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서 이어집니다.

Q. 김향기와 17년만에 호흡이다. 사실상 첫 호흡인 셈이다.

A. 인연의 연결 고리일 뿐이지 지금 향기와 그때의 향기는 비교할 수 없다. 현장에서 향기씨가 어머니한테 들은 이야기를 전해줘서 나도 깜짝 놀랐다. 그 이야기 들었을 때는 감회가 새로웠다. 사실 향기씨 작품을 보면서도 나랑 저 친구랑 그런 인연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봤다. 그 이후에는 마냥 어린아이처럼 보이지만은 않았다. 현장에서는 동료 배우다. 지우를 표현하는 프로였다. 그 향기를 고대로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우아한 거짓말'이나 '신과 함께' 시리즈를 보면 눈빛이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숙한 생각을 가질 법한 눈빛을 가진 배우라 생각한다. 진지하고 사고가 좀 더 성숙한 방향인 것 같다. 진지하고 말수도 적고. 자신이 맡은 배역이 사회에 노출 됐을 때 사회의 영향까지 고민하는 바람직한 자세를 갖고 있는 배우였다.

Q. 순호가 지우를 만나면서 성장한다. 지우는 처음엔 순호를 피했지만 점차 마음을 열어가게 된다. 김향기와 호흡하는 신이 많았는데 특별히 설정했던 부분이 있는지.

A. 순호가 지우에게 영향을 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우가 순호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이다. 둘의 관계를 전혀 설정 안 하고 현장에서 지우(김향기)를 대했다. 지우가 하는 행동들을 바라보면서 느껴지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그게 지우가 순호에게 미치는 영향이라 생각했다. 

그게 순수한 반응이라 생각했다. 그 순수가 미치는 영향의 힘을 고스란히 받은 것이 순호의 리액션이다. 지우가 얘기하는 걸 듣고 바로 웃는 모든 장면은 지우 덕분에 만들어진 것이다. 지우라는 순수한 존재가 한 어른을 성장시켰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대사가 그래서 더 중요한 것 같다.

Q. 지우와 만나면서 자폐스펙트럼에 대해 공부하는 모습이 나온다. 영화 촬영 전 '자폐'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지. 어떻게 바뀌었는지.

A. 자폐를 가진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 영화는 다른 영화들과 다른 시각으로 다룬 것 같다. 존재가 아니라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중점을 뒀다. 그것을 들여다 보려는 영화다. 캐릭터가 갖고 있는 드라마틱한 부분을 영화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다.

자폐는 특성에 따라 다르다. 우리도 그런 다큐를 접할 기회가 있다. 흔히 발달 장애라고 말하지만 다른 극대화된 능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인간은 위대하고 놀라운 존재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다른 모습이라는 이유로 발달 장애라는 표현으로 쓴다. 사실은 엑스맨에 나오는 슈퍼 히어로들이 결핍 때문에 극대화돼 초능력으로 발달된 초능력자다. 부제한 단점을 극대화해서 보는 것이 다수의 버릇이라 생각한다. 온전히 더 아름다운 일원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너무 뛰어난 능력들을 가진 친구들이 많다.

Q. 연출, 제작, 감독까지 경험해 본 입장에서 '증인' 같은 영화는 많이 제작되지 않는다.

A. 무엇이든 시류가 있다. 결국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은 시대의 요구를 담는 작업들이라고 선행되는 것이다. 지금같은 시기에는 자신을 되돌아보거나 돌보거나 주변을 보듬는 영화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사회 자체가 누군가에게 보듬을 받고 싶은 세대다. 의식 강요에 대한 피로도가 있기 때문에.

Q. 감독 정우성으로는 언제쯤 만날 수 있는지.

A. 연출, 제작하는 입장일 때는 캐릭터 안에서의 의미는 충분히 담으려고 하는 것 같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다. 올해 감독 입봉하려고 계획 중이다. 늦어도 내년에는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준비가 되면 계획대로 진행될 것 같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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