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스폰서 문제가 최근 재점화된 가운데 tvN 드라마 ‘시그널’이 극중 봉인됐던 재력가의 스폰서 스캔들을 들추며 현실의 사이렌을 울리며 자체 최고시청률(8.612%)를 경신했다. 세 주인공(김혜수 이제훈 조진웅)이 과거와 현재를 조응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호쾌했고, 연기지망생을 유린한 스폰서는 죗값을 받았다. ‘시그널’이 소환한 연예인 스폰서 스캔들의 면면들.   

 

 

 

비정하고 이기적인 남자 vs 실낱에 지탱하는 여자 

한세규는 법조계 실력자인 아버지를 둔 황태자다. 겉으론 예의바르고 잘생긴 도련님이지만 마약과 알코올 중독에 물든 망나니다. 친구들과의 섹스파티에 따라 들어온 신다혜에게 호감을 느끼고 완력으로 성추행을 하고 이 장면을 파티에 온 재벌 친구가 촬영한다. 

신다혜는 붓꽃처럼 고아한 배우 지망생이다. 알바에 연기연습에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소속사 대표의 알선으로 한세규의 섹스파티에 가게 된다. 비디오를 되찾으려던 신다혜는 얼결에 한세규의 보석에 손을 대고 이것이 정치스캔들로 비화한다. 

 

 

 

남자를 압박하는 숙주들 vs 여자를 기억하는 사람들  

한세규는 많은 숙주를 거느리고 있다. 전화 한 통이면 꽃같은 연예인들을 대동하는 연예 기획사의 대표, 한세규의 섹스 비디오를 빌미로 사건 청탁을 하는 비열한 친구, 난삽한 사생활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옥죄는 전담 변호사와 별장관리인과 운전기사- 한마디로 하수인들. 그들은 한세규를 경멸한다. 

신다혜는 그날 이후 죽은 듯 살았다. 하지만 기억만은 시간이 갈수록 생생했다.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에 의해 사건은 다시 부활했고, 과거의 자신을 지운 채 불행하게 살아가던 그녀에게 힘겹지만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이름없는 연기지망생을 기억하고 사랑하면서 잊지 않아온 사람들의 힘이다.   

 

 

 

부익부빈익빈의 현실 vs 권선징악의 드라마 

힘을 가진 세력이 나약한 개인을 짓밟는 경로는 다양하다. 이 경로에서 궁지에 몰릴 때 ‘쥐도 막다른 골목에선 고양이를 문다’ 거나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속담이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부와 가난, 남자와 여자로 이분될 때 약자는 속수무책이다. 일반적인 배틀이 아니라 폭력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20년 후 신다혜는 자신을 유린한 한세규의 앞에 나타난다.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어 침대에 내동댕이쳤던 그날의 화풀이는 하지 못한다. 남자는 20년 전보다 더 추악하고 냄새나는 괴물이 되어 있었으므로. 대신 다른 방식으로 갚는다. 한세규는 손목을 묵직하게 감는 수갑과 함께 죽을 때까지 악몽에 시달릴 것이다. 이것은 드라마다. 

 

에디터 안은영 eve@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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