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공연가에 대작 뮤지컬 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초연작 ‘오케피’부터 프랑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벽을 뚫는 남자’, 웨스트엔드·브로드웨이 히트작 ‘레미제라블’ ‘시카고’에 이르기까지 쟁쟁한 배우들과 스펙터클한 위용을 자랑한다. 어떤 작품에 클릭을 할까.
◆ 베테랑 황정민의 연출력 ‘오케피’
연극 ‘웃음의 대학’으로 유명한 일본 스타작가 미타니 코우키 원작 뮤지컬 ‘오케피’는 극중 뮤지컬 ‘Boy Met Girl’을 시작하기 위해 오케스트라 피트에 모인 지휘자 및 단원들의 위트 넘치는 이야기다. 천만배우 황정민이 ‘어쌔신’에 이어 두 번째로 뮤지컬 연출을 맡았으며 역시 배우 연출가로 활동 중인 오만석과 함께 지휘자 역으로 출연한다. 이외 서범석, 윤공주, 린아, 박혜나, 최재웅, 김재범, 정욱진 등이 출연한다. 김문정 음악감독과 서숙진 무대 디자이너가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국내 초연이라는 신선함이 장점인 반면 일본 극 특유의 정적인 정서와 유머감각을 국내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12월18일부터 LG아트센터.
◆ 초연 보강해 돌아온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미국 작가 마가렛 미첼 원작 소설을 무대화한 프랑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국내 초연은 올해 1월 개막돼 평단과 대중의 혹평을 샀다. 남북전쟁의 격변기를 배경으로 강인한 남부여성 스칼렛 오하라에 초점을 맞췄던 원작과 달리 노예장이란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면서까지 흑인 노예 비중을 강화한 뮤지컬은 낯설었다. 대서사를 2시간 남짓으로 압축한 뮤지컬은 스토리를 쫓아가기 숨 가빴고, 장면들의 연결고리가 느슨해 몰입을 방해했다.
지난 13일 개막한 재연 무대는 이를 대폭 보강, 한결 나아진 흐름을 보여준다. 중장년층 관객을 위해 그 유명한 ‘타라의 테마’를 오프닝과 엔딩에 삽입하고 김소현(스칼렛 오하라), 남경주 신성우(레트 버틀러) 등을 추가 캐스팅했다. 바다 김지우 정상윤 손준호 에녹 김법래 박송권 등 출연. 내년 1월13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
◆ 탄생 30주년 세계 4대 뮤지컬 ‘레미제라블’
탄생 30주년을 맞은 ‘레미제라블’의 한국어 공연 두 번째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바탕으로 기구한 운명을 살아가는 장발장의 숭고한 인간애와 인간의 원초적 감정을 그려낸 세계 4대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받은 작품이라는 게 강점이다.
더뮤지컬어워드 5개, 한국뮤지컬대상 4개 부문을 휩쓴 2012년 한국어 초연 당시 장발장을 단단하게 연기한 정성화를 비롯해 일본 토호 프로덕션 작품에서 장발장 역으로 바람을 일으켰던 김준현 양준모의 3색 장발장 연기,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동양인 최초로 몸 파는 여인 판틴을 연기한 디바 전나영이 가세해 세계적 수준의 무대를 꾸민다. 김우형 조정은 박준면 윤소호 민우혁 출연. 11월28일부터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 화려한 쇼뮤지컬의 대명사 ‘시카고’
브로드웨이 롱런 뮤지컬 ‘시카고’는 국내에선 200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2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1920년대 갱스터, 재즈선율이 지배하던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두 여인의 관능적 유혹과 살인이라는 자극적 소재를 풍자 섞인 시선으로 풀어간다.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현장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지는 열정의 디바 벨마(최정원), 자신을 버린 애인을 권총으로 살해하는 섹시한 록시 하트(아이비)가 주인공이다.
오랜 시간 ‘시카고’에 출연해온 관록의 최정원과 가수 겸 뮤지컬배우 아이비는 꽉 짜인 호흡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농염한 재즈선율을 타고 이뤄지는 절제된 군무와 화려한 탭댄스, 몸매가 드러나는 섹슈얼한 검은색 의상, 12인조 빅밴드 라이브 연주는 왜 이 작품이 쇼뮤지컬의 정석인지를 웅변한다. 변호사 빌리 역 이종석 성기윤, 여간수 마마 역 전수경 김경선 등 베테랑 배우들의 디테일을 살린 캐릭터 연기 향연을 감상하는 것도 꿀잼이다. 11월14일부터 내년 2월26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
◆ 청춘스타 유연석 뮤지컬 데뷔 ‘벽뚫남’
2006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프랑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5번째 공연을 맞았다. 프랑스 국민 작가 마르셀 에메의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음악 작곡가 미셸 르그랑이 작곡을 맡은 작품이다. 1940년대 파리 몽마르트를 배경으로 평범한 우체국 직원 듀티율이 벽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능력을 가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아름다운 선율의 송스루(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어지는 형식)로 담아냈다.
이번 시즌에는 ‘응답하라 1994’ ‘꽃보다 청춘’ 등으로 청춘스타 반열에 오른 유연석이 듀티율 역을 맡아 뮤지컬 데뷔해 눈길을 끌었다. 개막 이후 안정적 가창과 연기로 ‘기대 이상’이란 호평을 얻고 있다. 이지훈 이종석 임창정 고창석 배다해 출연. 11월21일~내년 2월14일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에디터 용원중 goolis@listup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