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가 1회 9.6%, 2회 10.8%(닐슨코리아 집계)로 시청률 사냥에 성공했다. 다른 의학드라마에서 맛보기 어려운 3가지가 힘을 발휘했다.

 

1. 복합장르

 

‘종합병원’부터 ‘닥터스’에 이르기까지 의학드라마는 안방극장에서 익숙한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청춘의 성장물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휴먼드라마로, 때로는 살벌한 권력쟁탈의 이야기로 변주되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이런 익숙한 장르적 특성을 더욱 확장한다. 메디컬 드라마로서의 리얼리티를 살리면서, 어린 시절 VIP 우선 치료로 인해 아버지를 잃은 소년 강동주가 이를 악물고 공부해 그 병원의 인턴(유연석)으로 돌아오는 내용은 소년의 성장 드라마이자 복수극으로 읽혀진다.

하지만 응급실에서 만나게 된 ‘미친 고래’란 별명의 레지던트 선배 윤서정(서현진)과의 로맨스, 서영과 약혼자인 문선생(태인호) 그리고 간호사의 치정멜로, 리얼리티 강한 메디컬 드라마, 권모술수에 능한 거대병원 원장(최진호) 일파를 축으로 벌어지는 권력쟁탈 드라마, ‘김사부’ 부용주(한석규) 사이의 돌담병원을 무대로 펼쳐지는 B급 코미디가 정신없이 뒤섞인다.

한 작품에서 여러 맛을 동시에 느끼는 만족도가 큰 이 작품에서 2010년 ‘제빵왕 김탁구’ 당시 빵이라는 소재와 청년의 꿈이라는 서사에 온갖 통속적 요소를 가미시켜 폭발적 시청률을 일궈낸 강은경 작가의 솜씨가 확인된다.

제작진은 삶과 죽음이 오가는 순간의 긴박한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현대사회에서 ‘직업’이란 잣대에 매몰돼 잊고 살아갔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우겠다는 기획의도를 전한 바 있다. 2회까지로 봐선 무리 없는 첫단추 꿰기에 성공한 듯 보인다.

 

 

2. 광속전개

초반 1~2회는 아역, 이후 성인 연기자 등장의 공식 따윈 거세시켰다. 부용주에게서 “더 괜찮은 인간이 되는 것으로 복수를 하라”는 말을 들은 동주는 훌쩍 성장해 병원에 입성한다. 문선생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헤어졌던 동주와 서정은 몇 년 만에 지방의 돌담병원에서 재회한다. 한 회 안에서 5년이란 시간이 훌쩍 건너뛰어진다. 쉴 틈 없이 돌진하는 스피디한 전개가 롤러코스터를 탄 듯하다. 속도에 익숙한 시청자는 ‘빠른’ 공감대를 형성한다.

 

3. 한석규

그가 맡은 부용주는 국내 유일의 트리플 보드 외과의로 한때 ‘신의 손’이라 불렸지만 지금은 은둔생활을 즐기는 괴짜 의사다. 신속한 판단력과 대담함, 타고난 수술솜씨를 지녔으나 한 생명의 죽음 이후 돌담병원에 터를 잡았다. 그리고는 '굴러 들어온 돌'인 동주와 서정을 제자로 맞아 무모한 도전에 나선다.

 

 

한석규는 1회 후반, 첫 등장부터 압도적인 존재감을 안겨줬다. 생명이 위급한 환자의 환부를 봉합하는 유려한 손놀림은 오케스트라 피트 위에 선 지휘자를 연상케 했다. 바람처럼 나타나 진기명기를 선보이는 은둔 고수가 내뿜는 달관과 예리함, 괴짜 성향과 낭만 모드는 걸출한 배우 한석규로 인해 매끄럽게 통합되고 있다.

사진=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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