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SBS 예능 ‘런닝맨'에 합류한 후 벌써 9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광수는 ‘배우’라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다.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괴팍한 하숙생 ‘광수’로 하드캐리하며 눈도장을 찍은 후 드라마는 물론 영화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며 자신의 길을 닦아왔다. 조인성, 성동일 그리고 예능으로 넘어와서는 유재석까지. 유독 형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이광수가 이번에는 신하균이라는 ‘형’을 만나 ‘나의 특별한 형제’로 관객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이광수는 지적 장애인 동구를 연기했다. 연기 욕심에 과잉되게 표현한다면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광수는 과감하게 작품을 선택했다.

“일단 근래에 나오지 않았던 소재인데다, 따뜻한 영화인 거 같아서 재미있게 시나리오를 봤어요. 장애인들을 위로의 대상이나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그린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나의 특별한 형제’는 이 분들을 사회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그려내서 좋았어요”

하지만 연기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지체 장애인 세하를 연기한 신하균이 얼굴로만 모든걸 표현해야 했다면, 이광수는  제한적인 대사 안에서 행동과 표정으로 지적 장애인 동구를 표현해야 했다. 스스로의 연기에 대한 자평을 부탁하는 말에 이광수는 “저는 저한테 조금 만족을 하면서 사는 편이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제 개인적으로 영화는 재미있게 봤어요.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고, 촬영 분위기도 좋아서 저한테는 행복한 기억이거든요. 연기를 하면서 감독님이랑 동구의 특수성과 상황에 대해 제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계속 짚어봤던 거 같아요. 동구가 세하와 헤어지는 상황을 이해할까, 하는 점도 처음엔 납득이 안 됐어요. 근데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이 세하형의 휠체어를 미는건 동구한테 용납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미현(이솜)이 휠체어를 밀고, 세하형이 즐거워하는 걸 보면서 동구는 ‘이게 더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거 아닐까요”

단순히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연기적인 고민만 녹아있는 건 아니였다. ‘런닝맨’ 이광수라는 희화화된 존재가 캐릭터를 만나 뜻하지 않아 보는 이들에게 다른 시선을 비추어질까 고민이 많았다고.

“사실 또 소재가 소재인만큼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하는데도 고민이 많이 됐었고, 조심스럽기도 했어요. 동구를 제가 연기해서 희화화 시켜서 보실 가능성이 클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촬영을 하면서도 감독님이랑 웃음도 아닌, 신파도 아닌 적정선을 찾아가려고 노력했어요. 장애가 있으신 분들, 그리고 그 가족분들이 보고 어떻게 생각하실지 개봉 전이니까 사실 걱정도 많이 되요”

어쩔 수 없이 이광수하면 ‘런닝맨’이 연상될 수밖에 없다. 이광수가 연기에 소홀해서가 아닌, 그 구성원의 한사람으로 완벽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 하지만 배우로서의 긴 여정을 본다면 이런 예능 이미지가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분명 존재했다.

“장점이자 단점인 거 같아요. 저의 코믹한 이미지 때문에 더 재미있게 봐주실 수 있는 반면에, 그런 연기를 더 과장되게 받아들이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 균형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기도 했고, 주변에서 우려도 많이 해주셨어요. 지나면서 생각을 해보니까 모든 분들의 생각을 제가 바꿀 수는 없잖아요. 시간이 많이 지나도 누군가는 ‘런닝맨’ 이광수로 끝까지 기억하실테지만 예능에서는 웃음을 드리고,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연기를 하다보면 꼭 분리가 되지 않더라도 둘 다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생기지 않을까요. 지금은 두가지 다 할 수 있다는 게 운이고 감사한 일인 거 같아요”

꼭 신체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이광수는 결핍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왔고, 또 잘 소화해냈다. 최근 작품만 보더라도 노희경 작가의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는 뚜렛 증후군을, ‘탐정: 리턴즈’에서는 좀처럼 사회성이라고는 없는 여치를 맡아 연기했다. 보기엔 재밌는 캐릭터지만 연기하기엔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배역에 유독 이광수가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작품에서는 감독님이 제가 걱정을 하고 있을때 만났어요. 표현을 잘하는 배우라고 칭찬을 해주셨어요. 거기서 조금 제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 자신감이 생긴거 같아요. 뭔가 해낼 수 있을 거 같은 마음도 들었고 욕심도 생겼거든요. 감독님이 눈이 좋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동구가 대사가 많지 않다보니 그 외의 상황을 눈으로 많이 표현해야 했어요”

좋은 의도, 좋은 제작진, 좋은 배우들이 모여 합심을 했지만 사실 5월 극장가에서 한국영화 흥행은 쉽지 않은 상황. MCU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은 데다, 수요가 많다보니 극장점유율도 압도적으로 높다. 이에 이광수는 “‘어벤져스’가 대단한 작품이긴 하죠. 저도 보긴 보겠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라면서도 “많은 분들이 ‘어벤져스’를 보려고 영화관을 찾아주시고, 그 후에 개봉하는 저희 영화에도 관심을 가져주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심정입니다”라고 털어놨다.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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