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편집’ ‘자극적 소재’로 대표되던 최근 예능 트렌드가 변화를 꾀하며 ‘착한 예능’이 쏟아지고 있다. 요지경 속 현실에 지쳐 아무 생각 없이 웃음만을 찾던 시청자들이 사회와 삶의 방식을 접목한 예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얼핏 심심하지만 유익함과 흐뭇함으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웰컴 백 청정예능 ‘PD 이경규가 간다’

‘예능 신’ 이경규가 새로운 장르 개척에 나섰다. 지난달 첫 선을 보인 MBC에브리원 예능프로그램 ‘PD 이경규가 간다’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예능 연출에 도전한다. 연출가로서 콘셉트 기획과 편집은 물론이고 예능인 본연의 웃음까지 놓치지 않는 1인 2역을 훌륭히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쓸어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 대세로 자리매김한 경쟁, 가학을 내세우며 흥미만을 추구했던 방송 풍토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자극적인 웃음이 아닌, 훈훈한 웃음을 유발하며 ‘착한 예능’의 진면목을 과시한다.

꼬꼬면으로 라면 업계에 혁신 바람을 몰고 왔던 재능을 살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라면 소개’를 한다거나, 자신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인 ‘양심 냉장고’를 부활시키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며 무심코 지나쳤던 역사 현장을 알리기까지 한다. 재미는 물론, 감동까지 선사하며 대중의 마음 한 켠에 차근히 자리잡아가고 있다.

긴 녹화시간에 불평을 드러내며 ‘버럭’하던 이경규가 실행하는 착한 예능이 다소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PD로 첫 도전에 나선 35년 차 베테랑 예능인이 여러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훈훈함을 선물하며 고무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래로 떠나는 타임워프 ‘미래일기’

MBC는 매주 목요일 밤 힐링 예능 ‘미래일기’를 방송한다. 시즌제로 기획한 '미래일기'는 궁금한 나의 미래로 시간 여행을 떠나 가상의 하루를 살아보는 타임워프 예능이다. 앞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보였던 이 프로그램은 전에 보지 못한 신선한 포맷으로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사실 ‘미래일기’의 포맷은 특별한 게 없다. 출연자들이 노인분장을 하고서 콩트를 하는 것도 아니고, 현실성도 부족하다. 하지만 아직 겪어보지 못했지만, 언젠간 다다를 노년의 삶을 미리 살아본다는 자체가 독특한 감상을 심으며 밀도 높은 감동을 선물한다.

이는 가볍게 생각했던 인생을 다시 되돌아보게 만들고,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 변함없는 가족의 사랑 등 무심코 당연시 여겼던 많은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미래’라는 설정과 분장이 이끌어내는 출연진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시청자들 가슴에 훈훈함을 심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재미‧공익 품은 착한 예능 ‘구석구석 숨은 돈 찾기’

지난 12일 첫 방송된 KBS2 예능프로그램 ‘구석구석 숨은 돈 찾기’는 스타의 집을 방문해 현재 사용하진 않지만 다른 누군가가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찾아 중고 물품으로 값어치를 감정 받고 필요한 이들에게 파는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생소했던 중고 거래 활성화는 물론, 자원 절약, 기부등 공익적인 부분에도 힘을 실은 '착한 예능'을 표방한다. 더불어 물건에 얽힌 에피소드나 MC 이수근과 데프콘, 서유리의 입담에서 터지는 웃음으로 예능 본연의 자세도 잊지 않는다.

총 3회로 구성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일단 예정된 방송은 오늘(26일)까지다. 과연 ‘착한 예능’의 가능성을 내비친 ‘구석구석 숨은 돈 찾기’가 정규 편성돼 방송가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