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옥자’ 이후 2년 만에 신작을 들고 관객을 맞이한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이 탄생시킨 ‘가족희비극’이다. 22일 오전 11시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에서 5월 말 개봉 예정인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 제작발표회에서 영화에 대한 비밀이 조금 풀렸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괴물’(2006년 감독주간) ‘도쿄!’(2008년 주목할만한 시선) ‘마더’(2009년 주목할만한 시선) ‘옥자’(2017년 경쟁부문)에 이어 자신의 연출작으로만 5번째 칸에 초청되는 영광을 안았다. 그는 “칸에 또 한번 초청된 것에 대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솔직히 경쟁부문 리스트를 보시면 알겠지만 저의 수상 가능성은 없다.(웃음) 제가 존경하는 감독들이 많이 포진돼 있어 거기에 제 영화가 들어간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적인 느낌이 있는 동시에 두 가족의 극과 극 상황은 전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보편적인 모습이다. 그런 면에서 해외 관객들이 한국 관객 못지 않게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영화 시작 1분 안에 현지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영화라고 ‘기생충’을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은 ‘마더’ 이후 10년 만에 한국 장편영화를 내놓았다. 그 10년 동안 ‘설국열차’ ‘옥자’를 찍으며 할리우드 배우들, 제작진들과 함께 작업했다. 그는 “객지에서 10년 돌아다니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옥자’든 ‘설국열차’든 한국 배우, 스태프와 함께 했기 때문이다”며 “저는 항상 이전 작품보다 새 작품이 더 좋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영화를 만든다. 어디서 영화를 만드는 건 중요하지 않다. 그냥 계속 작품을 만들고 싶을 뿐이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기생충’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까? 봉준호 감독은 “2013년 겨울에 지인들에게 두 가족의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면 어떨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정말 다른 환경을 가진, 절대 마주칠 것 같지 않은 두 가족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봤다”며 “제작사와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데칼코마니’라는 가제를 1년 동안 사용했다. 가제만 봐도 영화가 어떤 내용인지 짐작 가능할 거다”고 전했다.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에 이어 봉준호 감독과 재회한 송강호는 ‘괴물’ ‘밀양’ ‘박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거쳐 ‘기생충’으로 생애 5번째 칸 초청을 받았다. 그는 봉준호 감독과 다시 작업하게 된 것에 대해 “20년 동안 서로 알고 지내면서 봉준호 감독이 추구하는 작품 세계와 비전에 감동받고 감탄했던 순간이 많았다”며 “제가 창의적인 연기를 할 수 있게 자극을 준다. 봉 감독은 배우의 모든 걸 받아들이는 예술가로서의 경지에 오른 것 같다”며 봉준호 감독에게 찬사를 보냈다.

송강호는 영화에서 가족들을 지키는 가장 기택 역을 맡았다. 그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 가장 평범한 인물”이라며 기택을 설명했다. 이어 “마치 연체동물 같은 캐릭터다. 이런저런 상황에서 변모하는 기택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모습이 특이하기 보다는 우리의 이웃 또는 나 자신과 닮았다. 그래서 더 희극적이고 비극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배우들은 봉준호 감독과 함께 한다는 것에 들떠있었다. ‘끝까지 간다’ 이후 2번째 칸 초청을 받은 이선균은 영화에서 IT업계 CEO 박사장 역을 맡았다. 그는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대학 입학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박사장의 아내이자 전업주부인 연교 역을 맡은 조여정은 “봉준호 감독님 작품이라면 무조건 할 생각이었다”고 전해 봉준호 감독의 파워를 실감케 했다. ‘옥자’에 이어 다시 한번 봉준호 감독을 만난 최우식은 “이번엔 조금 더 큰 역할이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소담은 “송강호 선배님과 부녀 연기를 할 수 있게 돼 ‘기생충’에 끌렸다”며 송강호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이 한데 모인 것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모든 배우가 핵융합을 이루듯이 하나의 덩어리로 케미를 폭발했다”며 “그 중심은 송강호 선배와 이선균 배우가 잡아줬다. 모든 배우가 잘해줘 제가 특별히 할 게 없었다. 캐스팅도 어려움이 없었다.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일어난 화학작용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행복했다”고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5월 말 개봉 예정인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가족희비극이다.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에 이어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다시 만나 화제가 된 작품이며 여기에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영화에 힘을 더했다.

사진=김수(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