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 뉴스] <일요일 오후 1시 연남동 코오롱 하늘채 아파트 앞> 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에 카톡으로 번개 시간 장소가 정해졌다. 각각 경기도 의정부와 수지, 목동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 아니 싱글남녀 3인의 연남동 투어가 이뤄졌다.

 

Step 1. 서울 마포구 홍대 일대와 연희동 사이에 낀 연남동은 2000년대까지 한적한 주택가이자 화교 중심지였으나 2013년 공항철도 홍대입구역 개통과 서교동 지역 임대료 상승으로 젊은 예술가와 요섹남녀들이 대거 몰려들며 순식간에 힙 플레이스로 떴다. 뉴욕 맨해튼 소호의 가난한 예술가들이 임대료에 밀려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로 이주한 것과 비슷한 풍경이다.

Step 2. 공항철도 홍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은행나무 숲길의 자그마한 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연남동의 시작이다. 잔디밭에 앉아 맥주를 마시거나 원반던지기를 하는 대학생과 외국인, 유모차를 밀며 산책하는 젊은 부부, 손을 잡고 철길 위를 거니는 연인의 얼굴에 평화로운 웃음이 번진다.

Step 3. 경의선이 지나던 철길 주변으로 공원이 조성돼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따온 ‘연트럴 파크’로 네이밍되는가 하면 동네를 관통하는 2차선 도로 주변과 골목엔 맛집, 카페, 바, 게스트하우스, 숍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특히 골목길 사이로 들어가면 예술가들이 꾸민 개성 넘치는 복합문화공간이 눈에 띈다.

Step 4. 철길 따라 걷다보면 삼거리가 나온다. 돈까스와 순대국이 일품인 허름했던 기사식당이 호화롭게 변신해 있고, 오른편 프랑스 포장마차 ‘드 꼼뜨와’에선 7000~19000원의 가격으로 브루스게따, 토마토·호박 파르시, 돼지안심 라따뚜이, 프랑스식 수육인 슈크르트, 새우요리인 감바스 알 하이요가 유명하다네. 다음엔 여기서 뜨뜻한 뱅쇼를 먹어야지 하곤 패스.

Step 5. 홍등이 주렁주렁 걸린 ‘대만야시장’엔 늘 대기 손님 행렬이 이어진다. 대만인 3세가 주인이라는데 탕수육, 도시락, 물만두, 비단두부, 대만식 라면 등 여러 가지를 시켜놓고 칭따오 맥주로 배를 채우곤 한다. 앞서 들렀을 때 가격은 매우 저렴하나 시끄럽단 것과 음식이 짰던 게 기억.

Step 6. 대만야시장을 지나 도로가 ‘ㄴ’자로 휘어지는 곳엔 ‘폭풍간지스낵’ 연남본점이 있다. 가게 정중앙에 걸린 액자 속 ‘인생은 맵다’처럼 매콤한 자장 떡볶이가 중독성 강하다. 순대, 튀김, 생맥주를 곁들여 먹으니 대에~박. 가게 옆에 있는 지하 펍 ‘굿넥’ 앞 걸상에 앉아 담배를 태운 뒤 다시금 슬렁슬렁.

 

Step 7. 런던의 브릭레인 마켓을 연상케 하는 동진시장은 원래 재래시장이었으나 최근에는 젊은 예술인이 자신의 창작물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시장을 찾아가면 작가가 직접 그려주는 그림이나 팔찌 같은 수공예품, 판매자가 바로 만들어 주는 먹거리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시장을 지나면 실험적인 작가들의 작품 전시장이자 공연장인 ‘플레이스 막&막사’가 나온다.

 

Step 8. 연남동 주민센터 지나 중앙 화단이 있는 골목에선 연중 몇차례 일요일 오전 11시~오후 5시 벼룩시장이 열린다. 젊은 예술가, 동네 주민, 일반인들이 가져온 각종 물품들로 좌판이 펼쳐진다. 의류, 액세서리, 화분, 아트케이스, 헌책과 LP, 지갑과 핸드백, 신발, 도자기 등 종류가 다양하며 식품 판매대에서의 향이 후각을 자극한다. 만원에 카스 수납이 되는 아이폰6 케이스 득템. “슬라이딩 기능이 빡빡해 대량 생산되진 못했다”는 주인장 솔직 고백에 빵!

Step 9. 연남동 붐을 지폈던 태국 음식점 ‘툭툭 누들타이’와 ‘소이연남’, 수제 맥주점 ‘크래프트 원’을 일별한 뒤 ‘인간극장’에서 방영돼 유명세를 탄 이탈리안 레스토랑 ‘까사 디 노아’를 거쳐 들른 곳은 ‘연남동 701’. 크림 생맥주와 돼지숙주볶음, 바지락 짬뽕이 맛깔나다.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2차(음식으론 3차)는 꼬치구이 전문점 ‘하루’로. 오사카에서 기술을 연마해온 오너 셰프 2인의 손맛이 만만치 않다. 관광차 온 일본 여성 2명도 놀라워하며 엄지척.

 

Step 10. 10대 후반부터 20대 후반까지 살았던 조용한 동네 연남동. ‘홍대로 놀러가기 편한’ 정도였던, 탤런트 최불암 김민자 부부 정도가 지역 셀러브리티였던 이곳의 놀라운 변화상에 명치끝이 아려온다. 집이라도 사둘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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