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 소녀의 충무로 입성기는 성공적이었다. ‘아이 캔 스피크’ ‘무서운 이야기3’로 관객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살짝 비추더니 지난해 엄태구와 함께 ‘어른도감’에 주연으로 출연해 ‘이재인’이란 이름을 제대로 알리기 시작했다. 이재인이 상업영화 첫 주연작인 ‘사바하’로 이정재, 박정민 등 쟁쟁한 배우들 속에서도 자신의 아우라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신흥종교를 파헤치는 박목사(이정재)의 이야기인 ‘사바하’에서 이재인은 태어나서는 안 될 소녀 금화와 그의 쌍둥이 언니 ‘그것’을 연기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서늘한 눈빛, 무표정에서 나오는 포스는 이 배우의 연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직접 만난 이재인은 발랄하고 운동 좋아하는 중학교 3학년생이었다. ‘중딩’ 이재인에게 ‘사바하’는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그는 “‘신이 있을까?’라는 주제에 공감했고 캐릭터에도 애정이 생겼어요”며 출연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시나리오 제의를 받았을 때 초등학교 6학년이었어요. 당시에는 시나리오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웠죠.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있고 새로운 부분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처음 봤을 때 보지 못했던 금화라는 캐릭터의 속마음도 이해하게 됐죠. 기존에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했고 1인2역이기 때문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원래는 감독님이 ‘그것’ 역에 다른 배우를 생각하셨어요. 금화와 그것, 둘 다 제가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이재인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1인2역’ 연기였다. 쌍둥이인 금화와 ‘그것’을 연기하기 위해서 두 캐릭터의 감정을 이해해야 했다. 또한 ‘그것’의 캐릭터 설정을 위해 삭발을 선택했다. 어른들도 하기 쉽지 않은 삭발에 대해 이재인은 “제가 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연기에 대한 이재인의 열정을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털 빠지는 장면이 있고 머리카락이 없는 게 중요했어요. 배우 활동하면서 언젠가 삭발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서 시원하게 밀어버렸어요. 이렇게 빨리 삭발할 줄은 몰랐죠. 처음에는 삭발한 제 모습에 아무렇지 않았는데 일주일 지나고 나니 기분이 좀 이상하더라고요. 그래도 세수할 때는 정말 편했어요. 학교 갈 때는 가발을 썼어요. 축구하고 뛰어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가발 때문에 머리에 땀이 많이 나서 불편하긴 했어요.”

“세 살 어린 여동생이 있어요. 여동생을 보면서 금화의 마음을 알 수 있었죠. 금화는 언니인 ‘그것’에 대한 증오도 있고 미움도 있지만 혈육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언니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슬픈 공허함이 담겨있죠. 그런 금화의 마음을 눈빛으로 연기하려고 했어요.”

“‘그것’을 연기하면서 울음소리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동물과 아기 울음소리를 유튜브로 찾아보면서 연구하고 연습했죠. 소리내면서 동작도 짜봤죠. 녹음하기 전까지 ‘잘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하고 나니 다들 괜찮다고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하루 내내 녹음하느라 힘들었던 건 비밀!(웃음)”

영화에서 이재인은 박정민과 마주하는 장면을 많이 찍었다. 박정민이 맡은 나한을 금화와 ‘그것’이 포스로 눌러야했기 때문에 이재인은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해야 했다. 박정민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재인은 금화와 ‘그것’ 아닌 ‘중딩’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한 배우를 좋아하는 팬의 마음으로 이재인은 한 톤 높게 박정민을 이야기했다.

“박정민 선배님 팬이에요. ‘동주’ ‘그것만이 내 세상’ ‘변산’ 다 챙겨봤어요. 배우로서 멋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같이 연기할 수 있게 돼 놀랐어요. 현장에서 박정민 선배님은 ‘나한’ 그 자체였어요. 카메라 앞에서 캐릭터에 바로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 멋있어요. 눈물 연기할 때 집중하기 힘들었는데 선배님이 ‘금화가 지금 느끼는 심정을 오롯이 느껴봐’라고 말씀하셨어요. 정말 큰 도움이 됐죠.”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김수(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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