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중심부 오르세역을 개조해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탄생한 오르세 미술관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다섯번째 방문이다.

 

 

지난달 29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한 ‘프랑스 국립 오르세미술관’전은 한불수교 130주년, 오르세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으로 기획됐다. 무엇보다 그동안 오르세미술관이 반출하지 않았던 작품이 대거 나왔기에 인상주의 거장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밀레의 '이삭 줍기', 반 고흐의 '정오의 휴식'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걸작 중에서도 한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명작이 한국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특히 ‘정오의 휴식’은 오르세미술관 개관 이후 지난 수십 년 동안 유럽 이외 지역으로 단 한차례도 반출된 적이 없다.

이번 전시에는 밀레, 고흐를 비롯해 모네, 고갱, 세잔, 드가, 들라크루아 등 19세기 인상주의, 사실주의, 상징주의 거장들과 그들의 명작 130여점이 전시됐다.

회화작품의 근간으로 여겨지는 데생 작품도 처음으로 특별 대여한 이번 전시는 한명의 거장의 손에서 그려진 수많은 선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데생작품은 작품 보호의 목적으로 전시실에서의 상설전시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오르세미술관의 이례적인 결정으로 여겨진다. 내년 3월5일까지. 일반 1만3000원. 청소년 1만원. 문의: 02)325-1077

 

Tip 필람작 4

■ 이삭 줍는 여인들

농민들의 일상을 화폭에 담아온 밀레는 ‘이삭 줍는 여인들’에서 노동자 계급으로서 농민을 부각시키는 표현을 극대화했다. 멀리 보이는 자작농들은 부를 나타내는 높은 짚더미 옆에 서 있다. 그와 대비돼 허리를 굽히고 있는 세 여성에게선 고된 노동이 강조된다. 얼굴과 손이 검게 그을은 노동자들의 가난과 비참함이 선연하다.

 

■ 이삭을 줍고 돌아오는 여인들

같은 소재, 다른 느낌이다. 브르통의 작품 속 농민 여성들은 활력을 내뿜고 있다. 밀레의 그림 속 여성들과 달리 이들은 수확물을 양손에 가득 들고 있다. 빈곤과 고단함보다는 대지의 풍요로움과 함께 시적인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브르통의 그림은 후에 시골 농민들의 생활을 이상적으로 낭만화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 정오의 휴식

반 고흐가 발작이 심해져 생 레미 드 프로방스의 생 폴 병원에 입원해 있던 시절 그린 작품이 ‘정오의 휴식’이다. 밀레를 예술적 멘토이자 삶의 스승으로 존경한 고흐가 밀레의 ‘정오의 휴식’을 보고 자신만의 화풍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오전 작업을 마친 뒤 금빛 벌판의 짚더미 아래 누워 있는 수건을 쓴 아내와 밀짚모자를 눌러쓴 남편이 모습이 담겼다. 후른 하늘과 농부의 청바지가 색채의 대구를 이루며 자연의 평화로움과 인간의 고된 삶이 대조적이다.

 

■ 발레

에드가 드가가 부채 위에 그린 ‘발레’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꼭 눈여겨봐야 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19세기말 파리 시만의 일상을 독특한 시각으로 포착한 드가는 이들 주위를 공기처럼 둘러싸고 있는 고립과 소외, 긴장과 공허, 권태와 외로움에서 만들어지는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냈다. 다수의 발레리나 그림을 그린 드가의 이 작품은 비단에 물감으로 그린 소묘로 1879년경 만들어졌다. 수백 여점의 발레 주제 그림에서 무대 위 모습은 불과 5분1도 되지 않는다. 그들의 몸이 환상과 환멸의 대상이 되는 현실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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