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일본 역사상 최악의 재해으로 불리는 동일본 대지진은 많은 사람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빼앗았다. 그 이후 8년,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봄은 온다’는 재난이 휩쓴 5개의 마을, 10개월의 시간, 100여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영화는 목공예 장인 엔도 신이치 씨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목공예 일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부터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던 엔도 신이치 씨의 삶은 평화롭게만 들린다. 그가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은 2011년 3월11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집이 있던 곳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지었다. 재해 날 잃어버린 3명의 아이들을 위한 선물이었다. 하지만 이를 고백하는 일련의 과정은 담담하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과연 누가 알 수 있을까, 죽으면 지옥이 있는 줄 알았는데 사는 게 지옥이었다고 말하는 엔도 씨 부부에게 그 시절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럼에도 삶은 계속 되고 있다. 엔도 씨 부부는 한때 서로의 얼굴을 보기도 힘들어 이혼을 결심했지만 서로를 지탱하는 것은 둘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엔도 신이치 씨의 부인 료코 씨는 남편이 잠깐 집을 비운 사이 벌어진 참사에 한때 남편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를 이해하게 됐다고 말한다. 험상궂게 생겼지만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했다며 료코씨는 “아이들을 잃었을 때 나보다 더 괴로운 건 남편이 아니었을까”하며 남편을 다독였다.

영화의 놀라운 점은 이들의 이야기에 재난의 피해와 눈물을 강조하지 않고 피해자들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절대 잊을 수 없다”고 당시의 상처를 극복하려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참사를 올곧게 바라보고 소중한 이들과의 시간을 좀 더 생각할 뿐이다. 결혼 5일 만에 남편을 잃은 회사원 오쿠다 에리카 씨는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아요”라고 하지만 동시에 “언젠가는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희망을 말한다.

아들 부부와 손자, 아내를 잃은 전 소방관 본부장 스즈키 켄이치 씨에게 삶의 목적은 가족들에게 번듯한 불단을 지어주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하고 나면 내 기분도 조금은 나아지겠죠”라며 “가끔 견딜 수 없을 때 파칭코를 간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곤 했다.

재해 당시 지역 주민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한 미나미산리쿠 칸요 호텔은 현재 이 곳을 찾는 이들에게 재해 상황을 전달하는 이야기 버스를 운영한다. 이들은 재해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고민한다. 호텔 직원은 이토 슌은 “그날의 일을 없던 일로 만들고 싶지 않다”며 “돌아가신 이들의 생의 의지를 생각하면 남은 우리가 그 의지를 소중히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생존자들은 각기 다른 상실을 겪었지만, 서로를 위로하고 연대해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한다. 엔도 씨 부부는 이제 지진 당시 함께 힘든 시기를 겪었던 이들을 위한 지역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 원어민 교사를 했던 딸 앤더슨 씨를 잃은 앤더슨 부부는 일본에 지속적인 기부로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그들은 “딸이 잊지 않기 위해”라고 말한다.

영화는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는 풍경으로 끝난다. '봄은 온다'의 원제 ‘일양래복’은 ‘겨울이 지면 봄이 온다. 나쁜 일이 일어난 후에는 좋은 일이 생긴다’라는 의미를 지녔다. 이처럼 영화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겨도 삶은 여전히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담담한 울림으로 전한다. 러닝타임 81분, 전체관람가, 3월 14일 개봉.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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