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을 키워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가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싸웠다며 자신의 성공 비결을 밝혔다.

26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수장이자 작곡가 방시혁은 서울대학교 '제73회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했다.

이날 방시혁은 자신이 음악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많은 분들이 대단한 에피소드나 굉장한 결단이 있었을 거라고 추측하시는데, 사실 아무리 돌이켜봐도 그런 결정적인 순간은 없었다"며 "그냥 흘러가다 보니 어느새 음악을 하고 있었다는 게 가장 적절한 표현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말처럼 허무하게 음악을 시작했지만 방시혁은 1997년부터 직업 프로듀서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박진영씨와 함께 JYP라는 회사를 창업하고, 그 후 독립해서 지금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자 프로듀서로 살고 있다. 우스운 게 독립한 후에도 수많은 선택지가 있었는데 왜 회사를 차리겠고 생각했는지 선택한 이유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방시혁은 "저는 사실 큰 그림을 그리는 야망가도 아니고, 원대한 꿈을 꾸는 사람도 아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구체적인 꿈 자체가 없다"며 "그러다 보니 매번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에 따라 선택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방시혁은 최근 방탄소년단의 글로벌적인 행보를 정리했다. 방시혁은 "방탄소년단은 빌보드에서 2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했고, 4만 석 규모의 뉴욕 시티필드 공연을 순식간에 매진 시켰다. 얼마 전에는 그래미 어워드에 시상자로 초청받으면서 또 하나의 ‘최초’ 기록을 세웠다. 외신에서는 감히 ‘YouTube 시대의 비틀즈’라는 과찬을 하기도 한다. 또한, 현재 전 세계 주요 지역 스타디움에서 월드투어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아티스트의 반열에까지 올라가게 됐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저는 영광스럽게도 빌보드가 뽑은 25인의 혁신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저희 회사 역시 엔터테인먼트 업계 혁신의 아이콘이자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마 뉴스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접하셨을 때 이런 성공 뒤에는 분명 원대한 꿈이 있었거나, 방시혁은 엄청난 야심가여서 큰 미래를 그려놓고 이를 차근차근 실현해가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셨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저는 꿈은 없지만 불만은 엄청 많은 사람이다"며 "얼마 전에 이 표현을 찾아냈는데 이게 저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 같다. 오늘의 저와 빅히트가 있기까지, 제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분명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불만 많은 사람’이었다"고 했다.

태생적으로 세상과 타협하지 못한다는 방시혁은 "제 일은 물론, 직접적으로 제 일이 아닌 경우에도 최선이 아닌 상황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하게 되고 그럼에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만이 분노로까지 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방시혁은 "그런 저의 성정은 제 작업과 제가 만든 회사의 일에도 똑같이 발휘됐다. 최고가 아닌 차선을 택하는 ‘무사 안일’에 분노했고, 더 완벽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데 여러 상황을 핑계로 적당한 선에서 끝내려는 관습과 관행에 화를 냈다"며 "그 중에서도 저를 가장 불행하게 한 것은 음악 산업이 처한 상황이었다. 이 산업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고, 불공정과 불합리가 팽배한 곳이었다.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이 세계를 알아가면서 점점 저의 분노는 더 커졌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음악이 세상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이용당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작곡가로 시작해 음악 산업에 종사한 지 21년째라는 방시혁은 "음악이 좋아서 이 업에 뛰어든 동료와 후배들은 여전히 현실에 좌절하고 힘들어한다. 음악 산업이 안고 있는 악습들, 불공정 거래 관행, 그리고 사회적 저평가. 그로 인해, 업계 종사자들은 어디 가서 음악 산업에 종사한다고 이야기하길 부끄러워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여전히 음악 회사를 일은 많이 시키면서 보상은 적게 주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K-Pop 콘텐츠를 사랑하고, 이를 세계화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팬들은 지금도 ‘빠순이’로 비하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아이돌 음악을 좋아한다고 떳떳하게 말하지도 못한다. 업계와 사회가 나서서 찬양하고 최고의 예우를 해도 모자랄 판인데 왜 이런 대우를 하는 지, 저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고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방시혁은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며 전 세계 음악 팬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는 우리 아티스트들은 근거 없는 익명의 비난에 힘들어하고 상처받고 있다. 우리 피, 땀, 눈물의 결실인 콘텐츠 역시 부당하게 유통되거나 저평가 되며 부도덕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수단이 되는 경우가 아직도 너무나 많다"며 "그래서 저는 늘 분노하게 되고 이런 문제들과 싸워 왔고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방시혁은 "개인적으로 저는 제 묘비에 '불만 많던 방시혁, 행복하게 살다 좋은 사람으로 축복받으며 눈감음'이라고 적히면 좋겠다. 상식이 통하고 음악 콘텐츠와 그 소비자가 정당한 평가를 받는 그날까지, 저 또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갈 것이다. 격하게 분노하고, 소소하게 행복을 느끼면서 말입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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