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스폰서 문제가 최근 재점화된 가운데 13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시크릿 리스트와 스폰서- 어느 내부자의 폭로’를 방영했다.

 

 

걸그룹 타히티의 멤버 지수(22)가 SNS를 통해 스폰서 제안을 한 사람을 처벌해달라고 경찰에 고소한 사건이 도입부를 장식했다. 이어 제보자 박종국(가명)이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된 연예인·지망생들 사진과 프로필, 통화 녹음과 입금내역 등 커넥션의 전모를 줄줄이 밝혔다.

비밀스럽게 진행되는 스폰서 과정은 다음과 같다. 정재계 인사, 대형 건설회사 대표·대기업 이사·병원장·성형외과 의사·재벌 2~3세 등 재력가들이 네이버 검색 등으로 대상을 찍어 의뢰해오면 넓은 인맥을 보유한 브로커는 프로필과 사진을 보내준다. 타깃은 주로 신인 연기자, 연습생, 연예인 지망생.

사전 ‘초이스’가 이뤄지면 브로커는 양측의 만남을 주선한다. 티타임이나 식사 상대, 섹스 파트너, 숏타임 혹은 롱타임 등 만남의 형태와 시기는 각양각색이며 정기 만남이 성사되면 ‘관리’에 들어간다.

 

 

인지도 있는 연예인일 경우 월 3~4회씩 6개월에 걸쳐 4억5000만원에서 5억원을 받는가 하면, 하룻밤에 1000만~1200만원 선으로 가격 책정이 이뤄진다. 만남은 국내뿐 아니라 남들의 눈을 피해 해외(마카오, 홍콩 쇼핑투어 등)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된다.

브로커들은 ‘상품’을 확보하기 위해 전방위로 촉수를 뻗친다. 강남 미용실 한켠에서 이뤄지는 면접에서 키, 몸무게, 가슴 사이즈를 묻는가 하면, 모 연예기획사 대표는 오디션 도중 신체부위를 만지며 스폰서에 응할지 여부를 타진한다. 모델사이트에 대놓고 고액 알바 광고글을 올리기까지 한다.

유혹에 접한 연예인, 연습생, 지망생들의 육성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한 모델은 고2 때 스폰서 제의를 거절하자 “멘탈이 안 돼 있는데 너에게 뭘 믿고 투자하겠느냐”란 핀잔을 들었다. 연예인 지망생 이예지(가명)는 50~60대 기업회장의 도움 제안에 직면한 뒤 “거절했으나 강렬한 유혹이었다”고 고백했다.

18세 연기자 지망생 신은비(가명)는 “연예인은 사람이 아니라 상품이구나 싶었다”며 “성 상납해야 성공하고 TV에 나올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생활고로 인해 스폰서와 관계를 맺어왔던 무영 연기자 정수진(가명)은 눈물을 내비쳤다.

 

 

브로커들의 실체도 드러났다. 2014년 유명 여배우 성매매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지난해 2월 출소한 스티브 리는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연예인들이 ‘오빠 나 돈 떨어졌어’ 하고 연락해올 경우 돈이 필요한 사람과 돈이 남아도는 사람을 소개시켜줬고, 감사의 표시를 받았을 뿐”이라고 강변했다. 정재계 인사들의 욕망 충족을 도맡아 관리해온 전직 고급요정 마담은 ”정치인들은 몸만 움직이고, 재계 사람들이 대납해준다. 또 다른 스폰서다”고 폭로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이번 편을 준비하며 활동 중인 연예인 1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0.2%가 “성접대 제의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는 연예계를 중심으로 스폰서 행위가 창궐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돈으로 성을 사는 자(스폰서), 파는 자(연예인), 알선하는 자(브로커)들이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구축한 ‘그들만의 리그’는 갑을관계 심화, 성적 착취, 인권 후퇴 등 사회적 폐해를 양산한다. 특히 자본과 권력을 앞세워 ‘스타의 꿈’을 이용, 유린하는 것은 도덕적 붕괴의 단면인 동시에 문화강국 이미지에 치명타를 날린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은밀한 리스트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사법당국의 신속한 확인, 관련 법 개정 및 형량 강화를 촉구하며 아쉽게 방송을 마감했다.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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