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을 탄 듯 휴대폰에선 ‘여러분’(1979년)이 플레이되고, TV에선 ‘떠나아할 그 사람’(1968년)이 흐른다.

 

 

가요·드라마·영화·공연계에 창궐하는 리메이크(Remake). 특히 대중음악계의 리메이크는 어떤 다른 분야보다 활발하다. 추억팔이 드라마, 예능, 오디션·가수 배틀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옛 가요가 신상 옷을 입고 툭 튀어나오는 불황의 시대, 리메이크의 법칙을 살폈다.

 

첫째. ‘가성비 갑’ 매력

이미 대중으로부터 검증받은 작품을 새롭게 다시 만듦으로써 나이든 세대에게는 친숙함,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안겨준다. 입맛 까다로운 2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유명 가수들의 앨범 제작비는 1억원을 넘기기 일쑤. 곡당 500만~3000만원 가량 드는 작곡비 대신 최소한의 편곡비와 녹음 비용만으로 음원 발매가 가능해 리스크를 낮춘다. ‘저비용 고효율’의 대표템이다.

 

 

 

둘째. 막강 유통채널

‘슈퍼스타K’ ‘K팝스타’ ‘쇼미더머니’와 같은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 등 기성 가수 경연무대, 예능프로 ‘프로듀서 101’ ‘슈가맨’ ‘꽃보다 청춘’, 복고모드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와 ‘시그널’ 배경음악 등 방송의 주요 소재로 이용되기에 전파력이 막강하다. 자연스러운 홍보에 힘입어 방송 직후 리메이크 음원이 발매되면 각종 음악차트 상위권을 점령한다.

 

셋째. 삶의 위로> 사랑노래

연애, 밀당, 이별 등 사랑 노래는 차고도 넘쳐난다. 신곡의 상당수가 이런 내용을 찍어낸다. 리메이크 곡이 폭발력을 갖기 위해선 달달한 사랑 노래보다는 삶에 대한 위로를 다룬 곡이라야 효과가 크다. ‘회상’ ‘여러분’ ‘청춘’ ‘걱정말아요 그대’ ‘세월이 가면’ 등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함을 전할 때, 중장년층부터 젊은 세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리스너들이 빠져든다.

 

 

넷째. 심플한 편곡

‘새로운 포장’은 편곡과 직결된다. 화려하고 복잡한, 변화무쌍한 편곡을 시도했을 때 원곡을 향유했던 세대는 적응하기 힘들어진다. 낯설기에 감흥이 떨어진다. 편곡에 대한 욕심보다 곡의 감성을 얼마나 적확하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이다. ‘응팔’에 삽입된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는 2004년 전인권 4집에 수록됐을 때보다 더 단조로운 기타 한 대의 편곡이었으나 깊은 울림을 전하며 청자를 움직였다.

 

 

다섯째. 기성 가수> 신인

유제이(여러분), 장재인(가로수 그늘아래 서면), 김필(청춘), 잉키(떠나야할 그사람)와 같은 신인부터 이적 오혁 아이유 거미 빅뱅 박효신 나얼 이은미 조규찬 김범수 이소라 이수영 성시경 SG워너비 등 기성가수에 이르기까지 너나할 것 없이 리메이크 시도를 한다. 흥행 타율은 기성가수가 압도적이다. 인지도만의 문제는 아닌 듯 보인다. 리메이크 열풍의 중심에는 당대 최고의 뮤지션이 서왔다. 주목 받는 굵직한 가수들이 불후의 명곡을 재해석함으로써 자신의 위력을 과시하거나 재조명 받는 기회를 포착했다. 기대에 찬 시선의 대중은 여기에 탐닉했다.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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