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킹’ 배우 김승우(47)가 오랜만에 로맨스영화로 컴백했다. 그는 오는 11월 3일 개봉을 앞둔 영화 '두 번째 스물'(감독 박흥식)에서 주인공 민구 역할을 맡았다. 과거 대한민국 여심을 뒤흔들어놨던 애틋한 눈빛과 부드러운 보이스로 또 한 번 ‘멜로 신화’를 이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번째 스물'은 다시 찾아온 스무 살의 설렘, 이탈리아에서 펼쳐지는 첫사랑과의 재회를 그린 리턴 로맨스다. 첫사랑 민구와 운명처럼 재회한 민하(이태란)가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근래 찾아보기 힘든 고밀도의 멜로 영화지만 “관객 수보다는 박수를 받는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심경을 밝힌 김승우를 삼청동에서 만났다.

 

Q. 그 동안 숱한 영화를 찍어왔지만, 데뷔 26년차 배우에게도 개봉이 주는 압박감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A. 개봉을 앞두고는 늘 비슷한 감정인 것 같다. 열심히 했던 작품이 관객들에게 평가가 매겨지는 시점, 기다려지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다. ‘두 번째 스물’이 여타 영화들과는 다르게 흥행적으로 높은 평가 받기는 힘들 거란 생각을 한다. 하지만 관람을 하신 분들게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는 받았으면 한다.

 

Q. 처음에는 섭외를 거절했다고 들었다. 결정을 바꿔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있는가?

A. 불륜에 관한 이야기다보니, 배우 김승우와 인간 김승우가 서로 충돌을 했다. ‘저래선 안 되지’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박흥식 감독의 오랜 설득에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을 품게 됐다. 마음을 고쳐먹으니 극 중 민구의 감정을 좀 이해하게 됐고, 이해하고 보니 나름 재밌어서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Q. ‘두 번째 스물’ 속 민구는 과거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해변의 여인’ 속 지질하고 못난(?) 남자의 캐릭터와 겹쳐진다. 출연이 결정되고 바뀐 부분인가?

A.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내 모습을 생각하셨다고 해서 ‘멜로에 강한 배우를 찾았나’ 싶었는데 지금 듣고 보니 ‘지질한 남자’를 염두에 두셨나보다.(웃음) 조금은 수동적이고 유약한 캐릭터다보니 겹치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시나리오는 역할과 성격보다는 노출 수위에 대한 조절이 있었다. 처음엔 훨씬 더 적나라하고 농도가 짙었다. 그런데 수정을 거듭하면서 농후함보다는 ‘두 번째 스물’이란 제목에 걸맞은 풋풋함과 활발함, 대책 없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더 강해졌다.

 

Q. ‘멜로 킹’으로 불리고 있지만, 최근 트렌드와 다르게 너무 잔잔하고, 소재도 불륜이다 보니 관객 평가에 대한 걱정이 많을 것 같다.

A. 우리 영화가 노리는 주 타겟층은 현재 영화 시장의 주 소비층은 아니다. 30대 후반, 40대 등 이 영화 스토리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나이대의 관객들이 만족하신다면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는 마음을 가질 것 같다. 분명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 풋풋한 사랑을 하고 있을 20대가 보기엔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웃음)

 

Q. 20대의 사랑을 40대가 돼 만나는 스토리, 만약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 것 같은가?

A. 첫사랑을 만나는 것과 그냥 간직하는 것을 고르라면, 아마 간직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 기억이 지금 아주 예쁘게 포장돼 추억으로 남았는데, 굳이 그 포장을 뜯을 이유가 있을까? 나도 첫 사랑이 있지만, 다시 만나서 사랑하고 여행을 떠나는 게 내 가치관과는 좀 다르다. 처음에 거절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인 듯하다. 다시 만나도 아마 당시의 감정이 재생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혹시 영화를 보고 첫사랑에게 연락하시려는 분들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다.(웃음)

 

Q. 상대역을 맡은 배우 이태란와 수차례 베드신이 등장한다. 아내 김남주가 조금은 질투했을 법도 한데...

A. (이)태란씨는 출연 당시 신혼 초였다. ‘남편이 봐도 될 영화’가 출연 기준이었다.(웃음) 나도 아내가 봐도 될 영화로 만들어지길 바랐다. 지금은 영화가 19금이지만 처음에는 29금이라고 봐도 될 만큼 상당히 야했다. 처음 상태였으면 아마 출연을 망설였을 것 같고, 지금도 굳이 아내가 볼 필요가 있을까 싶다.(웃음) 그렇다고 베드신에 대해서 질투를 하거나 걱정하진 않았다. 아내는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사람이기 때문에 일과 현실을 구분할 줄 안다. 반대로 나도 아내가 19금 영화에 출연한다고 하면 OK를 해줄 생각이다.

 

Q. 요즘 어린 친구들에겐 ‘멜로’ 김승우보단 ‘카리스마’ 김승우가 더 익숙하다. 두 가지 역할 중에 본인 스스로 지금 더 편한 옷은 어떤 걸지 궁금하다.

A. 일단 이 나이가 되면 ‘무슨 배역을 해야지’ 이런 욕심은 크게 없다. 단지 내 나이에 맞는 역할, 카리스마든 멜로든, 아니면 코미디 영화라도 상관없다. 이제 멋있는 건 후배들이 하고, 나이에 어울리는 배역을 맡아야 하는 것 같다. 지금은 영화, 드라마 둘 다 내 나이에 맞고, 이미지에 딱 맞는 작품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Q.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최고의 위치에서 쭉 달려왔다. 아직까지 지치지 않고 열일하는 비결과 원동력이 있을까?

A.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뭔가 멋진 말을 하면 좋겠지만, 크게 특별한 건 없다. 아직 불러주는 분들이 많아서 일을 할 수 있는 거다.(웃음) 주변에서 ‘김승우는 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있기에 지금까지 연기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스스로도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Q. 이제 개봉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두 번째 스물’ 예비 관객들에게 혹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지금 이 나이가 돼서 어디가서 마음 편하게 욕하고 상스런 말 할 자리는 옛 친구를 만났을 때 밖에 없다. ‘두 번째 스물’은 그런 영화다. 과거에 대한 설렘과 아련함을 느끼고 싶다면 한 번 보러 오셔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명심해주셨으면 하는 건 영화 속 과거는 단지 추억으로만 남겨두시고, 극장 밖에 나가서는 현실에 충실하면서 사셨으면 좋겠다. 민구처럼 괜히 첫 사랑에 집착하고 그러시면 안 된다. 그건 불륜이니까...(웃음)

 

 

사진 최교범(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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