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청률 가뭄인 요즘.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가 최고시청률 22.0%을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주조연할 것 없이 명품연기를 선보인 가운데, 분노조절장애 신부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김남길을 강남 모처의 카페에서 만났다. 화려한 액션신이 많았던만큼 부상도 잦았지만 그만큼 ‘열혈사제’를 무사히 끝낸 뿌듯함이 있었다.
“갈비랑 오른쪽 손목을 같이 다쳤어요. 젓가락질을 못할 정도로 손목이 나갔는데, 처음엔 그냥 타박상인 줄 알았어요. 하루 촬영을 쉬고 마사지를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뼈가 더 벌어졌더라고요. 나중에는 숨쉬기가 불편할 정도고 염증 수치도 올라가서 결국 입원을 했어요. 방송국 측에서 결방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배려를 해주셨는데, 쏭삭이나 롱드 캐릭터도 그렇고 시청자 반응이 좋을 때였거든요. 그런 친구들은 눈에 익을 때까지 계속 나와야 좋은 거거든요. 그래서 어느 정도 몸만 가눌 수 있으면 나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결방 마지노선에 맞춰서 퇴원을 했어요”
김남길 말처럼 ‘열혈사제'는 주연 배우들만큼이나 조연 배우들의 활약상이 도드라진 작품. 캐릭터 자체의 신선함에 눈에 익지 않은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지며 높은 화제성을 자랑했다. 때문에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다고. 김남길은 구심점을 해야하는 배우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제가 입퇴원하고 나서부터 거의 생방송 모드였어요. 솔직히 (부상 때문에) 액션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대역을 쓰면 확실히 보시는 분 입장에서도 다르거든요. 그때부터 진통제를 먹으면서 연기를 했어요. 정말 독한 진통제라서 통증이 없는 대신 몽롱할 정도였거든요. 흐름을 끊고 싶지 않아서 나갔는데, 다른 배우들이 챙겨주니까 그게 더 민폐같기도 했어요. 자기 연기 하기도 바쁠텐데 제가 조금만 인상을 써도 다가와서 ‘괜찮냐’, ‘할 수 있겠냐’ 해줬으니까요”
대신 그만큼 시청률이라는 보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김남길이 이번 작품에서 무엇보다 기분 좋게 느끼는 점은 시청률보다 함께하는 배우들이 조명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신인상이라는 게 사실 우리나라밖에 없거든요. 연기하는 순간 모두가 다 프로 연기자인 거죠”라고 운을 뗐다.
“조연, 주연, 단역을 나누는 게 우습지만 책임감의 총량이라고 생각해요. 같이 고생한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받게되서 좋아요. 제 필모에서 이런 배우들을 만나기 쉽지 않고, 이런 배우들을 못 만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모든 현장이 힘들겠지만, 그걸 버티는 게 배우들끼리 관계가 좋기 때문도 있거든요. 모난 배우 한명없이 정말 순수하게 열정이 좋았어요. 자기 연기에 대한 고집이 명확하게 있되 아집으로 보이면 안좋은데 다른 캐릭터를 망가트리거나 전체 스토리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연기를 했거든요”
꾸준히 작품을 하지만 다작 배우가 아니다보니 ‘열혈사제’를 통해 연령대가 낮은 시청자들은 김남길을 처음 알게된 경우도 있었다고. 김남길은 “어린 친구들은 저를 잘 모르죠”라고 수긍했다.
“드라마, 영화가 잘되도 요즘에는 속도감이 빨라서 1~2달이면 잊혀지는 거 같아요. 주변 배우들도 마찬가지고 배우들이 ‘이게 얼마나 갈까요’, ‘얼마나 잘 된 거에요’ 하는데 사실 저도 잘 모르겠다고 했거든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말해줬어요. 다음 작품에서 캐릭터를 잘해야 이어가는 거니까 들뜨지 말라고요. 서로 고맙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사실 본인들이 잘해서 잘 된 건데, 주변 배우들이 양보를 해주거나 비켜줬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후배 연기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김남길 역시 과도기를 지나봤기 때문. ‘선덕여왕’ 비담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김남길은 이제 경험담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연차가 됐다.
“작품을 하는 것 자체, 내가 잘할 수 있는 거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하다고 생각을 해야하는 거 같아요. ‘열혈사제’에 대한 기대치가 있다고 해도 시즌2가 무조건 반응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되지 않을까요. 저도 ’선덕여왕’, ‘나쁜남자’ 할 때는 아시아로 뻗어나갈 줄 알았어요(웃음). 조금씩 자리 잡으면서 ‘효도해볼까’ 싶은데 나라에서 부르더라고요. 그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내려놓는 걸 배운 거 같아요. 잘 내려가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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