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부터 시작해 이제 14년 차 배우가 된 이다윗(22)이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으로 영화 팬들을 찾아올 채비를 마쳤다. 그간 ‘더 테러 라이브’(2013), ‘시’(2010)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중에게 익숙한 얼굴은 아니다. “‘스플릿’을 계기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배우 이다윗을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날 삼청동에서 만났다.

 

‣ 두려움과 설렘 교차하는 개봉

‘스플릿’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스물여섯 볼링 천재 영훈(이다윗)과 볼링 도박판을 전전하는 왕년의 볼링 스타 철종(유지태)가 펼치는 흥미진진한 도박과 먹먹함을 자아내는 우정, 두 남자의 케미스트리에 얹힌 유머코드를 섬세하게 담았다. 이다윗은 개봉을 앞두고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

“엊그제까지는 좀 두려웠어요. 원래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다’는 마인드를 갖고 사는데, 이상하게 ‘스플릿’은 그 마음을 못 품겠더라고요. 그런데 VIP 시사 무대 인사를 도는데, 관객석에 저희 영화 스태프들이 앉아 있는 걸보고서 ‘아 진짜 끝난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찜찜함이 풀렸어요. 지금은 빨리 개봉해서 관객 분들의 평가를 듣고 싶어요.”

 

‣ 쉽지 않은 ‘자폐 연기’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막막했다”고 토로한 이다윗은 연기를 위해 직접 상담사를 찾아가서 공부하고, 최국희 감독과 많은 대화를 통해 영훈 캐릭터를 조금씩 잡아나갔다고 밝혔다. 그 동안 주로 학생 역할만 맡아오다 처음으로 도전한 자폐 연기에 부담이 컸지만, 이를 통해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감독님과 처음에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나눠서 정말 죽어라 공부하고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그랬는데도 막상 연기를 하면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어서 불안하기도 했죠. 그런데 그 때 감독님이 ‘네 선택을 믿는다’고 해주셔서 조금 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나를 신뢰하고, 또 나를 믿어주는 감독님도 신뢰하기로 마음을 먹으니까 꽤 힘이 나더군요.(웃음)”

 

‣ "선배들의 무관심, 열심의 원동력”

‘스플릿’엔 연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배우 유지태 이정현 정성화가 출연한다. 이다윗은 그때를 회상하며 “대단한 선배들과 함께한다는 게 설렜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수를 하거나 미흡한 연기를 했을 때도 아무런 꾸중이 없고 무관심(?)이 이어져 다소 당황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번엔 제 연기에 자신이 없어서 뭐라고 꾸중하실까봐 굉장히 걱정했어요. 근데 꾸중은커녕 조언도 안 해주시더라고요. 처음엔 선배님들이 제게 관심이 없는 건가 싶었어요. 혼이라도 내주셨으면 더 편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나중에 회식자리에서 대화하면서 느꼈던 건 제게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저를 믿고 계셔서 그랬다는 걸 느꼈어요. 어린 후배가 아니라 동등한 배우로서 인정을 해주신 거라 기분도 좋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죠.”

 

‣ 몸에 밴 ‘영훈’ 습관

이다윗은 “지금껏 연기 생활을 해오면서 이토록 고민하고 몰입했던 적은 없었다”며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소회했다. 하지만 촬영을 마치고도 계속 영훈 캐릭터의 행동과 습관이 몸에 남아있어서 다른 연기를 하는 데 조금 지장이 있었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제가 원래 물 흐르듯 살아가는 사람이라서 캐릭터에 빠져서 괴롭고 그러진 않았는데, 이상하게 영훈 캐릭터는 유독 여운이 남더라고요. ‘스플릿’ 촬영 후에 제가 드라마를 찍었는데, 계속 습관이 남아있어서 초반에 계속 영훈이 같은 행동을 했어요.(웃음) 저도 모르게 약간 정신을 놓고 있으면 손을 허우적거린다던지, 말을 더듬곤 해요. 아무래도 몇 달 동안 매달렸던 캐릭터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거니까요. 생각이 조금 비고, 아쉬움이랑 잔상도 많이 남아요. 물론 거기 집중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왠지 허전해서 그런 것 같아요.”

 

‣ “천우희 선배와 멜로 꿈꿔요”

아직 스물두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다윗의 필모그래피는 꽤 다양한 장르로 꾸며져 있다. 평소 “흥미가 뚝 떨어지면 가차 없이 그만 두는 성격”이라던 그가 유일하게 꾸준히 하는 일이 바로 ‘연기’다. 늘 신선한 걸 하고 싶다는 그에게 꼭 하고 싶은 장르가 있는지를 물었다.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멜로 해야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찐한 멜로로 하고 싶어요.(웃음) 지금은 너무 어려 보여서 할 수 없겠지만, 군대 갔다 와서 남자다워지면 해보고 싶어요. 아직은 연상이 더 좋더라고요. 요즘에 천우희 선배님께 푹 빠져있습니다. 예전에 ‘해어화’ 시사회를 갔는데, 배우를 보고 너무 좋아서 소리 지른 적은 처음이었어요. 덕분에 한때 메신저 프로필 사진이 다 천우희 선배님이었죠.”

 

‣ 아역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단계

아역 배우로 활동하다보니 어린 이미지에 국한돼 아쉬움이 남을 법도 하지만, 그는 “굳이 벗어나려 노력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이기에 전전긍긍하기보다 지금 이 나이대에서만 할 수 있는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어린 외모나 느낌은 시간이 해결해 주는 거죠. 아역 이미지가 초조하진 않아요. 사실 지금이 아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애매한 시기잖아요. 이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아요. 사실 그 동안 여러 작품에서 관객 분들에게 각인될 만한 기회가 있었어요. 지금도 ‘네가 걔야?’라는 반응이 많아요.(웃음) 아직은 어리니까 계속 쌓이고 쌓이다보면 역할이 아니라 배우 이다윗으로 기억되지 않을까요? 그 계기가 ‘스플릿’이면 좋겠네요.”

 

‣ 배우 이다윗이 그리는 연기 청사진

“제가 늘 이야기 하는 건데요. 저는 영화계의 중심이자, 심장, 좌심실 같은 배우가 될 겁니다. 10년, 20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그 때 가서는 저를 빼고 영화계 이야기가 불가능할 정도의 존재감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일단 저는 누구보다 연기를 좋아한다고 자부해요. 지금도 ‘내가 뭘 더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이 생각으로 계속 가다보면 영화계의 한가운데 있지 않을까요?”

 

 

사진 권대홍(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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