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수꾼’, 드라마 ‘천상의 약속’을 통해 연기파 배우로 탄탄한 입지를 다진 서준영(29)이 ‘어떻게 헤어질까’로 돌아온다. 서른 줄에 가까운 나이지만 동안 외모, 소프트한 보이스로 그간 학생 이미지에 갇혀있던 그가 듬직한 남자로 변신, 여심을 살포시 건드리며 한 단계 성장을 예고했다.

극 중 고양이의 영혼을 바라보고, 대화를 나누는 상처 많은 남자 나비 역을 맡은 서준영은 애묘인의 상상력을 대변함은 물론, 싱글들의 로맨스 감성까지 섭렵한다. 유독 쌀쌀하고 우울했던 날 연희동에서 남다른 포근함을 발산하는 ‘가을 남자’ 서준영을 만났다.

 

Q. 잔잔한 감수성이 가슴에 작은 울림을 건넨다. 하지만 흥행 트렌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건 사실이다.

A. 시사회 때 많은 분들이 “행복한 영화”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저도 그 의견에 공감해요. 무언가 그리움이나 이별에 관한 메시지를 품고 있지만 굳이 어필하고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관객분들이 느끼는 감정은 다 다를 테지만, 그 생각을 모두 존중해요. 긍정도 비난도 모두 수긍합니다. 트렌드하고는 분명 거리가 멀지만, 몽환적이고 잔잔함이 선물하는 감성이 여느 영화보다 더 클 거라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보시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좋은 영화라는 칭찬을 듣고 싶습니다.

 

Q. 사실 고양이가 다루기 힘든 동물이란 인식이 강하다. 말 못하는 동물과 교감하며 촬영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A. 동물을 워낙 좋아하긴 한데, 고양이를 제대로 접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애묘가들이 “너희는 이해하지 못할 매력이 있다”고들 하잖아요. 이번에 그 말을 이해하게 됐죠. 저희가 같이 촬영한 고양이 이름이 ‘라파’에요. 그 녀석이 참 끼가 넘치더라고요. 도도하지도 않고, 촬영 들어가면 연기까지 능숙하게 해요.(웃음)

 

Q. 에디터도 원래 강아지를 더 선호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A. 시사회 후에 그런 분들이 많더라고요.(웃음) 저도 강아지를 길렀는데, 어떤 동물이랑 살던지 서로 의지하고 정을 나누는 건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통해서 고양이를 길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어주시면 저희 입장에선 ‘영화 잘 찍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요즘 애완동물을 유기하는 문제가 꾸준히 뉴스로 나오잖아요. 책임감 있는 분들만 길러주셨으면 좋겠어요.

 

Q. 상대역 박규리와 함께 스크린을 풋풋함으로 채우는 케미가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둘의 케미는 어땠나?

A. (박)규리씨에겐 큰 감성 에너지가 있어요. 사람들을 대할 때 굉장히 좋은데 불편한 사람이 있고, 편한데 별로인 사람이 있잖아요. 근데 규리씨는 나이스하면서도 편안한 친구에요. 영화 속에서 나비가 이정에게 설레고 다정하게 감싸주잖아요. 실제로도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둘의 애정신이 몰입도 있게 펼쳐진 것 같아요.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물론 연애감정은 없구요. 하하.

 

Q. 사실 영화 팬들에게 배우 서준영은 ‘회오리 바람’이나 ‘파수꾼’ 속 소년 이미지가 강하다. 이제 그 이미지가 조금은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A. 부담이 되기보단, 필모그래피 속 캐릭터들이 일련의 서사를 가진 것 가아요. ‘회오리 바람’은 어린 날 치기어린 사랑, ‘파수꾼’은 갓 스무 살이 된 친구들의 갈등과 방황을 그리잖아요. 그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 지금 ‘어떻게 헤어질까’의 나비가 된거죠.(웃음) 그리고 제가 젖살이 빠진 게 최근이라서... 비주얼적으로 소년으로 보였던 것 같아요. 그때그때 모습에 걸맞는 저를 보여드리면 된다고 생각을 해요.

 

Q. ‘파수꾼’ 때부터 꾸준히 한국영화의 미래로 불려왔다. 이제 나이가 서른인데, 사실 조금 조급해질 법도 하다.

A. ‘파수꾼’에 출연했던 셋 중에 제가 제일 먼저 데뷔했는데, (이)제훈 형이나, (박)정민이가잘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 후달리지(?) 않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웃음) 그렇지는 않고요, 지금까지 제가 목표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어요. 물론 데뷔 때는 ‘주목 받는 사람이 돼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냥 연기가 너무 좋아요. 각자의 길이 다 있으니까요. 각자 원하는 바대로 잘되는 게 좋지요. 저도 지금 행복해요.

 

Q. ‘어떻게 헤어질까’라는 제목처럼 영화는 ‘이별’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과연 어떻게 헤어지는 게 잘 헤어지는 걸까?

A. 제 생각에 ‘어떻게 헤어질까’는 방법으로서 단어가 아니라, “어떻게 헤어져...”처럼 아쉬움이 섞인 말인 것 같아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하는 것이죠. 저도 전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영원한 헤어짐을 느꼈죠. 근데 스스로 받아들이고, 겪어 내야할 문제 인 것 같아요. 굳이 이별의 슬픔을 이겨내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고 추억하는 게 더 중요하죠. 그럼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Q. 이별을 그리는 영화와는 달리, 배우로선 대중에게 더 다가가야 할 입장이다. 패러디로 ‘어떻게 다가갈까’라는 질문을 건네고 싶다.

A. 앞으로도 똑같이 편안하게 있는 듯 없는 듯 배우라는 공간 안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하는 연기자가 되려고요.(웃음) 조금씩 밟아 나가면서 신뢰받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관객 분들도 제가 재밌는 작품을 할 땐 예쁘게 봐주시고, 재미없는 작품을 할 땐 욕도 해주세요. 계속 발전하고 최선을 다하는 배우로 남겠습니다.

 

 

사진 지선미(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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