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나 집안 행사가 있을 때 할머니 댁에 가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심심한데 할머니는 매일 뭘 하시면서 시간을 보낼까. 온통 산과 논 밭뿐인데. 하지만 그 대답이 바로 '칠곡 가시나들'에 있다.
평균 86세 경북 칠곡군 약목면 복성 2리 박금분, 곽두조, 강금연, 안윤선, 박월선, 김두선, 이원순, 박복형 할머니들은 '배움'으로 하루하루가 즐겁다. 그들은 여전히 열정과 희망을 안고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다.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의 표본이다.
27일 개봉 예정인 '칠곡 가시나들'은 인생 팔십 중에 한글과 사랑에 빠진 칠곡군의 일곱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다.
영화는 읍내 곳곳의 간판을 읽는 할머니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닭집부터 쌀집 간판까지 집에 돌아가는 길에도 복습은 이어진다. 할머니들은 수업 시간에도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받아쓰기하면서 옆 사람 것을 고대로 보고 써 같이 틀리기도 하고, 포도를 '표도' '보도' 등으로 적으면서도 여전히 웃음 가득하다. 배움학교에서 수업 이후에는 각자 집에서 공부한다. 게다가 시(詩)까지 작성하며 그날 하루하루, 찰나의 감정을 기록한다.
할머니들이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마을 경로당에 모여 10원짜리 고스톱을 치기도 하고, 국수를 준비해 함께 식사도 한다. 운동기구의 사용 설명서를 읽어가며 기구도 사용해본다. 운동하다 바닥에서 나물을 발견하면 곧바로 나물 캐기로 넘어가기도 한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할머니들은 그 누구보다 행복한 '욜로 라이프'를 즐긴다. 이런 모습들은 소소하게 웃음 짓게 한다.
곽두조 할머니는 노래자랑에 나가고 싶어 예선을 직접 신청했다.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를 열창했으나 아쉽게도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할머니들은 시무룩한 곽 할머니에 "우리한테는 형님이 일등이다"며 위로한다.
배움학교에서는 '나의 평생 소원은 한글 공부요. 아들 딸 손자 손녀 이름 쓰는 것'이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선물했다. 한 할머니는 한글을 배운 후 아들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써서 우체국에 가서 보낸다. 편지를 받은 아들은 놀랍고 감사한 마음에 답장을 보내 뭉클함을 안기기도.
할머니와 손자가 나란히 상을 펴고 앉아 한글 공부를 하는 모습은 묘한 감정을 안긴다. 할머니 손자는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가 배움이 빠르다. 할머니는 자신보다 빨리 실력이 향상되는 손자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처음 '칠곡 가시나들'이란 영화 제목을 접했을 당시, 노년의 아픔을 담았나 생각했다. 여느 시골과 못지않은 전원 속 할머니들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칠곡' 할머니들은 한글을 배우며 욜로(YOLO,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 삶을 살고 있다. 이에 영화는 시종 흥미롭고 즐겁다. 장기하의 얼굴들과 바버렛츠의 목소리가 영상과 어우러져 경쾌하고 밝음을 더했다.
일제강점기 민족말살정책으로 인해 30년대생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한글을 배울 수 없었다. 하지만 '칠곡 할머니들'은 늦게라도 한글을 배우며 열정을 드러낸다. 딸네 집에 갔다가도 수업이 있는 날이면 집에 돌아온다. 배우는 데에서만 그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한글 읽는 즐거움으로 복습한다. 응용해 편지와 시까지 쓰며 '한글공부'를 즐거움으로 승화시킨다.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모습, 할머니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보고 있으면 마치 유치원 교실을 보는 듯한 느낌도 난다. 틀려도 즐겁고 맞으면 좋다. 선생님은 틀린 것을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다'며 웃으며 정확히 다시 한번 알려준다. 그 속에서 할머니들의 순수함이 가장 아이들과 닮았다. '엄마'를 그리워하며 스케치북에 담기도 한다.
한편 '칠곡 가시나들'은 2월 27일 개봉한다. 전체관람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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