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트홀에서만 만날 수 있는 클래식 거장들의 특별한 무대 ‘금호 익스클루시브’ 시리즈가 2019년에도 성숙함과 통찰력이 빛나는 음악가 4인의 무대를 선보인다.

사진=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4일 첫 내한공연을 펼치는 피아니스트 크리스천 블랙쇼의 무대를 시작으로, 이 시대의 대표적인 비올리스트 이마이 노부코, 새로운 영감으로 가득한 무대를 펼치는 피아니스트 알렉세이 루비모프, 올해로 91세를 맞이한 ‘빈 음악의 살아있는 계보’ 피아니스트 파울 바두라스코다까지 빛나는 무대가 이어진다.

오랜 침묵을 깨고 무대 위로 돌아온 크리스천 블랙쇼(70)가 포문을 연다. 1978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레닌그라드 음악원에서 수학한 최초의 영국인이자 세계 클래식 무대를 누비던 크리스천 블랙쇼는 90년 홀연히 무대를 떠났다. 급작스레 암으로 아내를 떠나보내고, 남겨진 어린 세 자매의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무대 위의 삶을 잠시 내려놓았던 것이다.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과 EMI의 음반 제의 역시 거듭 고사해 레코딩 한 장 남아있지 않았기에 청중은 그를 기억하기 힘들었고 서서히 잊혀졌다. 20여 년의 세월이 흘러 크리스천 블랙쇼는 대중 앞으로 돌아왔다.

2009년 영국의 세인트 조지 브리스톨에서 선보인 그의 모차르트 소나타 시리즈는 군더더기 없이 모차르트의 정수를 전달하며 순수한 음악에 목말라 있던 대중에게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베를린 필하모닉 협연을 비롯해 국제 무대에서 베일에 싸여있던 명료한 음악을 마음껏 펼쳐내기 시작했다.

2015년 비로소 선보인 영국 위그모어 홀에서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실황 음반은 뉴욕타임스가 꼽은 ‘올해의 베스트 클래식’ 음반으로 선정됐을 뿐 아니라 그라모폰 매거진이 선정한 ‘위대한 모차르트 음반 50선’에 이름을 올렸다.

거장이 처음으로 내한해 들려줄 음악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4번과 슈만 환상곡 C장조, 슈베르트 소나타 D. 960이다. 모두 그만의 통찰력과 시적 감성을 잘 드러내 줄 프로그램으로, 블랙쇼는 “피아노 음악사에서 가장 도전적인 세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희망과 절망, 상실과 슬픔, 역경을 이겨낸 승리로 점철된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를 대중 앞에 꺼내놓기까지 20여 년을 고요 속에 체화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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