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뮤지컬 ‘킹키부츠’가 막을 내렸다. ‘킹키부츠’는 폐업 위기의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아름다운 남자 롤라를 우연히 만나 특별한 신발 킹키부츠를 만들어 회사를 다시 일으킨다는 성공스토리를 담았다. 신디 로퍼의 신나는 음악과 여장남자 엔젤들의 유쾌한 앙상블도 눈에 띄지만, 단연 돋보이는 역은 롤라다. 2014년 초연 때부터 롤라를 맡은 강홍석(30)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수다를 떨었다.

 

◆ ‘킹키부츠’의 롤라

롤라는 사회적 편견과 맞서 싸우는 인물이다. 성 정체성으로 여장남자로 살아가지만, 내면의 아름다움과 진실로 세상을 품에 안는다.

“저에게서 ‘킹키부츠’의 롤라를 빼면 이야기가 안되죠. 브로드웨이 영상을 본 뒤 롤라 캐릭터에 흠뻑 빠졌고, 한국에서 초연을 한다는 소식에 그 누구보다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동영상을 수 십번 돌려가며 롤라의 노래와 몸짓을 따라했고, 이태원의 구둣가게를 다 뒤져 제게 맡는 하이힐을 만들어 신고 오디션을 봤어요. 그때 7번 정도 오디션이 있었던 것 같은데 7번 모두 참여했으니까요. 정말 탐나는 역할이었거든요.”

그의 이런 노력 덕에 관객들은 공연 때마다 강홍석의 롤라에 환호를 보냈다. 뮤지컬 넘버는 물론 손끝의 떨림마저 롤라를 닮으려고 노력했고, 그의 노력은 고스란히 관객에 전달됐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 여성적이지 않냐고 물어들 보시는데, 사실 전 마초 기질마저 있는 천상 남자에요. 아버님의 영향에 보수적이기도 했죠. 하지만 롤라를 하면서 저의 가치관이 다 무너졌어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라는 롤라의 메시지에 감명을 받았고, 이제 저도 세상을 편견없이 바라보는 중이에요.”

 

◆ 매력은 타고난 끼·열정

강홍석은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타고난 끼와 열정이 있다. 2011년 DJ DOC의 노래로 만든 창작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런투유)’로 데뷔해 좌중을 압도하는 코믹 연기로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으로 일본 무대에 서며 두터운 일본 팬층을 만들었고, 2012년 ‘전국노래자랑’, 2013년 ‘하이스쿨 뮤지컬’ 등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했다. 결국 강홍석은 2014년 ‘킹키부츠’로 제9회 더뮤지컬어워즈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최근에는 KBS2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지도까지 쌓아가는 중이다.

“관객 여러분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킹키부츠’에서 롤라의 첫 무대는 여장을 하고 다섯 명의 엔젤들과 함께 부르는 ‘랜드 오브 롤라(Land of Lola)’에요. 마음 한켠으로 ‘여장을 한 나를 이상하게 보면 어쩌지’ ‘어색한가’ 이런 걱정을 하며 무대에 서는데 넘버를 마치는 순간, 관객의 환호성과 탄성이 쏟아지면 눈물이 나요. 울컥하죠. 뮤지컬 배우는 관객의 환호를 먹고사나 봐요.”

‘킹키부츠’ 초연 때 롤라로 더블캐스팅된 오만석은 “강홍석은 롤라를 위해 태어난 배우”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만큼 그의 끼는 넘쳐났고, 신디 로퍼의 음악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제가 끼가 있다면 아마 어머님께 물려받았을 거예요. 정말 노래를 좋아하셨죠. 노래방을 운영하셨을 정도니까요. 어릴 때부터 늘 마이클 젝슨의 노래를 들었고, 중학교 때는 김건모의 노래를 좋아했죠. 다만 배우가 무대에 서려면 끼도 있어야 하지만 결국 노력과 경험인 것 같아요. 무대에 서면 설수록 캐릭터를 해석하는 느낌이 달라지고 여유가 생기거든요. 그런 여유는 초연때는 표현하지 못한 새로운 점을 발견하게 되고, 노력이 더해져 더 나은 캐릭터를 완성해 가죠.”

 

◆ 행복한 결혼과 미래

강홍석은 얼마 전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인 김준수의 사촌 여동생과 결혼을 했다. 뮤지컬 배우 정선아의 소개로 만나 20일 만에 결혼을 결심했고, 그의 결혼식은 작은 뮤지컬처럼 진행돼 화제가 됐다.

“음악을 전공해서 그런지 말이 잘 통하고 제 직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어요. 저는 보기와 달리 여자와 1시간 이상 말을 잘 못하는데 아내와는 만나자마자 3시간 넘게 계속 대화했죠.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분들이 결혼을 안하시는데 전 강추에요. 하하”

2008년 ‘영화는 영화다’로 스크린을 경험했다. 기회가 되면 다시 경험하고 싶은 장르다. 브라운관도 거부하지 않는다.

“큰 틀에서 보면 배우의 역할이니까요. 다양한 장르,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물론 악역도요. 다만 뮤지컬은 넘버 하나하나에 스토리와 음악, 연기를 모두 담는 그런 매력은 있어요. 멋진 장르죠. 요즘 후배들이 저를 보면 ‘부럽다’ ‘존경한다’ ‘롤모델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데, 그때마다 전 ‘준비하면 언젠간 때가 온다. 악착같이 연습하고 발이 닳도록 오디션장을 기웃거려라’라고 충고하죠. 저도 그랬고요.”

아직 강홍석에게 다음 작품은 마련되지 않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그는 노래 연습과 체력 단련을 하면서 다음 작품을 준비할 것이다. 노력하는 그의 미래가 기대된다.

 

사진제공= 씨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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