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뮤지컬배우 민우혁(34)이 최근 대극장 뮤지컬 ‘아이다’의 주연 라다메스 역으로 관객에 인사하고 있다. 30대 중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동안인 대다가 멋진 외모를 소유한 그는 2013년 뮤지컬 ‘젊음의 행진’으로 무대에 처음 올라 ‘김종욱 찾기’ ‘풀하우스’ ‘총각네 야채가게’를 거쳐 대형 뮤지컬 ‘위키드’ ‘레미제라블’ ‘아이다’까지 3년 만에 뮤지컬 스타로 발돋움했다. 며칠 전에는 디지털 싱글 ‘눈에 고인 말’을 발매하며 가수로의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연기, 가수, 예능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다는 그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 야구에서 가수, 뮤지컬배우로

민우혁은 나름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야구를 하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우다가 스무 살 무렵 자신이 잘하는 노래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2003년 김희선·고수 주연의 SBS 드라마 ‘요조숙녀’ OST를 부르며 화려하게 데뷔하는 듯 싶었지만, 이후 일이 자꾸 꼬여만 갔다. 무명 생활만 무려 10년이었다. 그사이 군대도 다녀왔고, 연기학원에 다니며 연기도 배웠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연극배우인 친구 어머니를 만났고, 그의 인생은 180도 변했다. 친구 어머니는 노래도 잘하고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 민우혁에게 뮤지컬을 권했고, ‘젊음의 행진’ 오디션 현장을 찾아 당당하게 합격했다.

노래와 연기를 병행하는 뮤지컬 무대는 그에게 신세계였다. 당시 연기보다 노래에 더 소질이 있던 민우혁에게 주크박스 뮤지컬인 ‘젊음의 행진’은 큰 부담이 없었고, 잘생긴 외모 덕에 금방 주목을 받았다. 점차 시간이 흐르며 연기력까지 무장한 그는 ‘레미제라블’의 앙졸라 역으로 카리스마를 발산했고, ‘아이다’의 주인공까지 맡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잘생긴 외모 덕에 좋은 배역을 맡을 수 있었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연기를 잘하려고 엄청난 시간을 투자했고,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오디션에 임했습니다. 이번 ‘아이다’ 오디션때는 주인공 라다메스가 16세라는 점에 맞춰 나름 발랄하게 꾸미고 현장을 찾았다가 연출가께 ‘그래도 장군인데 카리스마가 부족한 것 아니냐’라는 지적을 받았죠. 전 바로 ‘콘셉트를 바꿔 다시 오디션을 보겠다’고 했고, 3시간동안 의상을 바꾸고, 머리를 짧게 자르고, 발목에 한 깁스마저 푼 채로 그날 오후 다시 오디션을 봤어요. 연출가께서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사실 ‘레미제라블’ 공연 때 발목을 다쳐 목발을 짚고 있었거든요.”

그의 이런 열정과 노력 덕에 ‘아이다’ 공연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부라보”를 외치며 민우혁에게 격려와 찬사를 보낸다.

 

◆ ‘젊음의 행진’부터 ‘아이다’까지

뮤지컬 ‘아이다’는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인 암네리스 공주, 그리고 그 두 여인에게 동시에 사랑 받는 장군 라다메스의 전설과도 같은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집트가 인근의 모든 국가들을 식민지화하고 그 백성들을 노예화 하던 시절,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두 국가의 사이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다뤄 현실적인 공감을 형성한다.

뮤지컬 ‘라이온 킹’으로 환상적인 호흡을 맞춰왔던 엘튼 존의 세련된 음악과 팀 라이스의 화려한 무대까지 볼거리가 가득하다.

“연이어 대작에 출연해 행복하죠. 많은 관객분들이 알아봐주시고 팬들이 늘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만큼 부담감은 커요. 아이다, 암네리스 공주와 함께 무대를 이끌어가야 하는 책임감, 엄청난 대사량, 2시간 넘게 무대에 서야 하는 중압감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아요. 다행히 함께 공연하는 아이다 역의 윤공주, 장은아씨나 암네리스 공주를 맡은 아이비씨가 베테랑들이라 많이 의지가 되요. 제가 잠시 타이밍을 놓치면 순발력 있게 도와주거든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소극장 무대를 많이 서서 그런지 저도 순발력은 있는 것 같아요. 하하”

라다메스는 보여지는 부분도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연습과 다이어트를 병행하며 8kg을 감량한 그는 공연을 올린 뒤에도 꾸준히 몸을 가꾸고 있다.

“살을 엄청 뺐어요. 식단도 바꾸고 탄수화물 중독이었는데 80%를 줄였죠. 8kg를 뺐는데 지금도 계속 운동중이에요. 제가 원래 운동을 좋아해 이런 점은 부담이 없어요.”

 

◆ 디지털 싱글 ‘눈에 고인 말’

민우혁은 지난 16일 첫 싱글 앨범 ‘눈에 고인 말’을 내놨다. 그가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음악의 길을 다시 걷는 것이다. ‘눈에 고인 말’은 아직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남자의 애절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민우혁의 섬세하고 호소력 짙은 보컬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번 앨범은 최근 열음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은 버블시스터즈의 리더이자 작사가인 서승희가 직접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았고, EXO·F(X) 등의 가사로 주목받고 있는 ‘100%서정’이 작사에 참여했다. 편곡은 지아·허각·GOD 등과 작업했던 KISH(키쉬)가 맡아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싱글을 발매한 이유는 ‘나 노래 이만큼 잘해’라고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뮤지컬 무대와는 다른 섬세하고 가녀린 감정도 전달할 줄 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뮤지컬 발성과 발라드풍 노래 발성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거든요. 가창력이 필요한 웅장한 노래도 좋아하고, ‘눈에 고인 말’처럼 감성적인 노래도 좋아합니다.”

민우혁에게 “배우와 가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뭘 선택할거냐”고 질문하자 주저없이 “배우”라는 답이 돌아왔다.

“노래는 좋아하는 것이고 연기는 잘하고 싶은 욕심나는 분야죠. ‘잘생긴 배우’보다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소릴 듣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영화나 드라마도 하고 싶고요. 늘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무대가 아닌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인사했으면 좋겠네요. 기대해 주세요.”

민우혁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뮤지컬 ‘아이다’는 내년 3월 11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문의: 02) 577-1987 

 

사진=지선미(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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