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먹하고 공감된다.” 이 말이 ‘생일’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일상을 담은 ‘생일’은 세월호 참사 후 유가족들이 겪는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도 보는 이들의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경험을 끄집어내 감정이입하게 만든다. 그 방법은 인위적이지 않으면서 정말 자연스럽게 가슴 깊이 와닿는다. 그만큼 ‘생일’은 소리없이 강한 영화다.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에 남겨진 정일(설경구)-순남(전도연) 부부가 이들이 간직한 기억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담았다. 가장 다루기 어려운 소재를 가지고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로 만들어낸 이 영화는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데 성공한다.

누구나 소중한 사람을 잃는 순간이 온다. 필자도 지난 2년 동안 가장 소중한 사람 중 몇 명을 먼저 떠나보냈다. 지금도 왠지 모를 죄송한 마음에 잠을 못 이루고 어두운 방에서 눈물을 훔치며 휴대전화 사진첩에 그들의 사진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그 아픔을 잊어버리고 싶어도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생일’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일상을 소재로 하면서 우리의 일상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만한 일들을 있는 그대로 스크린에 담아 보는 이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신파가 없다는 것이다.

감정이 폭발하고 눈물을 쏟아내는 장면은 있지만 억지로 보는 이를 울리려는 기교로 보이지 않는다. 왜 캐릭터들이 지금 울어야하는지, 울어야될 상황에 놓이는지 그 과정이 아주 뚜렷하게 드러난다. 바로 이러한 점이 정일과 순남이 오열해도 공감할 수 있는 이유다.

설경구와 전도연의 연기도 사람들의 가슴을 움직이는 데 한몫했다. 두 배우 모두 힘을 빼며 각자의 캐릭터의 감정에 충실했다. 설경구는 ‘소원’에서, 전도연은 ‘밀양’에서 자식에 대한 아픔을 간직한 부모 역할을 했다. 이 영화들에서도 두 배우는 진심 가득한 연기를 통해 관객들을 울리게 만들었지만 ‘생일’에서는 더욱 담백하게, 더 자연스럽게 자신의 캐릭터를 표현해냈다.

설경구가 연기한 정일은 아들이 세상을 떠날 당시 곁에 있어주지 못한 죄책감을 가진 인물이다. 순남 앞에 어느날 나타나 머뭇거리며 시원하게 내뱉지 못하는 말들, 소심한 행동, 잔뜩 기죽은 모습은 설경구의 연기를 통해 정일이란 캐릭터를 완벽하게 설명해준다.

전도연이 맡은 순남 역시 마찬가지다. 순남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운없는 표정을 짓는다. 전도연의 행동하나하나가 삶의 기력을 느끼지 못하는 순남 그 자체가 돼 설경구와 함께 평범한 부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은 압권이다. 제작발표회 당시 이종언 감독과 배우들은 ‘생일하다’는 말이 ‘기억하다’와 같은 의미라고 전했다. 그 말대로 하이라이트 장면은 먼저 떠난 이를 기억하는 여러 방식을 보여주며 보는 이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가장 소중했던 사람을 잃은 기억 역시 누구나 다 가지고 있기에 관객들은 이 장면을 보는 내내 잠시 잊고 살았던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올려질 것이다.

이종언 감독이 세월호 유가족 옆에서 지켜본 만큼 그의 경험담이 생생하게 스크린으로 펼쳐졌다. 여기에 ‘생일’은 설경구, 전도연의 현실적인 연기력, 가슴을 파고드는 하이라이트 장면까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높은 몰입감을 선사하며 “보기 힘들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는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줄 것이다. 러닝타임 2시간, 전체 관람가, 4월 3일 개봉.

사진=‘생일’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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