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은 극단 학전에서 오랜 생활 연극 연기를 펼쳤다. 영화 ‘추격자’를 통해 대중에게 충무로 대표 배우라는 이미지를 심어줬고 그 이후 ‘암수살인’ ‘1987’ ‘황해’ 등 다양한 영화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그런 그가 연기 이외에 연출까지 하고 싶은 작은 욕심을 드러냈다. 그 마음은 아주 오래전부터 김윤석 가슴 한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극단 생활을 시작했을 때 저는 배우만 할 수 없었어요. 사람 수도 적었고 자본도 열악했죠. 그래서 저는 조명 담당, 포스터 부착, 매표소 직원 등 연기 이외의 것들을 많이 했어요. 나중에 무대감독 뿐만 아니라 연극 연출까지 하게 됐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영화 연출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감독할 준비가 완벽하게 되지 않으면 연출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미성년’이란 작품을 만나면서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죠.”
축구를 예로 들면 월드클래스 축구선수가 최고 감독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할리우드에서도 많은 배우가 감독 경력을 쌓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 자비에 돌란, 멜 깁슨 등 연출력까지 인정받은 배우는 흔하지 않다. 김윤석은 첫 영화 연출을 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연기뿐만 아니라 신경쓸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도 김윤석은 감독이란 맛에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연기보다 연출이 더 힘들어죠. 제가 신인감독이어서 그런 거 같아요. 영화의 모든 걸 정해야하고 디테일까지 신경써야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선배 감독 (하)정우가 존경스러웠어요. ‘허삼관’에서 주연배우, 감독 모두 다 했잖아요. 그렇게 하려면 물리적, 체력적으로 힘들거든요. 정우가 정말 대단하고 느꼈죠.”
“예전에 정우가 ‘모니터에 앉아서 장면을 보는 게 독특한 경험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연기하면서 모니터 보는 것과 감독으로서 모니터 보는 건 차원이 달랐어요. 감독 입장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면 배우들의 연기, 전체적인 상황이 눈에 들어오니까요.”
김윤석이 감독으로서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는 무엇일까? 그는 액션, 스릴러 장르보다 드라마에 마음이 간다고 전했다. 특히 사람 사는 이야기에 시선을 집중했다. ‘미성년’ 이후 계속 연출 행보를 이어간다면 김윤석이 보여줄 자신만의 장르 영화가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저는 우리 주변에 보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싶어요. 정말 흔하지만 우리가 놓치는 것들, 무관심해서 지나간 것들, 소중하게 알아야 할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죠. 평범한 사람의 비범한 이야기를 그들의 눈높이로 말이죠. 지금은 ‘미성년’ 때문에 당이 떨어지고 뼈가 아파요. 다음 작품은 생각할 겨를이 없네요. ‘미성년’이 은퇴작으로 남으면 안 될텐데.(웃음)”
“아내가 ‘미성년’은 어려운 이야기라고 하더라고요. ‘불륜’이란 소재는 드라마, 영화에서 많이 다루잖아요. 그만큼 소재에 개성을 심어주기 어렵지만 저는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미성년’의 시각이 독특했고 기존과 다른 이면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아내는 물론 이보람 작가, 스태프, 배우들이 여성이었기 때문에 여성이 많이 등장하는 영화를 연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특히 염정아 배우가 신은 스타킹이 올 나간 장면이 감독인 제가 봐도 인상적이었어요. 남편의 불륜 때문에 괴로운 아내의 마음을 한 장면에 모두 담아냈으니까요.”
대중들은 김윤석을 그가 맡은 캐릭터로만 기억할 수 있다. 그가 사생활을 공개한 것도 아니고 배우로서 연기로만 대중들과 만났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감독’이란 타이틀은 대중들이 김윤석을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미성년’을 통해 관객들이 김윤석을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해진다.
“제 지인들은 제가 ‘미성년’을 연출한다고 하니 ‘김윤석다운 선택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관객분들은 제가 연기로 보여드린 것 이외에 어떤 성격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모르시잖아요. ‘추격자’나 ‘타짜’ 아귀 등의 이미지로 각인되셨을 수 있어요. ‘미성년’을 보시면 김윤석이란 배우 또는 감독에게 ‘이런 부분이 있구나’하고 느끼실 거라고 믿어요.”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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