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은 땅콩회항, 갑질 등으로 대표이사 연임에 실패하며 대한민국에서는 총수 일가 중심으로 운영되는 재벌기업 중 처음으로 경영권이 박탈되는 사례를 남겼다. 이를 비롯해 대기업 3곳 중 1곳은 오너가 갑질 등의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인크루트 제공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5일까지 회원 1008명(직장인 680명 포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실제 오너들의 갑질 행태는 심각했다. 먼저 “재직 중인 기업의 전현직 오너 총수의 갑질 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는지?”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의 23%가 ‘그렇다’, 51%는 ‘아니오’, 25%는 ‘잘 모르겠다’를 각각 선택했다.

응답한 직장인의 4분의1 비율로 오너 갑질을 고백한 셈으로, 기업 규모별로 교차 분석해 본 결과 중견(21%), 중소(20%)기업에서보다 대기업(35%)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 점이 특기할 만하다.

앞서 ‘그렇다’고 선택한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오너갑질 사례를 받은 결과, 총수들의 천태만상 갑질 행태가 드러났다. 갑질 유형은 크게 5개로 구분됐는데 ‘부당이득’ ‘폭력·폭언’ ‘개인업무지시’ ‘채용 비리’ ‘기타’였다.

‘부당이득’의 경우 기업자산 개인 편취 및 배임, 횡령, 탈루, 탈세 등의 답변이 많았고 ‘법인카드의 사적 사용’, ‘회사자금으로 자녀유학’ 등의 응답도 눈에 띈다. ‘폭력·’폭언’에 해당하는 사례로는 인격모독, 일상적인 욕설, 구타 등도 확인됐다.

이어 ’개인업무 지시’의 경우 특히 사례가 많이 발견됐는데 ‘오너 자녀 결혼식에 직원을 차출하여 서빙 보게 함’ ‘주말부부인 팀장이 주말엔 본인의 애완견을 팀원에게 돌보게 함’ ‘직원 시켜 음식 만들라 하고 집으로 배달’부터 ‘개인의 온라인자격증 시험을 직원보고 대신 치르게 함’ ‘개인 연애와 관련하여 부하 직원들을 시킴’ ‘개인 부동산 관리를 직원에게 시킴’까지 직장인이 회사에서 처리해야 하는 일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갑질 정황이 드러났다.

’채용 비리’는 인사권에 대한 갑질 사례가 많았는데 ‘인사전횡, 족벌경영’을 시작으로 ’개인 인맥으로 우선채용’하거나 ‘아들을 사무실에 앉혀 직원을 감시하게 하고, 아들 용돈을 회삿돈으로 지급함’ ‘내연녀를 임원으로 특혜채용’ 등이 대표 사례다.

끝으로 ’기타’ 유형에서는 앞의 사례들과는 달리 분류조차 힘든 갑질 행태가 확인되었다. ‘성추행’ ‘뇌물’ ‘노조설립 미승인’ ‘임금체불’ ‘직원 선물세트 강제매입’ 등 사연도 다양했다. 특히 ‘CCTV를 몰래 설치해 직원을 감시했다’는 답변까지 나왔다.

이런 답답한 현실 때문이었을까. 직장인의 93%는 오너 일가 주축의 현 국내 재벌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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