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묻혔다’는 표현이 맞다. 한반도 정세를 뒤흔드는 정치적 사안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연애설마저 묻어버리는 초대형 이슈로 연일 사회면과 연예면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클럽이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촉발된 화두는 마약, 유명 아이돌그룹 멤버로 일파만파 번지며 연일 논란을 만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리고 이 혼란 사이에 생각지도 못한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바로 연예계 대표 ‘모범생’ 김정훈이 전 여자친구 A씨에게 임신 중절을 강요하고,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다는 것. A씨는 김정훈이 자신의 이미지 손상을 우려, 임신 중절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살 집을 구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임대보증금을 내주지 않았다며 약정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비록 연예계 활동 중 중퇴했지만 김정훈은 서울대학교 치의예과 출신이라는 ‘모범생’ 이미지가 강한 연예인이었다. 2000년 듀엣 그룹 UN으로 가요계에 데뷔, 이후 연기로 활동영역을 넓혔고 일본과 중국을 오가며 ‘한류스타’로 부상하는 동안에도 잡음 한번이 없었다. 여기에 ‘살짝 미쳐도 좋아’ 등 예능에서 공개된 일상은 스케줄이 없는 대부분의 날들은 집에서 지내며 PC게임 외에는 별다른 취미가 없는 것처럼 비쳐졌다.

신비주의 아닌 신비주의였던 김정훈이 TV조선 ‘연애의 맛’에 출연한 건 신선함 그 자체였다. 긴 연예계 생활동안 이렇다 할 연애설 한번 없었고, 훈훈한 외모에도 불구 초식남을 넘어 절식남으로 각인되어 왔기 때문. 그런 그가 연애 리얼리티를 통해 여성과의 만남을 대중 앞에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신선했다. 여기에 실제 결혼에 이른 커플이 탄생하며 ‘연애의 맛’을 통해 전해지는 연예인들의 진정성을 믿는 시청자들이 늘어났다.

사진=TV조선 '연애의 맛'

때문에 김정훈이 전 여자친구로부터 피소를 당했다는 보도의 충격도 컸다. ‘연애의 맛’ 관계자 역시 “출연 전 인터뷰 당시 ‘김정훈이 연애 안 한지 2년이 넘었다’라는 말을 믿었다”라고 전했을 정도. 김정훈 관련 보도에 임신, 중절, 피소 등의 단어가 붙을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간을 뜨겁게 만든 논란의 주인공인 김정훈은 정작 사라져버렸다. 26일 전 여자친구의 피소 보도 이후 김정훈은 두문분출하며 소속사 마저도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연예인 사생활과 관련한 통상적으로 소속사가 사실관계 확인 후 공식입장을 내는데까지 늦어도 하루가 걸리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하물며 사태가 발생한지 3일이 지난 시점에 김정훈 측에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보아 침묵으로 일관하겠다는 의지마저 느껴진다.

오히려 김정훈의 침묵으로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기 시작했다. 바로 ‘연애의 맛’에서 그의 소개팅녀로 등극한 김진아가 그 예다. 김진아는 개인 SNS로 응원과 위로가 쏟아지자 “저 괜찬하요”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진아가 “막판에 괜히 고생하신 제작진 분들만 욕먹고 할 때마다 답답했는데 차라리 다행이죠. 확실한 건 아니었고,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어제 처음 알았던 것도 아니고”라는 글을 올리며 김정훈의 전 여자친구 관련한 사안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사진=TV조선 '연애의 맛'

전 여자친구 관련 초기만 하더라도 분명 김정훈에게 우호적인 여론이 있었다. 양측의 말을 듣고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 특히 ‘연애의 맛’에서 소심하지만 자상하고,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는 듯 했던 김정훈에 대해 두터운 신뢰를 가지고 있었던 시청자들일 수록 참고 기다리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사실이 아니라면 스스로를 변명했어야 할 김정훈마저 사라지며 여론은 악화됐다.

한쪽에서 마약과 클럽 등 자극적인 이슈가 계속 터지는 것을 이용해 ‘묻어가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김정훈에게 정말 묻혀가려는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다. 당장의 사태에 진위여부도 가릴 수 없는 상황에서 김정훈을 강하게 밀어붙일 바도 아니다. 그러나 주체자가 이 사건의 주체자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더이상 피해가 다른 쪽으로 번지기 전에 본인이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야한다.

사과와 해명에는 때가 없다. 억울하다면 억울한대로, 용서를 구할일이 있다면 이 또한 당연하게 본인이 짊어지고 가야 할 몫이다. 그것이 지난 20년 가까운 시간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을 위한 도리이고 진정성을 믿어준 팬들을 위한 태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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