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승리의 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에서 비롯된 ‘카톡 파문’이 연예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굳이 시작을 따지자면 클럽 버닝썬 폭행논란이 시발점이지만, 국내 최정상급 아이돌로 손꼽히는 빅뱅의 멤버 승리의 이름이 거론되며 사건은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사진=연합뉴스

연예인 개인의 비행이 문제가 된 경우는 지금까지 숱하게 많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승리 본인 뿐 아니라 절친이었던 정준영, 그리고 정준영과 함께 카카오톡 단체방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들까지 줄줄이 거론되며 단순 일탈이 아닌 조직적인 성범죄 의혹으로 번지는 건 처음.

가장 충격을 안긴 건 사건 당사자들의 도덕성 결여다. 승리는 ‘위대한 개츠비’에 빗대어 승츠비라는 성실한 젊은 사업가의 이미지로 큰사랑을 받았고, 정준영 역시 프랑스에서 시작한 한식 사업으로 건실한 이미지를 쌓아왔다. 대중은 말쑥한 외모에 사업적인 센스, 예능감까지 겸비한 스타에게 관심을 쏟았지만 돌아온 건 배신감 뿐이다.

엄밀하게 말한다면 연예인은 국가의 녹을 먹는 '공인' 범주에 들진 않는다. 냉정하게 따지자면 개인적 일탈 역시 본인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대중의 사랑과 지지로 유명세를 얻었기에 일반인보다 심하게 조리돌림 당하는 건 감수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정말 연예인의 ‘사건사고’가 개인의 문제일까?

사진=YG엔터테인먼트

당장의 사안만 놓고봐도 그 파급력은 엄청나다. 우선 승리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하루만에 주가가 14% 폭락하며 1100억원이 증발해버렸다. '창사 이후 최고의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회사 전체에 악영향을 끼쳤다. 결국 양현석 대표는 물론이고 YG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애꿎은 투자자들까지 승리 논란으로 피해를 본 셈이다. 물론 예전부터 아티스트들의 사건사고 때마다 침묵으로 일관해온 YG엔터테인먼트가 부메랑을 맞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승리가 결정타를 날렸다는 건 빼도박도 못할 사실이다.

승리를 둘러싼 파문은 2006년 데뷔 이후 K-POP 최정상 그룹으로 꽃길을 걸어온 빅뱅까지 위기로 몰아넣었다. 그동안 빅뱅은 유난히 많은 사건사고에 연루된 그룹이기도 하지만 ‘개인적 일탈’로 치부되며 자숙기간 후 유연하게 방송에 복귀했다. 하지만 승리는 스스로 연예계 은퇴 선언을 한 뒤에도 대중으로부터 ‘은퇴가 아닌 퇴출’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사진=승리 인스타그램/아오리라멘 베트남 지점 앞에서 찍은 인증샷

미디어에 승리가 벌인 사업의 일환으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아오리라멘 점주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물론 점주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더 높지만 승리가 여전히 대표로 있다는 점 때문에 불매운동을 하자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승리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점주들이 손해를 본다면 어디에 책임을 물어야하나.

정준영은 자신이 고정 출연 중인 KBS ‘해피선데이-1박 2일’에 치명타를 날렸다. 최근 시청률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1박 2일’은 정준영이라는 암초를 만나 또 한번 위기에 놓였다. 이용진이라는 해결책이 보이기는 하지만, 갑작스럽게 발생한 정준영 논란에 팀이 연대책임을 지는 양상이다.

SBS '8뉴스' 보도 당시 미국에 있다던 정준영은 tvN ‘현지에서 먹힐까?’ 시즌3 촬영 일정을 소화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프로그램은 LA 촬영분에서 정준영을 통편집하기로 결정했다. ‘짠내투어’ 역시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 정준영 분량을 편집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결국 수십, 수백 명의 애먼 스태프가 자기 단속도 제대로 하지 못한 연예인으로 인해 다시 일련의 제작과 편집 과정의 수고를 감수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동료 연예인들도 두 사람 때문에 적잖이 이미지에 타격을 받게 됐다. 단지 친했다는 이유로, 혹은 함께 사진에 찍혔다는 이유로 끌려나와 이름이 거론될 정도로 대중의 분노가 들끓고 있기 때문. 시시비비는 가려봐야 할 일이지만 이 중에는 분명 억울한 연예인들도 포함돼 있을 수밖에 없다.

승리와 정준영 두 사람 모두 방송에 가족을 공개한 바 있다. 최근에 승리는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부모님은 물론, 여동생과 데이트를 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정준영은 ‘1박 2일’에 부모님이 출연한 적이 있다.

연예인은 혼자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 제일 가깝게는 매니저 그리고 소속사 관계자들이 움직인다. 촬영장에 가면 그를 보다 멋지게 노출시키기 위해 많은 스태프들이 공을 들인다. 이런 공이 더해지기에 연예인의 '몸값'은 유명세가 커질 수록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길가에서 담배꽁초를 아무 곳에나 버리는 사람만 봐도 속으로 혀를 찬다. 하물며 연예인이 사건사고에 얽히면 손가락질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승리 스스로 언급했듯 '국민 역적'이 된 데도 그 정도 스케일의 사고라면 유구무언이 아닐까.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