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열풍을 불게 만들었던 이정범 감독이 돌아왔다. 그가 내놓은 ‘악질경찰’은 범죄물을 다뤘던 필모그래피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녹여내 보는 이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범죄와 세월호가 만나 감독의 메시지는 더 강하게 전달된다.

‘악질경찰’은 뒷돈을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쓰레기같은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가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범죄 드라마다. 조필호가 미나(전소니)를 만나 감정변화를 겪으면서 이야기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답게 온갖 욕설과 폭력이 난무한다. 시도때도 없이 사람을 때리고 입을 놀리는 조필호의 ‘악질’적인 모습에서 그가 어떤 캐릭터인지를 단박에 알 수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조필호가 큰 폭으로 감정변화를 느껴 영화는 한 인간이 충격적인 사건의 진실을 알았을 때 얼마만큼 달라질 수 있는지를 말해준다. 그 사건이 바로 ‘세월호 참사’였다.

배경부터 등장인물들이 세월호 참사와 연관돼 있다. 범죄상업영화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경우는 없었다. 신선한 방식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세월호 사건의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우려도 있다.

그동안 여러 영화에서 세월호 참사를 슬프게 다뤘기 때문에 ‘악질경찰’을 보는 이들이 어색함을 느낄 가능성도 높다. 무엇보다 폭력, 살인 등 범죄와 관련된 장면들이 세월호와 잘 어울릴지도 의문이다.

다만 이정범 감독은 어른들이 만든 난폭한 세상을 고발하며 세월호 이야기를 영화 중간중간 끼워넣었다. 재계 1위 기업, 세월호 유가족, 희생된 학생 친구들 등이 등장하고 미나라는 캐릭터가 영화 중반부터 조필호 대신 극을 이끌며 점차 감정은 고조된다. 이정범 감독이 ‘악질경찰’을 통해 하고싶은 메시지가 정확히 드러나 관객들이 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악질경찰’이 세월호를 다룬다고 무겁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조필호 역을 맡은 이선균의 유머가 웃음을 자아내며 이선균-전소니, 이선균-이유영 등 케미도 옅은 미소를 띠게 만든다. 특히 악역 권태주로 분한 박해준의 연기가 눈을 사로잡는다. 그는 ‘독전’에서 보여준 악한 연기와 다르게 더욱 악랄하면서도 그 속에 남모를 연약함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 권태주 그 자체가 됐다.

전소니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그는 단편, 독립영화 가릴것없이 많은 작품에 출연했으며 최근 tvN ‘남자친구’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였다. 전소니가 맡은 미나는 반항심 가득한 캐릭터로 조필호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나가 가지고 있는 아픔, 과거를 전소니가 자신의 표정으로 오롯이 드러내며 관객이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미나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 특히 이선균과 대화하는 장면에서도 밀리지 않는 포스를 뿜어내 시선강탈한다.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고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한 반면 ‘악질’을 내건만큼 기대했던 그 정도의 악랄함은 영화 끝까지 가지 않는다. 다만 세월호를 소재로 한 새로운 영화, 이선균, 전소니, 박해준 등의 뛰어난 케미가 관객을 불러모으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러닝타임 2시간 7분, 청소년 관람불가, 3월 20일 개봉.

사진=‘악질경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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