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으로 인해 활동을 중단한 배우 최일화가 출연한 저예산 영화 ‘어쩌다, 결혼’(감독 박수진 박호찬) 제작진이 2차례 개봉 연기 끝에 오는 27일 상영을 앞두고 고개를 숙였다.

‘어쩌다, 결혼’은 지난 2017년 9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촬영됐다. 당시에는 최일화의 미투 문제가 전혀 대두되지 않은 시기였다. 그러다가 2018년 초 최일화가 미투 당사자로 지목돼 활동중단 발표를 했다.

원래 지난해 봄 개봉을 하려했던 ‘어쩌다, 결혼’은 최일화의 출연 분량을 통편집하거나 재촬영을 하지 못한 채 1년이 지난 지금에야 개봉하게 됐다. 이에 제작사인 BA엔터테인먼트 측은 18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진심으로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제작진은 “할 수 있는 선까지 최일화씨 분량을 최대한 편집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인물이 맡은 역할이 주인공의 아버지인 만큼 이야기 전개에 지장을 주는 장면까지는 편집하지 못했습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사의 결정으로 상처 받았을 모든 분들에게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BA엔터테인먼트는 “‘어쩌다, 결혼’은 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해 저예산 및 다양성 영화 육성을 목적으로 기획됐다. 충무로의 신인 감독과 신인 배우들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라며 “함께 뜻을 모은 상업영화 스태프들과 중견 배우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했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부연 설명했다.

제작사는 미투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 결과, 재촬영 외에 뚜렷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으나 이를 위해 스태프, 출연진을 다시 모이게 만드는 것은 이들의 스케줄과 제작 여건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순제작비 4억원으로 만든 저예산 영화의 특성상 제작비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해 재촬영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신인 감독 및 배우 발굴이라는 영화의 취지를 살리고 소중한 작업에 동참해준 분들을 위해 더 이상 개봉을 연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최일화 배우의 복귀나 활동 재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개봉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 바라며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제작진과 관계자 모두는 미투운동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어쩌다, 결혼’은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 결혼을 꼭 해야만 하는 성석(김동욱)과 가족의 압박에서 벗어나 나만의 인생을 찾고 싶은 해주(고성희)가 맞선자리에서 만나 3년간 계약결혼하기로 합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황보라 김의성 임예진 염정아 조우진 김선영 이준혁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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