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화려함으로 승부를 던진 tvN 드라마 '안투라지'가 자체 최저 시청률 0%대로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13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2일 방송된 '안투라지' 4회는 0.749%(이하 케이블플랫폼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이는 지난 3회 방송분(1.621%)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 동명의 인기 드라마를 한국화시킨 리메이크 작품 '안투라지'는 tvN이 1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준비한 드라마로 방영 전부터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조진웅, 서강준, 이광수, 이동휘, 박정민으로 구성된 최고의 브로맨스 라인업으로 많은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듯 화려한 출연진과 다채로운 카메오진, tvN의 열성적인 푸시에도 불구하고, 안투라지의 시청률이 곤두박질 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국내에는 통하지 않는 원작 감성
'안투라지'는 동명의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베일에 싸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한 이면을 다룬다. 방영 전 매니악한 미국 블랙코미디 감성과 높은 수위를 어떻게 한국적으로 풀어나갈 것인지가 한국 리메이크판의 관건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한국판 안투라지는 지극히 원작 감성을 따라가는 무미건조한 분위기가 발목을 잡으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특히 실존 인물을 당당하게 디스하는 할리우드의 분위기를 흉내내며 실제 활동하고 있는 특정 배우를 떠오르게 만든 대사는 네티즌의 몰매를 맞았다. 선상의 비키니 파티와 같이 미국에서나 보편적인 풍경은 위화감을 조성하고, 남성주의적인 장면의 향연은 여성들의 불쾌함을 야기했다. 또한 원작의 완성도에 한참 못미치는 산만한 전개와 '노잼' 대사들은 시청자들의 입꼬리에 일말의 미동조차 일으키지 못했다.
자극적인 것은 쓰지 않았다? 지나친 외설
'안투라지'는 지나친 외설로 시청자들의 불편함을 가중시킨다. 제작발표회 때만 해도 "극단적인 연예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그렸으며 자극적인 것을 쓰지 않았다"고 호언장담하던 작가들의 언급과는 다르게 원작 못지 않은 노골적인 대사들이 난무한다.
특히 "발정난 개새끼" "오른손과 연애해" "클럽에서 여자 X먹을 때처럼 노력해봤냐. 고자냐" 등의 대사들은 이런 게 연예계의 일상이라면 알고싶지 않아질 정도. 재치를 좇는 바람에 수위 조절을 하지 못한 저급한 대사들이 딱 황새 따라가다 다리 찢어진 격이다.
'여혐' 대사에 등 돌린 여성들
안투라지는 젠더 이슈가 거대하게 존재하고 있는 시류를 무시한 채 '여혐' 코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남성의 시각에서 여성들을 품평하고, 여성의 몸매로 농담 따먹기를 하는 등 남성 위주의 지나친 극 전개에 반발심을 느끼는 의견들이 자연스레 속출했다.
또한 극중 박정민과 서강준의 키스신을 비롯해, 카메오 이태임과 클라라의 불필요한 등장은 오로지 자극적인 이슈 양산을 위해 여성 배우를 도구로 활용한 듯한 인식을 심어준다. 이처럼 도무지 웃음으로 승화할 수 없는 '여혐' 코드 때문인지 tvN의 최고 기대작 안투라지는 한 회 만에 시청률이 절반으로 뚝 떨어지고 말았다.
특정 시청자층 포획 실패
안투라지는 어떠한 타겟도 염두하지 않은 듯한 극 전개로 고정 시청자층 확보에 실패했다. 시청률을 좌지우지 하는 여성 시청자들은 여혐 코드에 등을 돌리고, 저급한 대사와 성적이고 자극적인 장면들은 가족 단위의 단란한 시청을 저지했다. 미국의 원작 감성에 충실한 탓에 기존 한국 드라마에 익숙한 중장년층을 끌어들일 포인트도 부재한 상태.
하지만 안투라지는 100% 촬영이 완료된 사전 제작 드라마이기 때문에 갈아 엎을 수도, 조기 종영할 수도 없어 진퇴양난에 빠지고 말았다. 단 4회 방영만으로 '망투라지'로 전락해버린 안투라지가 남아있는 12회 동안 어떻게든 시청자들을 돌아세우고 재기하려면 영리하게 고심해야할 시점이다.
사진 : tvN 제공, tvN '안투라지' 방송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