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멋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궁궐, 유니크한 매력 덕분에 지금은 도심 나들이 명소로 주말마다 많은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심 한가운데 묵묵히 자리 잡은 궁은 특히 가을에 더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풍긴다. 높은 하늘, 붉게 물든 단풍과 함께 어우러진 궁을 걷고 있으면 왠지 50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 유다른 감상을 전한다.

 

꿋꿋한 아름다움 경복궁

서울의 대표적 궁궐하면 첫 머리에 떠오르는 게 바로 경복궁이다. 젊은 층에겐 ‘구르미 그린 달빛’ 이영 세자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감격의 공간, 어른들에겐 지친 현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꿋꿋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더욱이 점점 겨울에 가까워져가는 요즘, 경복궁은 오색단풍과 소복이 쌓인 낙엽으로 늦가을의 계절감을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기도 하다. 조선왕조 500년 간 숱한 왕들이 이 풍경을 즐겼다고 생각해보면 왠지 모를 흐뭇함까지 찾아온다.

여기에 더해 왕실의 예와 다도를 경험할 수 있는 ‘경복궁 다례 체험’도 방문객을 맞는다. 향긋한 찻잎을 그윽하게 우려내는 동안 침묵으로 사색하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으니, 바쁜 현실에 지친 마음을 한 번쯤 달래고 오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경복궁 다례 체험: 소주방 내 샘물방, 11월26일까지 토요일마다. 예약 필수 02-3210-1645

 

겸손의 미덕 창덕궁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은 한국 특유의 ‘겸손’ 미학을 도심 한복판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바쁜 움직임에 멀미를 일으킬 것 같은 바깥과 단절된 창덕궁 내부는 한갓진 풍경으로 새로움을 환기한다. 오래 한 자리를 지킨 이끼 낀 바위, 담담히 서있는 나무는 우리를 내려다보며 여유와 겸손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조선의 왕들도 창덕궁의 이 여유 가운데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읽었다고 한다. 그를 이어 창덕궁 내 4개 공간에서 ‘후원에서 만나는 한 권의 책’ 프로그램이 열린다. 옛 과거 시험장 영화당, 서책을 보관하던 규장각, 단풍 절경이 유명한 부용정 주변은 눈을 뗄 수 없는 멋도 동시에 전한다.

*‘후원에서 만나는 한 권의 책’: 후원에 있는 정자-영화당, 존덕정, 취규정, 농산정. 15일까지

 

사진 찍기 좋은 창경궁

창덕궁 후원은 창경궁과 이어진다. 창덕궁을 방문한 이들이라면 발길을 이어 가는 편이 좋다. 창경궁은 약간은 외따로 있어서인지 다른 궁궐에 비해 사람들로 붐비지 않는다. 깊숙이 숨겨져 오로지 왕실 가족들을 위한 생활공간이었다. 왕비의 침전이었던 통명전은 그 유명한 장희빈이 인현왕후를 해하려 저주를 퍼부었다는 바로 그 곳이다. 고요한 분위기는 친구 혹은 연인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단풍이 내려앉은 춘당지 주변이 특히 사진 찍기 좋다.

*한복 입은 사람은 무료 / 문의 02-762-4868

 

1000원의 행복 덕수궁

덕수궁하면 왠지 연인이 함께 걸으면 헤어진다는 우울한 ‘돌담길’만 떠오르지만, 의외로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펼쳐지는 유쾌한 공간이다. 유독 회사가 몰려있는 시청 근처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라면 잠시 시간을 내 금요일 점심 덕수궁을 찾는 것도 좋을 것이다. 덕수궁에서 펼쳐지는 ‘정오 음악회’에선 입장료 1000원으로 스타벅스 드립커피와 느낌 있는 야외 공연까지 모조리 누릴 수 있다. 바쁜 주중, 여유 없이 달려 온 직장인들에게 아주 잠깐이나마 휴가를 누리는 기분을 선사한다.

*덕수궁 ‘정오 음악회’: 석조전 분수대 앞, 11월11일까지, 매주 금요일

 

 

사진=flic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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