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액막이 투명인간]

주: 우리 인생에지뢰처럼 박혀있는, 느닷없고 사소하고 때로 무겁고 아픈 고민거리들을 안은영작가의 코멘트와 선곡으로 나누는 코너입니다. 사연은 eve@slist.kr로.

to. 30대 후반의 싱글녀입니다. 저의 가장 큰 고민은, 친구들이 저를 쓰레기통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입니다. 아니, 제가 액막이 무녀도 아니고, 짜증나는 일이나 슬픈 일이 있을 때만 저를 찾습니다. 막상 즐거운 일이 생기면 다른 지인들과 축하하고, 괴로운 일이 있을 때만 저를 찾아 몇 시간이고 하소연을 늘어놓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특별하게 여기는구나’ ‘내 조언이 도움이 되나보다’싶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얘들은 나를 해우소쯤으로 생각하는구나’라는 생각뿐입니다. 냉정하게 모른 척 하자니 친구를 잃을 순 없잖아요. 나에게 ‘액’을 털어놓는 친구들에게 제가 어떻게 해야, 관계를 유지하면서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을까요? (comic-dancer)

 

from. 대인배 슨생님들은 ‘당신의 인격이 훌륭하기 때문에 친구들의 횡액을 다 받아낼 수 있는 것이니, 통큰 마음으로 감아 안으라’고 하겠지만 난 그렇게 안 해요. 억울하면 티내야 하는 밴댕이 성미거든요. 일단, 당신의 온후한 성품과 적확한 조언 못지않게 살뜰한 오지랖도 정평이 나 있겠죠. 친구를 넓게 사귀기보다 깊게 사귀는 스타일일 거고, 그런 경우 친구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베스트를 다 할 거예요.

신이 아닌 이상 인간관계는 쌍방이에요. 한두 번 반복되면 내 최선이 아까울 때도 있어요. 촉이 좋은 당신은 알잖아요, 그(녀)가 액막이로 당신을 찾아온 것을. 그땐 최선을 다하지 마요. 위선을 떨란 얘기가 아니라, 심장에 스크래치 나지 않게 한 겹 정도 자체 보호막 하나 치는 거죠. 그(녀)가 아직 친구라고 생각된다면.

 

지뢰퇴치 부적송 : ‘해품달’의 한가인의 심정으로, 김수현 ‘그대 한 사람’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