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복판에서도 한국의 정원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소쇄원은 조광조의 제자 양산보가 스승의 유배에 입신양명의 뜻을 버리고 전남 담양으로 와 만든 원림으로, 깨끗하고 담백한 아름다움이 일품인 한국식 정원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한국의 정원展 ‘소쇄원, 낯설게 산책하기’는 소쇄원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전시장으로 가져와 이를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1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국의 정원展 ‘소쇄원, 낯설게 산책하기’ 간담회에서는 총연출을 맡은 윤규상 총감독, 주관사 SBS A&T 이동협 대표가 함께해 전시를 직접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꿈정 '소쇄원 눈으로 찍기'

전시 소개에 앞서 윤규상 감독은 기획자 의도 설명 시간에서 “소쇄원은 낯선 선물”이라는 의외의 말로 소개를 시작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소쇄원을 처음 알게 됐다. 저뿐만 아니라 16 팀의 활동가도 마찬가지로 한국의 정원이 이런 것이었는지 처음 알았다. 숨어있지만 이런 한국의 정원이 꽤 있다는 것도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알게됐다”며 “아쉬운 점은 한국의 정원에 대해 알려진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유튜브, 다큐멘터리를 다 합쳐도 몇 편 안된다. 우리가 가진게 많은 민족이라고 생각했지만 한국의 정원을 홀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뜻깊은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이번 전시의 특징에 대해 “작가가 아니라 각 장르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활동가를 모아봤다. 사실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라는 프레임 안에서 작업을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과감하게 작가보다는 활동가를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하자는 시도를 해봤다. 영상부터 시작해 음악, 그래픽, 센트 디자이너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통해 전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16팀으로 구성된 활동가들은 크레에이티브 팀 ‘올댓가든’으로 뭉쳐 본 전시를 기획했다.

사진= 박한샘 '소쇄원, 해와 달의 시'

이번 전시는 프롤로그부터 섹션 1-4, 에필로그로 구성됐으며 총 16팀이 만든 18개의 작품으로 이뤄졌다. 이러한 구성은 바로 글 작가에게서 나온 것이다. 윤 감독은 이 또한 새로운 시도였다고 밝히며 “작가가 쓴 글을 중심으로 공간 구성을 시작했다. 그 글과 함께 섹션마다 활동가를 배치했다”고 말했다.

올댓가든은 전시를 단순히 시각적으로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촉각, 청각, 후각 등 모든 감각을 동원해 상상 속 정원 소쇄원을 산책하게 만든다. 프롤로그 ‘소쇄원, 낯설게 산책하기’를 지나면 나오는 섹션1 ‘일상으로부터 달아나기’에서는 신선우의 '그곳에서 피우다'라는 모션 그래픽이 눈길이 끈다. 나비로 시작해 꽃과 나무들이 자라나는 소쇄원의 모습을 그래픽으로 담았다.

또한 북규레이터 김명수의 북디오라마 ‘서원’이 있다. ‘서원’은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소쇄원을 또다른 시각에서 재해석했다. 그 뒤에는 산림청 국립수목원에서 제작한 소쇄원의 초목들 영상과 식물 표본이 전시돼 있어 관객들이 소쇄원을 쉽게 상상하게 도와준다.

사진=신선우 '그곳에서 피우다'

섹션2에서는 ‘따뜻한 기억에 더 가까워지는 순간-애양단’이 펼쳐진다. 소쇄원의 사계절 풍경을 기록한 꿈정 활동가의 사진으로 소쇄원을 관찰할 수 있으며, 이어진 그래픽 디자이너 오디너리 피플의 ‘몽타주’ 작품에서는 그래픽으로 재구성한 소쇄원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몽타주’의 그래픽 디자인 포스터를 관객이 직접 선택해 가져갈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가 함께 진행돼 즐거움을 더한다.

섹션3 ‘조금 특별한 상상을 허락한다면-제월당’은 소쇄원에 있는 정자 제월당을 테마로 기획됐다. 비주얼 아트 작가 박한샘의 ‘소쇄원, 해와 달의 時’은 관람객들은 보기 힘든 소쇄원의 저녁을 장기간 탐구한 작가가 이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공유한 작품이다.

섹션 4 ‘같이 산책할까요?-광풍각’은 송계영 활동가의 종이 설치 작품 ‘환영의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종이 작품을 중심으로 양 옆에 흘러가는 모션 그래픽 영상과 영상 앞에서 무용가들이 자유로이 춤추는 모습은 산책길의 풍요로운 모습을 연상한다. ‘환영의 공간’은 500여년이라는 소쇄원의 과거와 현재를 모아 보여준다. 이 긴 터널을 지나며 관객들은 소쇄원의 여러 요소와 과거를 한 번에 상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 ‘낯설게 산책한 정원’에서 관객들은 ‘우리에게 정원이란’이라는 물음에 답하는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여러 분야의 활동가들이 서로 다른 시각과 각자의 방식으로 소쇄원을 표현한 ‘한국의 정원展 ‘소쇄원, 낯설게 산책하기’는 18일부터 5월1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전시된다. 

사진=올댓가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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