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넘어 정적 속의 출판계에서 김영훈(43) 대표는 4년째 남다른 아이디어와 기획력으로 1인 출판의 나이테를 단단하게 감아오고 있다. 20대부터 음악과 마케팅, 기획과 출판의 고리를 한 번도 놓지 않았기에 가능한 맷집이다. 그가 책을 통해 설명한, 삶의 5가지 단서.  

1. 누적판매 4만부, 5종의 책을 만들어냈다

판매되고 있는 책은 16권이다. 5000부 이상 판매된 책만 2종(‘호텔리어 로렁의 시선’ ‘처음 읽는 한문’)이다. 여러 곳을 옮겨 다녔다. 음악을 좋아해서 필명으로 음반의 속지를 쓰는 등 음악컬럼니스트로도 살았고, 생각의 나무라는 출판사에선 온라인 홍보를 맡았다. 여기서 김훈 작가, 손철주 학고재 편집주간을 모셨다. 오픈하우스에서 공지영 작가와 인연을 맺었고 출판사를 창업했다. 

2. 책은 20년 동안 꾸준히 내게 물들어왔다 

출판사에서 잔뼈가 굵어야 창업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런 저런 일을 하면서도 꾸준히 책을 접해왔고 축적된 상태였다. 기획, 마케팅이 필요한 곳에서 나를 찾았고 책과 컴퓨터, 음악이라는 방식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냈는데 그게 적중했다. 책은 언제나 내게 중심이었고 출판사 창업도 자연스러웠다. 어떤 일을 진지하게 이뤄내면 다른 일도 잘 할 수 있다. 반대로 어떤 일에 함몰돼있다면 다른 일도 잘 못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3. 책이란 혼자 만들 수 있는 작업물은 아니다 

1인 출판의 장점은 당연히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낮시간 동안 중요한 공연을 봐도 된다. 한 명 뽑으려고 생각 중인데 직원 눈치를 보게 될까봐 걱정이다. 이건 (싱글인 내게) 결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혼자인 장점이 크지만 단점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기획부터 출간까지 혼자 하는 과정이 맞지 않는다. 분업해서 공략해야 잘 만들어진다. 

4. 책은 그 책에 대한 확신을 가진 한 사람이 밀고 나가는 것이다 

회의나 토론을 통해 책이 나온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회의는 확신이 없을 때 책임을 떠넘기는 과정이 아닐까. 니체의 ‘확신은 거짓말보다 위험하다’(‘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중)는 말을 맹신한다. 확신이 있는 누군가를 따라 나머지가 힘을 모으는 과정, 이런 형태가 적당하다고 본다. 

5. 나의 삶은 문장을 찾아가는 과정 

‘에로스의 종말’을 쓴 한병철 선생은 “좋은 책은 얇거나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말하지 않아도 전달될 때 가장 좋은 문장이라는 것이다. 일종의 경지인 셈이다. 또 좋은 문장이란 자기 생각을 바르게 적는 것이라 했다. 출판을 통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건 좋은 문장을 찾는 것이다. 

에디터 안은영 eve@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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