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영화인들의 최대 축제인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막을 내렸다. 작품상의 영예를 안은 영화는 ‘그린 북’이었다. ‘그린 북’은 작품상, 남우조연상(마허샬라 알리), 각본상 등 3개 부문 수상하며 오스카의 주인공이 됐다. 24일(현지시각)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알아본다.

사진='그린 북' 포스터

# ‘그린 북’ 작품상, 오스카의 선택은 ‘인종차별’

올해 오스카는 ‘인종차별’에 시선을 돌렸다. ‘그린 북’이 오스카 바로미터인 미국제작자협회 작품상을 받으며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영국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거머쥔 ‘로마’의 기세는 남달랐다. ‘로마’는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오스카 역사상 최초로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이 작품상을 받는 순간을 고대했다. 하지만 ‘그린 북’이 이런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2013년 스티브 맥퀸 감독의 ‘노예 12년’을 시작으로 지난 6년간 ‘인종차별’ 그리고 흑인배우들이 주를 이루는 영화가 ‘그린 북’까지 합쳐 3번(‘문라이트’ 포함)이나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올해 그래미 어워드에서도 인종차별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 차일디쉬 감비노가 4관왕에 오르며 시상식 주인공이 됐듯 오스카도 인종차별을 다룬 영화에 한표를 던졌다.

주요부문인 각본상과 각색상만 봐도 그 흐름을 알 수 있다. 각본상은 ‘그린 북’, 각색상은 ‘블랙 클랜스맨’이 받았다. 스파이크 리 감독의 ‘블랙 클랜스맨’은 백인우월집단 KKK를 파헤치는 흑인형사와 백인형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에 남녀조연상 부문에서 흑인배우들이 수상(남우조연상 마허샬라 알리, 여우조연상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 레지나 킹)해 ‘블랙 파워’를 실감케 했다.

사진='보헤미안 랩소디' '블랙 팬서' 포스터

# ‘보헤미안 랩소디’ 4관왕, 최다 부문 수상 영예...‘블랙 팬서’ 3관왕

오스카가 전통을 뒤엎고 대중들의 시선에 맞추는 시상식이 되가는 걸까? 올해 최다 수상 영예를 안은 작품은 ‘보헤미안 랩소디’였다. 퀸과 프레디 머큐리의 일화를 다룬 ‘보헤미안 랩소디’는 남우주연상(라미 말렉), 편집상, 음향상, 음향편집상 등 총 4개 부문을 석권했다.

비평가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메이저 시상식에서 후보 자리를 차지하더니 결국 오스카에서 큰 일을 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한국에서 지난해 10월 말 개봉해 1000만 가까이 관객을 동원하며 퀸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시상식에서도 퀸과 아담 램버트가 오프닝 공연을 장식하며 대중들의 인기가 오스카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걸 증명했다.

슈퍼히어로 영화 첫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른 ‘블랙 팬서’는 올해 오스카 작품상 후보들 중 지난해 전세계 흥행 1위를 차지한 영화였다. ‘와칸다 포에버’라는 명대사와 제스처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블랙 팬서’는 이번 오스카에서 의상상, 미술상, 음악상 등 총 3개 부문을 거머쥐었다. 특히 흑인 아티스트가 최초로 의상상을 받게 돼 오스카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로마’ 역시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특히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그래비티’에 이어 두 번째 감독상을 수상했다. 오스카는 최근 6년 동안 5번이나 멕시코 출신 감독에게 감독상을 건넸다. ‘그래비티’ 알폰소 쿠아론, ‘버드맨’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셰이프 오브 워터’ 기예므로 델 토로‘가 그 주인공이었다.

사진='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더 와이프' 포스터

# 외면받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 글렌 클로즈

‘더 페이버릿’은 ‘로마’와 함께 10개 부문 최다 후보 노미네이트됐다. 영국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영국영화 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의상상 등 주요부문을 석권하며 오스카 최다 수상이 유력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더 페이버릿’은 여우주연상(올리비아 콜맨) 단 하나의 트로피만 챙긴채 쓸쓸히 시상식을 떠나야했다. 전통적으로 오스카에서 강세를 보였던 시대극이 외면을 받은 것이다.

글렌 클로즈도 오스카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6번의 오스카 후보 지명 이후 ‘더 와이프’로 7번째 만에 첫 수상에 도전했던 글렌 클로즈는 ‘더 페이버릿’ 올리비아 콜맨에게 여우주연상 타이틀을 건네줘야했다. 글렌 클로즈는 골든글로브, 미국배우조합상에서 여우주연상을 타며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였다. 하지만 오스카의 선택은 올리비아 콜맨이었고 글렌 클로즈는 6전7기에 실패했다.

+ 제9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부문 수상작&수상자
작품상: ‘그린 북’
감독상: 알폰소 쿠아론 ‘로마’
남우주연상: 라미 말렉 ‘보헤미안 랩소디’
여우주연상: 올리비아 콜맨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남우조연상: 마허샬라 알리 ‘그린 북’
여우조연상: 레지나 킹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
각본상: ‘그린 북’
각색상: ‘블랙 클랜스맨’
장편애니메이션상: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외국어영화상: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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