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남신을 넘어 시네필이 사랑하는 배우로 거듭난 강동원(35). 장르 불문, 언제나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 그가 '검사외전'의 죄수복을 벗고 소년 감성을 입었다.

16일 개봉을 앞둔 감성 판타지 '가려진 시간(감독 엄태화)'은 실종사건 후 단 며칠 만에 어른이 돼 나타난 소년 성민(강동원)과 유일하게 그를 믿어준 소녀 수린(신은수)의 특별한 이야기를 그렸다. 3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개봉을 앞두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장착한 강동원을 만났다. 

 

Q. 충무로에서 주목받는 엄태화 감독의 첫 상업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 신예 감독에게서 새로운 장점을 엿볼 수 있겠지만 보완해야 할 점 또한 있었을 것 같다.

신인 감독이든 베테랑 감독이든 함께 일하는 입장에선 모두 비슷하다. 다만 신예 감독과 작업을 하게 되면 내가 좀 더 도와줘야 할 때가 있긴 하다. 이번 영화에선 연출에 대한 아이디어를 여러번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베테랑 감독들과 많이 다르진 않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 감독님도 나중에 좋은 감독님이 되실 거라고 판단하고 참여했던 거니까. 엄태화 감독님은 굉장히 느긋하신 편이다. 그래서 촬영 회차가 좀 늘어나지 않았나… 하지만 뚝심 있게 밀어부치는 모습은 좋았다.

Q. 엄태화 감독은 성인이면서 아이 같은 배우가 누가 있을지 생각했을 때, 첫번째로 강동원을 떠올렸다고 한다.

첫번째로 날 고르셨다고 하지만 그 뒤에 또 누가 있었을 거다(웃음). 글쎄, 그건 보시는 분들이 판단해야할 것 같다. 최대한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을 선에 감정선을 맞췄다. 내가 캐릭터에 빠져 연기를 하는 것 보다는, 어쨌든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현실에 발붙힐 수 있을만큼 관객들이 공감해야 하니까. 내 감정이 관객들의 마음에도 가닿도록 연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Q. 영화를 볼 때, 관객조차도 성민의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해 혼동하게 된다. 의도하고 연기했나?

계산이 없진 않았다. 한 장면에서도 형사 백기가 수린에게 자꾸만 성민의 주장이 거짓이라 말하며 자신이 그린 시나리오를 강요하지 않나. 왜 거짓말 하냐며 화내는 수린에게 그럴 듯 하지 않냐고 대답하면서. 그리고 그 장면 직후 성민이 도망치기 위해 암벽을 등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 약간의 혼동을 주고 싶었다. 수린에게서 알을 뺏어들 때에도, 티가 나지 않도록 최대한 아사무사하게 표현했다. 관객들이 그러한 일련의 장면들을 봤을 때, 성민이 정말 유괴범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길 바라게 되더라.

Q. 수린 역의 신은수는 2016년 가장 빛나는 신예로 주목받고 있다. 어떻게 300:1의 경쟁률을 뚫고 뽑히게 됐나?

처음에 수린 역할 캐스팅 단계에서 후보군이 몇명 있었다. 오디션도 여러번 보고 최종 후보로 뽑아놓은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때 감독님과 의논을 많이 했다. 나는 아역에게 가장 중요한 게 연기력은 아닌 것 같았다. 이 영화에서라면 그 아역의 클로즈업을 잡았을 때 정말 힘이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됐다. 오디션에서 어떤 친구를 연기 실력이 좋다고 뽑아놓으면 영화 두시간 내내 클로즈업 잡을 때마다 제대로 안 나올 수 있지 않은가. 클로즈업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을 때, 은수의 사진을 보자마자 딱 '얘다' 싶었다.

 

Q. 최연소 상대 배우 신은수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은수는 열정이란 단어랑은 거리가 좀 멀다. 굉장히 쿨하다. 그런 점이 되게 매력적이다. 나 성공할거야! 이런게 없다. 촬영 현장에서 항상 '언제 끝나요, 또 찍어요?' 이러니까 귀엽더라. 욕심 없고 순수하며 맑은 모습들을 보면 내가 배우기도 한다. 굉장히 심플하게 연기하는 친구인데, 생각을 많이 안하는 점은 배울 점이라고 생각한다. 또 클로즈업 장면을 볼 때마다 너무 해맑아서, 스토리랑 상관없이 너무 좋더라. 그게 또 이 친구의 힘이 아닐가 생각이 든다.

 

Q : 영화에선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세상이 펼쳐진다. 모든 게 멈춘 세계에서 나 홀로 움직이는 세상에 막상 떨어지게 되면 어떨 것 같나?

도무지 못 버틸 것 같다. 2주 정도는 괜찮겠지만. 20대 때는 집에만 있거나 소수만 만나고 사람을 알아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 반면, 요즘은 사람들을 계속 받아들이며 자주 만나고 있다. 주변에 믿고 따르는 분들도 여럿 계시는데다 그분들이 부르시면 무조건 가게 된다. 특별한 계기는 없다. 그냥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하는 것 자체가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어떤 문제든지 어느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최근에는 주변 사람들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오픈하고 사냐면서 되게 놀라고는 한다.

 

Q : 작품을 보는 안목이 남다르다. 최근 무엇에 가장 관심을 두고 있나?

스스로를 발전 시키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하다보니 감각이 생긴 것 같다. 예전에는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서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다. 스타일리스트가 우리 집에 와서 산더미 같은 잡지들을 보더니, 누가 옷을 잘 입고 싶다 하면 공부를 많이 하라고 말해야 겠다고 하더라. 지금은 패션 쪽에 관심이 많이 없어졌고, 그 잡지들은 스타일리스트에게 다 줘버렸다. 이후엔 가구가 흥미로웠는데 지금은 건축이나 미술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가구 디자인과 건축이 맞닿아 있다는 걸 알게 되니 건축 공부가 너무 재밌더라. 집안의 건축과 분과 함께 일본으로 건축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Q : 흥행요소라고는 강동원의 네임 밸류 하나 뿐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이번 영화로 강동원이 십대 팬들을 대거 끌어들일 수 있겠다는 예상 또한 흘러나오고 있다.

언제나 판단 미스를 하는 분들에게 내 이름만 가지고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는 게 망하는 길이라고. 나도 10대 분들이랑은 간격이 점점 생기고 있는 상태라, 이번 영화가 거의 막차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려진 시간'은 다양한 관객층을 염두하고 참여하게 됐다. 소재는 좋아하실 수 있겠지만 막상 영화를 보게 되면 예상과는 다르다고 느끼실 수도 있겠다. 사실 특정 연령이나 특정 성별에게만 사랑받는 영화를 하고싶지는 않았다. '늑대의 유혹' 같은 영화를 또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Q : 영화의 흥행이 예상되는가?

'가려진 시간'은 큰 성공을 거두기 보다는 관객분들이 영화의 새로운 시도 그 자체를 인정해주시고 어느 정도 즐기실 수 있기를 목표로 두고 있다. 어렸을 때 '퇴마록' 같은 영화 보면 신선한 소재라 기대가 많이 되기도 했다. 나 또한 관객분들에게 새로운 영화를 소개시켜 드리고, 한국 영화에 실망 안 하시게끔 시도한 바를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다.

 

 

사진 제공 : 쇼박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