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 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디엠지(DMZ)’ 전시가 21일부터 5월6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비무장지대(DMZ)가 진정한 의미의 비무장지대로 변화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지난해 4월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이후 냉전의 산물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는 휴전선 감시초소(GP)의 시대적 의미와 감시초소 철거에 담긴 남북 관계의 새로운 변화를 전달한다.

비무장지대에 도착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민간인 통제선, 통제구역, 통문, 감시초소 등의 ‘공간적 구성’과 감시초소가 없어진 미래의 비무장지대까지 아우르는 ‘시간적 구성’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전시가 구성된다. 참여작가로는 안규철, 이불, 정연두, 백승우, 김준, 노순택, 오형근, 문경원, 전준호, 임민욱, 조민석, 승효상, 최재은, 민정기, 김선두, 강운 등 국내외 작가 개인 및 팀 총 50명이 참여했다.

20일 전시가 열리는 문화역서울 284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기획자 광주비엔날레 김선정 대표와 한금현, 조희현, 조경진과 작가 강운, 김선두, 정연두, 안규철, 김태동, 백승우, 이불 작가 등이 참석했다.

사진=A. 이불, LEE BUL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를 위한아이디어스케치No.2– 인피티니 타입 B, 2017, 종이에 레이저 프린트, 42×29.7cm_작가제공

전시는 ‘DMZ, 미래에 대한 제안들’ ‘전환 속의 DMZ: 감시초소(GP)와 전망대’ ‘DMZ와 접경지역의 삶:군인, 마을주민’ ‘DMZ 역사와 풍경’ ‘DMZ의 생명환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DMZ, 미래에 대한 제안들’은 DMZ의 미래를 보여준다. 뉴욕의 프런트갤러리에서 열린 ‘프로젝트 DMZ’부터 건축가, 디자이너, 철학자, 예술가가 각자가 생각한 DMZ의 미래를 보여준다.

패션디자이너 크리스티나 킴의 ‘대지를 꿈꾸며 프로젝트’는 DMZ 안에 들어갈 때 입는 옷과 가방을 디자인한 작품이다. DMZ에는 가능한 적은 소지품을 지닐 것을 장려하기 때문에 작가는 자연요소들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옷가지부터 필기구, 간단한 점심을 넣을 수 있는 가방까지 구성했다.

이불 작가는 ‘인피니티 타입 B’(2017)을 전시했다. 이불 작가는 DMZ에 설치되었으나 더 이상 활용되지 않은 구조물을 활용하기 위한 제안을 작품 스케치로 전시했다. ‘인피니티 타입B’는 소이산 이북에 다각도로 분덜된 거울 조각을 부착해 여러 각도로 반사시켜 주변 경관을 파편화해 보여지게 만드는 작품이다.

사진=정연두, 을지극장, 2019, 솔벤프린트, 라이트 박스, 소리, 10 x 2.2 m

중앙홀에서 여리는 ‘전환 속의 DMZ: 감시초소(GP)와 전망대’에서는 현재 DMZ의 모습과 전망대 그리고 GP의 잔해를 이용한 작업을 볼 수 있다. 이 공간에서는 현재 한반도의 상황과 DMZ의 역사를 볼 수 있으며 파괴된 GP를 이용해 어떻게 평화를 그릴 것인지를 고민한다.

안규철 작가의 ‘DMZ, 평화의 종’은 DMZ에서 철조망의 잔해를 녹여서 종을 만들고 벙커의 감시탑의 형태를 가져와 종을 거는 종탑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사람들을 갈라놓았던 철조망을 사람을 하나로 모으는 소리가 되는 전환을 생각해냈다. 이어 안 작가는 문화역서울284의 주소가 통일로 1번지라고 언급하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연두 작가의 ‘을지극장’은 작가가 2018년부터 50여 차례 DMZ를 방문하며 진행한 사진 작업을 이어놓은 작품이다. 작가는 DMZ에 있는 13개의 전망대를 선정, 계절별로 방문해 촬영했다. 또한 DMZ이 전경을 관람하는 공간이 마치 극장같다는 것에 영감을 얻어 현실 극장을 사진 속에 구현했다.

강화도의 ‘평화극장, 철원의 ’멸공 극장‘, 화천 ’칠성 극장‘, 양구 ’을지 극장‘, 고성 ’통일 극장‘ 등에서 작업을 진행하여 DMZ 전망대와 극장의 모습을 마치 한 공간인 것처럼 연출했다. 이와 함께 이 사진들은 연출과 기록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 관광객과 배우들의 연기가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진=최찬숙, 양자리, 2018

’DMZ와 접경지역의 삶: 군인, 마을주민‘에서는 군인의 삶과 민간인의 삶이라는 DMZ에 존재하는 두 가지 종류의 삶을 다룬다. 전쟁이라는 정치·사회적 상황에 놓인 개인이라는 작은 존재가 작가, 건축가, 사적 기록물, 국가기록물 속에서 어떻게 그려지는지 다양한 시각으로 관찰되었다. 1·2등 대합실, 부인 대합실, 귀빈예비실, 귀빈실 등에서 한국 국인들과 미군들, 민간인들이 찍은 사진 아카이브가 전시되어 있다.

박종우 작가는 직접 수색작전을 펼치는 군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영상 ’인사이드 DMZ- 경계의 북쪽‘ 작업으로 보여주며 DMZ 내부공간을 탐구했다. 최찬숙 작가는 민북마을 ’양지리‘가 대북 선전이라는 정치·군사적 통제 아래 조성된 마을이라는 점에 집중했다. 최작가는 이제는 노인만 남은 텅 빈 공간을 작품으로서 그렸다. 또한 그들이 현재 살고 있지만 소유권을 인정받지 못한 땅 위에 9평 집이 오랜 세월 증축에 증축을 거듭하며 변형을 이룬 모습을 보여준 주택의 모습을 함께 전시했다.

사진=강운, 밤으로부터 , 2019

’DMZ, 역사와 풍경‘에서는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작가들이 DMZ를 어떻게 그려왔는지를 모여준다. 문화서울284 2층에서는 1908년대부터 최근까지 DMZ를 주제로 하는 회화작품을 리서치를 통해 아카이브해 보여준다.

강운 작가의 ’밤으로부터‘는 작가의 군복무 시절과 현재의 DMZ는 공간상 큰 변화를 겪었지만 그날의 하늘과 오늘의 하늘은 큰 변화가 없어보인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작가가 군 복무 시절 마주했던 철책은 단순한 물리적 경계를 넘어 훨씬 더 초월적이고 정신적인 장벽이자 표상이었다.

30년 후 다시 마주한 철책은 이제 더 이상 굳건한 장벽이 아니고 그저 지나간 시간의 녹슨 표상이었음을 고백한 작가의 또다른 작품 ’철책 단상‘은 지나간 청춘과 다가올 청춘들에게 헌사하는 작품이다.

사진=E-1.야생정원, 아름다운 경계 248 km Photo by KimTaedong

마지막으로 ’DMZ 생명환경‘에서는 DMZ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여준다. DMZ의 식물상을 다룬 작품을 통해 생태계를 환유적으로 제시하면서 DMZ가 가지고 있는 야생 자연의 가치를 다시 일깨워준다.

DMZ의 식물상을 축소해 재구성한 샘플 정원인 ’246km 야생정원, 아름다운 경계‘는 실제 접경지역에서 채취한 식물 표본을 가지고 제작됐다. 표본전시를 담은 3개의 테라리움은 DMZ를 담은 소우주이다. 이끼정원을 통해 DMZ의 땅굴 지하의 생명 환경을 재현하기도 했다. 

한편 ‘디엠지(DMZ)’ 전시는 오는 21일부터 5월6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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