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차세대 거장의 서울시향 데뷔무대가 위풍당당하게 펼쳐진다.

호른 연주자 슈테판 도어(왼쪽)와 지휘자 크리스티안 바스케스/사진=서울시향 제공

2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 출신 중 구스타보 두다멜과 함께 가장 뛰어난 지휘자 중 한 사람인 크리스티안 바스케스가 포디엄에 오른다. 슈베르트 교향곡 9번 '그레이트'는 그의 첫 내한공연이다.

바스케스는 2013/14 시즌부터 노르웨이 스타방에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베네수엘라의 테레사 카레뇨 유스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유럽 주요 도시 순회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내한 연주는 19세기 후기 낭만파 거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 ‘돈 후안’으로 출발한다. 작곡가로서 R 슈트라우스 경력의 전반부는 뛰어난 교향시 작품들로 수놓아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 후안’은 슈트라우스의 독립적인 개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상 첫 교향시로 볼 수 있는데 이상적인 여인을 찾아 헤매는 돈 후안의 모습이 압축적으로 드러나 있다. 돈 후안의 희망과 좌절 영웅적 승리 등이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이 펼쳐지며 안타까운 여운을 남기며 곡이 마무리된다.

이어 우리 시대 최고의 호르니스트인 베를린필 수석 슈테판 도어가 R 슈트라우스의 호른 협주곡 2번을 서울시향과 협연한다. 이 곡은 10대에 호른 협주곡 1번을 완성한 후 약 60년 후에 작곡한 슈트라우스 말년의 음악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승패가 확실해진 시점에 자신의 내적 상처와 종말에 대한 예감에 둘러싸인 슈트라우스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모차르트를 염두에 둔 고전주의적 선율법으로 회귀했던 음악적 요소를 확인할 수 있다. 2악장의 서정적이며 노래하는 듯한 멜로디와 1악장의 실내악 연주를 하는 듯한 친밀한 분위기가 청음 포인트다.

공연의 종착지는 슈베르트의 교향곡 9번 ‘그레이트’로 향한다. 이 곡은 연주시간이 1시간에 이르는 거대한 곡으로 매우 선이 굵으며 장대한 스케일을 담아내고 있다. 슈베르트는 이 곡을 10년 만에 완성했지만 연주되는 것을 직접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 곡이 장엄함이 당시 지휘자와 연주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감히 도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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