아고 친구들이랑 다같이 새해를 맞이 했거든요. 12시 되자마자 찬희한테 전화를 해서 얼굴 비치고 가라고 했어요. 찬희가 올해 20살이라 성인이 한명 더 늘었죠”

즐거운 기억이 가득한 ‘SKY 캐슬’ 촬영이 끝나고 이제 김보라는 웹드라마 공개를 앞두고 있다. 자연스레 차기작을 검토해야 할 시간이 다시 찾아왔다. 다음 행보를 묻자 김보라는 “오디션을 또 열심히 봐야죠”라고 밝혔다

“15년 동안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오디션을 봐서 작품에 들어갔어요. ‘SKY 캐슬’도 오디션을 봤죠. 감독님이 저를 혜나로 뽑으신 이유요? 물어본 적은 없는데 촬영장에서 ‘압도적인 분위기와 카리스마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씀하셔서 너무 부끄러웠어요. 그래도 그런 부분이 혜나한테 좀 어울리지 않았나, 그래서 내가 혜나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많은 응원을 받아서 아쉬운 마음보다는 마냥 좋은 마음으로 떠나 보낼 수 있게 됐다는 ‘SKY 캐슬’. 배우 김보라에게 김혜나는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

“인간 김보라에게도 좋은 영향을 줬던 씩씩하고 당찬 친구인 거 같아요. 혜나한테 많이 벗어 났는데 문득 혜나를 생각하면 이상하게 좀 아련하더라고요. 마지막 방송 보면서도 마냥 재미있고, 마냥 마지막회라는 생각만 할 줄 알았는데 되게 짠했어요. 이미 혜나는 죽었고, 많은 분들이 화목하게 끝났는데 그게 너무 슬프더라고요. 혜나의 모든 과정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겪었던 사람이 김보라이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더 컸던 거 같아요”

사진=싱글리스트DB(라운드테이블 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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