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강동원 주연의 범죄 오락영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이 천만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검사외전’은 주말인 13일 54만8321명(1644개 스크린)을 모아 누적관객수 753만3676명을 동원했다. 2016년 첫 천만영화 탄생 예측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무서운 흥행세와 더불어 탄생한 키워드 4가지.

 

 

1. 흥행외전

투자배급사 쇼박스의 막강 배급력, ‘쿵푸팬더3’를 제외하곤 강한 경쟁상대가 없었던 점, 강동원 파워에 힘입어 개봉(3일) 시점부터 폭발적인 흥행이 이뤄지며 ‘흥행외전’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화룡점정은 설 연휴 기간이었던 9일. 117만4703명을 동원했다. 하루에 100만명 이상 관람한 작품은 ‘명량’(2014)과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밖에 없었다. ‘검사외전’의 기록은 ‘명량’(125만7380명)에 이어 역대 2위다.

또한 역대 설 연휴가 사흘에서 닷새까지 차이가 있지만 이 기간 300만명 이상 동원한 작품은 ‘검사외전’이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나흘 연휴 동안 217만명의 ‘수상한 그녀’(2014)가 최고였다. ‘검사외전’의 흥행 덕에 올 설 연휴 극장을 찾은 관객은 670만6416명으로 역대 설 연휴 최다를 기록했다.

 

 

2. 스크린 독과점

국내 스크린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424개. ‘검사외전’은 설연휴 닷새(6~10일)간 하루 최대 1806개 상영관을 확보하며 전체의 75%에 가까운 스크린을 차지했다. 상영 횟수는 4만5147회로 전체의 51.8%에 달했다. 관객수는 476만4038명(매출액 점유율 71.5%)에 이르렀다.

‘검사외전’의 스크린 독점으로 인해 다양성영화 ‘캐롤’ 등의 수작들이 상영관을 구하는데 애를 먹었고, 일부 CGV상영관에선 예매 관객에게 전화로 취소를 종용하며 ‘쿵푸팬더3’를 ‘검사외전’으로 바꿔 상영해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독과점 논란을 둘러싸고 “수요와 공급에 따른 자본논리” “매년 흥행작에 뒤따르는 진부한 논쟁” vs “상생과 공존에 위배” “관객의 다양한 선택권 박탈” 의견이 맞섰다.

 

 

3. 싱글플렉스

'말아톤' 정윤철 감독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명절 때 ‘검사외전’이 9일 하루 매출의 70% 이상을 가져갔다”며 “이는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멀티플렉스가 아니라, 한 영화만을 볼 수 있는 싱글플렉스”라고 성토했다.

이어 “대형마트가 재래시장을 경쟁에서 낙오시킨다고 했을 때 휴일을 쉬게 한다든지와 같은 조치를 취해 상생 효과를 내지 않느냐”며 “한 영화가 배급·유통을 독점하는 현실은 다른 영화가 살아남기 힘든 구조이기에 상생을 위해서라도 법적으로 쿼터 등의 규제조치를 마련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 강동원 장르

지난해 ‘검은 사제들’ 당시 ‘기승전 강동원’ 리뷰가 SNS를 떠돌 때부터 강동원 파워는 예고됐다. 어떤 남자배우도 대체하기 힘든 비현실적인 외모, 디오르 옴므 패션조차 소화할 수 있는 긴 팔다리, 영화 외에선 접하기 어려운 신비함은 ‘검은 사제들’에 이르러 “영화에 어떤 결함이 있어서 강동원 때문에 용서된다”는 현상을 만들어냈다.

‘검사외전’에서 전과9범의 꽃미남 사기꾼 치원을 맡은 강동원은 걸출한 배우 황정민보다 ‘쎈’ 영향력을 발휘했다. 영화의 완성도 부족 비판마저도 뒤덮었다. 간지 작렬의 수트발, 죄수복발부터 선거운동원 허슬춤, 경상도 센트 영어, 달달한 제비족 멘트에 이르기까지 물 만난 고기처럼 코믹연기를 대방출하며 ‘검사외전=강동원 장르’란 용어를 탄생시켰다.

잘생김만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풍부한 표정으로 캐릭터를 살려내기에 여성팬들은 “강동원의 주먹만한 얼굴이 닳아 없어지지 않는 한 그를 좋아할 것”이라며 거침없이 티켓을 샀다.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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